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벅 다이어리 흥행 성적표
공간 팔던 스타벅스의 위기

‘굿즈의 최고봉’이라 불리며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던 스타벅스 다이어리 열풍. 어찌 된 일인지 2020년엔 잠잠했다. 코로나19 사태가 확산하면서 스타벅스 매장으로 향하는 소비자의 발길이 줄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문제는 다이어리의 인기가 주춤한 만큼 스타벅스의 실적 증가세도 한풀 꺾였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커피 공룡’ 스타벅스는 정말 위기를 만난 걸까.

연례행사처럼 이어지던 ‘스타벅스 다이어리’ 대란이 2020년엔 잠잠했다.[사진=연합뉴스]
연례행사처럼 이어지던 ‘스타벅스 다이어리’ 대란이 2020년엔 잠잠했다.[사진=연합뉴스]

매년 연말이면 젊은층 사이에서 ‘스타벅스 다이어리’ 대란이 벌어졌다. 스타벅스커피코리아(이하 스타벅스)가 2004년 다이어리 이벤트를 시작한 후 이어진 해프닝이다. 10월 말부터 2달여간 17잔의 음료를 마셔야 다이어리를 받을 수 있는 이벤트에 기꺼이 참여한 소비자가 예상을 훌쩍 뛰어넘었다. 

2017년엔 인기가 정점에 달했다. 100만부(업계 추정치) 이상의 다이어리가 증정ㆍ판매된 것으로 추정된다. 스타벅스 다이어리가 ‘굿즈의 최고봉’이라 불린 이유다.  그런데 어찌 된 일인지 2020년(2021년용 다이어리)엔 ‘품절 대란’ 없이 조용히 지나갔다. 


매년 챙겨 받던 스타벅스 다이어리를 이번엔 ‘건너뛰었다’는 소비자도 적지 않았다. 직장인 곽지희(33)씨는 “수년째 챙겨 받던 스타벅스 다이어리를 이번엔 받지 못했다”면서 “외출이 줄고 재택근무를 하다 보니 스타벅스에 방문하는 횟수 자체가 줄었다”고 말했다. 또다른 직장인 김은형(36)씨도 “사회적 거리두기 등으로 매장에 가는 일이 줄어서인지 다이어리 이벤트는 생각도 못했다”고 털어놨다. 

스타벅스 관계자는 “매년 매장 증가세에 따라 전년보다 많은 다이어리를 제작하고 있다”면서 “올해에도 일부 다이어리 인기 품목이 조기 품절되는 등 소비자의 반응은 여전했다”고 설명했지만 실제론 그렇지 않다. 중고거래 사이트에서 ‘웃돈’까지 줘가며 거래되던 스타벅스 다이어리의 위상이 한풀 꺾인 건 사실이다. 

이벤트가 종료된 지난 1월 6일 온라인 쇼핑몰에선 스타벅스 다이어리가 판매 정가(3만2500원)보다 저렴한 가격에 할인 판매되고 있었다. 각 쇼핑몰마다 재고 수량도 넉넉해 구매 경쟁은 벌어지지 않았다.  

사실 스타벅스 다이어리 대란이 없었던 이유는 별다른 게 아니다. 코로나19 사태 속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화한 게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영업시간 단축, 매장 내 취식 금지 등으로 스타벅스를 찾는 고객이 감소했기 때문이다. ‘커피 공룡’ 스타벅스도 코로나19 여파를 피해 가지 못한 셈이다.


문제는 다이어리의 열기가 수그러든 만큼 스타벅스의 실적도 한풀 꺾였다는 점이다. 2020년 3분기 스타벅스의 누적 매출액은 1조4228억원으로 전년 동기(1조3504억원) 대비 5.3% 증가하는 데 그쳤다. 2018년과 2019년 같은 기간 매출액 성장률 22.2% (2018년 3분기 1조1042억원→2019년 3분기 1조3504억원), 21.2%(2017년 3분기 9107억원→2018년 3분기 1조1042억원)에 훨씬 못 미치는 실적이다. 2020년 스타벅스 매장이 100개 이상 증가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점포의 ‘내실’까지 약화했음을 알 수 있다. 

물론 코로나19 국면에서 실적 악화가 스타벅스만의 문제는 아니다. 커피 프랜차이즈 업계 관계자는 “지역별, 매장별 편차가 있기는 하지만 코로나19 사태 이후 점포당 매출액이 전반적으로 감소한 것은 사실이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스타벅스는 어떨까. 위기를 극복하고 다시 성장세를 이어갈 수 있을까.

스타벅스커피코리아는 연매출 2조원을 목전에 두고 있다.[사진=스타벅스커피코리아 제공]
스타벅스커피코리아는 연매출 2조원을 목전에 두고 있다.[사진=스타벅스커피코리아 제공]

단기적으로는 스타벅스가 업계 1위의 위상을 빠르게 회복할 거란 전망이 많다. 정연승 단국대(경영학) 교수는 “코로나19 사태가 잠잠해지면 스타벅스의 비즈니스는 빠르게 회복될 것으로 본다”면서 “스타벅스에서의 경험이나 만족도는 이미 소비자에게 각인됐고 그만큼 브랜드 충성도가 높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실제로 스타벅스는 브랜드 ‘로열티’가 가장 높은 브랜드로 꼽힌다. 한국기업평판연구소의 커피 전문점 평판 조사 결과(2021년 1월)에 따르면 스타벅스의 브랜드평판지수는 227만점으로 투썸플레이스(150만점), 이디야(60만점), 메가커피(52만점), 빽다방(26만점)과 비교해 압도적인 1위를 차지했다. 2016년(3월) 이후 같은 조사에서 단 한번도 1위 자리를 뺏기지 않은 것도 놀라운 기록이다. 


여기에 억눌렸던 소비심리가 폭발하면 스타벅스의 실적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공산이 크다. 곽금주 서울대(심리학) 교수는 이렇게 설명했다. “익숙한 공간에 가고 싶은 회귀본능과 함께 그동안 억눌린 것에 대한 보상심리의 영향으로 스타벅스를 찾는 소비자는 가파르게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고 스타벅스에 과제가 없는 건 아니다. 급격히 확산한 ‘언택트(Untact)’ 소비 트렌드는 스타벅스에도 ‘도전’일 수 있다. 언택트 소비 트렌드가 ‘공간을 판다’는 스타벅스의 모토와 어울리지 않아서다. 그동안 스타벅스가 ‘배달 서비스’에 소극적이었던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이디야나 할리스, 투썸플레이스 등은 2018~2019년 배달 서비스를 도입해 적극적으로 확대했다. 이디야의 경우 2020년 배달 매출액이 전년(2019년) 대비 481.0% 증가했다. 반면 스타벅스는 2020년 11월에야 배달 서비스를 테스트하기 시작했다. 

지금은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역삼이마트점과 스탈릿대치점 2곳에서 배달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참고 : 스타벅스 배달 서비스는 매장 1.5㎞ 이내 거리에서 스타벅스 모바일 앱을 통해 주문 가능하다. 배달은 배달대행업체 ‘바로고’와의 제휴로 이뤄진다.] 스타벅스 관계자는 “스타벅스 앱을 통해 배달 주문, 사이렌 오더, My DT Pass(드라이브 스루 주문 시 스타벅스 카드로 자동 결제하는 시스템) 등 비대면 주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면서 “일관된 고객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곽금주 교수는 “코로나19는 우리의 사는 방식과 일하는 방식을 모두 바꿔 놓고 있다”면서 “스타벅스로선 달라진 소비 트렌드 속에서 ‘공간’이 주는 가치를 어떻게 꾸준히 전달할 수 있을지 고민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지원 더스쿠프 기자  
jwle11@thescoop.co.kr 

저작권자 © 더스쿠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