변창흠식 규제해제책 기대와 우려
규제 완화해도 신축 늘지 않는 이유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은 2020년 12월 29일 취임 직후 수도권 내 숨은 땅을 찾아내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2021년 1월 5일에는 주택 공급과 관련한 민관 기업과 간담회를 열고 규제 완화와 관련한 논의도 진행했다. 주요 방식은 용적률 완화 등이다. 하지만 용적률을 끌어올린다고 공급 이슈가 곧바로 발생하는 건 아니다. 더스쿠프(The SCOOP)가 변창흠식 규제해제책을 둘러싼 기대와 우려를 취재했다. 

국토교통부는 현재 160%인 역세권 평균 용적률을 300%까지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을 밝혔다.[사진=연합뉴스]
국토교통부는 현재 160%인 역세권 평균 용적률을 300%까지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을 밝혔다.[사진=연합뉴스]

한강대로를 따라 서울역으로 가다 보면 철길 근처에 있는 낮은 건물들을 볼 수 있다. 1층 혹은 2층으로 낮게 만들어진 건물들 중엔 임대 현수막이 붙어있거나 누구도 관리하지 않는 공실이 많다. 지리적으로 이곳은 분명 서울의 중심이지만 사용하지 않는 건물이 숱하다는 거다. 서울역 일대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다른 곳의 상황도 마찬가지다.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은 2020년 12월 23일 진행된 인사청문회에서 다음과 같은 생각을 내비쳤다. “서울 내 역세권 개발 밀도는 평균 용적률 160%다. 역세권이 일반적으로 역에서 반경 250m까지를 말하는데 이걸 500m로 확대하면 서울 면적의 절반을 차지한다. 역세권뿐만이 아니라 저층 주거지는 111㎢ 규모의 가용 토지가 있는 셈이다.” 서울 내 저층 주거지(111㎢)만 개발해도 경기도 수원시 규모(121㎢)에 육박한다는 말이다.  

변 장관은 목표치도 제시했다. 지구단위계획 지정으로 일부 교통 편리 지역의 용적률은 700%까지 풀어주고 이를 포함해 역세권 지역의 평균 용적률을 300%까지 끌어올리겠다는 거다. 현재(160%)의 약 2배다.  건설업이나 개발업에 종사하는 사람이야 이 이야기가 쉬울 테지만, 일반인에겐 그렇지 않다. 그렇다면 용적률 300%는 어떤 의미가 있을까. 이 답을 찾으려면 건폐율부터 말해야 한다. 

 

예를 들어보자. 서울역 인근에 100㎡의 대지가 있다. 건폐율이 60%라면, 100㎡의 60%인 60㎡ 대지에만 건물을 올릴 수 있다는 거다. 용적률은 대지 면적 대비 바닥 면적의 백분율이다. 쉽게 말해 1층 면적의 건물을 몇층까지 올릴 수 있느냐가 용적률이다. 면적 60㎡가 1층이고, 용적률이 160%라면 건물은 2.7층까지 올릴 수 있다. 

이를 토대로 용적률을 변 장관이 밝힌 평균 목표치(300%) 수준으로 올려보자. 앞선 사례와 마찬가지로, 대지면적은 100㎡, 건폐율은 60㎡로 가정하자. 용적률이 300%라면 같은 건물을 5층까지 만들 수 있다. 단순 계산으로 용적률이 2배 상승하면, 건물 높이도 2배가 된다는 얘기다. 

정부든 건설업계든 국민이든 나쁠 게 없다. 정부는 한정되어 있는 동일한 면적의 땅에서 공급 이슈를 만들 수 있다. 건설업체들은 용적률이 낮아 손을 댈 필요가 없었던 도심에서 건물을 더 높이 올려 수익을 더 낼 수 있다. 외곽 지역보다 도심 내 주택을 선호하는 국민에게도 희소식이다. 하지만 이는 단순계산의 산물이다. 용적률을 끌어올리면 공급 이슈가 발생한다는 걸 모르는 전문가는 없다. 그렇다고 용적률 인상이 반드시 공급을 늘리는 것도 아니다.

시계추를 2015년으로 돌려보자. 그해 지자체들은 조례로 설정한 용적률보다 더 큰 용적률을 적용받을 수 있게 됐다. ‘도시재생 활성화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도시재생법)’이 시행되면서다. [※참고: 도시재생 사업에 먼저 뛰어들었던 서울시 조례에 따르면 일반 주거지역은 최대 400%까지 용적률을 끌어올릴 수 있다.

반면, 도시재생법으로 도시재생활성화지역으로 지정된 서울 내 주거지역은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이 정한 최대 500%까지 용적률을 완화할 수 있다.] 그렇다면 도시재생법에 따라 용적률이 완화된 지역에선 더 많은 주택이 공급됐을까. 도시재생사업이 가장 활발했던 서울을 살펴봤다. 

서울연구원이 2020년 발간한 연구보고서인 ‘도시재생활성화지역의 건축규제완화 실효성 제고방안(윤서연ㆍ오지연ㆍ2020)’에 따르면 2015년 도시재생법 시행 이후 5년간 도시재생활성화 지역에서 신축된 건물의 비중은 전체의 4.1%였다. 같은 기간 일반 주거지에서 6.1%의 신축 건물이 올라갔다는 점을 감안하면 부진한 수치다. 

용적률 완화 조치를 받았는데도 일반 주거지와 비교하면 신축 공사가 뒤처진다. 게다가 도시재생활성화지역에서 발생한 신축 공사 중 주택 비중도 크지 않았다. 그렇다 보니 용적률을 끌어올렸음에도 주택 공급 효과는 미미했다. 

이유는 무엇일까. 연구보고서에는 다음과 같은 이유를 제시했다. “대지 면적 150㎡ 이상, 필지 형상이 남북 쪽으로 길어 일조권 사선을 침해하지 않는 조건 등이 맞아떨어져야 소유주가 신축 공사를 할 가능성이 높다. 반대로 면적이 90㎡보다 작거나 동서 방향으로 길게 뻗은 대지는 미개발 상태로 남는 경우가 많았다.” 용적률만 높인다고 공급 이슈가 발생한다는 건 아니란 주장이다.

이는 ‘역세권 평균 용적률을 160%에서 300%로 끌어올리자’는 변 장관의 계획이 뾰족한 신축유인책이 없으면 별다른 실적을 내지 못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용적률이 완화되더라도 소유주가 ‘개발’보다 ‘방치’ 상태가 더 낫다고 판단하면 사업이 진행될 수 없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의 견해도 비슷하다. 윤서연 서울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차량 접근성이 떨어지는 맹지거나 일조권 침해, 주차장 규제 등으로 현실적으로 개발 이익을 얻기 어려울 때는 증축이나 신축 행위가 일어나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용적률 완화만으로 저개발 지역의 건축 행위가 활발해지는 것은 아니다.[사진=연합뉴스]
용적률 완화만으로 저개발 지역의 건축 행위가 활발해지는 것은 아니다.[사진=연합뉴스]

어쨌거나 용적률 완화 등을 통해 도심 내 새롭게 사용할 수 있는 공간을 찾아내는 사업은 속도가 붙고 있다. 2021년 1월 5일 국토부는 주택도시보증공사(HUG)와 대한건설협회 등 주택 공급과 관련한 민관기관을 한 자리에 불러 간담회를 진행했다. 이 자리에선 언급됐던 용적률 완화와 함께 특별건축구역을 지정해 기존 규제를 쉽게 해제할 방안이 언급됐다. 

하지만 이런 규제 완화가 어떤 결과물을 낼 수 있을진 알 수 없다. 5년 전 도시재생법이 만들어지면서 풀었던 규제들이(용적률 완화 등) 시장에 큰 영향을 주지 못했다는 건 앞서 언급한 대로다. 규제 완화는 그것만으로 효과를 내지 못한다. 특히 건축의 경우엔 그렇다. 건축 규제 완화가 시장과 골목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면밀히 검토하는 게 우선해야 하는 이유다. 검토, 그다음이 정책을 펴는 거다. 변 장관이 귀담아들어야 할 말이다. 

최아름 더스쿠프 기자
eggpuma@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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