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에도 3분기 최대 실적
장기간ㆍ단거리 여행 수요 공략

에어비앤비는 2020년 상반기 적자를 면치 못했다. 하늘길이 막히고 여행수요가 급감했으니 당연한 결과였다. 하지만 3분기엔 턴어라운드에 성공했고, 기업공개(IPO)도 훌륭하게 완수했다. 글로벌 관광업계가 코로나19 팬데믹에 신음하는 가운데 에어비앤비만이 승승장구할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 

에어비앤비가 2020년 3분기 사상 최대 영업이익을 거뒀다. 사진은 브라이언 체스키 에어비앤비 CEO.[사진=뉴시스]
에어비앤비가 2020년 3분기 사상 최대 영업이익을 거뒀다. 사진은 브라이언 체스키 에어비앤비 CEO.[사진=뉴시스]

“2020년 매출은 2019년 절반에도 못 미칠 것 같다. 전 세계 7500명 직원 가운데 1900명을 정리 해고해야 한다.” 2020년 5월 에어비앤비의 경영 위기는 심각했다. 

이 회사 최고경영자(CEO)인 브라이언 체스키가 전체 직원의 4분의 1에 달하는 대규모 구조조정을 선포할 정도였다. 신규 사업과 투자 프로젝트도 중단했다. 직영 호텔과 대중교통 서비스, 고급 리조트 사업 등은 물거품이 됐다. 

위기 이유는 간단했다. 이 회사의 수익모델은 ‘집 소유주’와 ‘여행객’을 연결하고 수수료를 받는 거다. 그런데 코로나19 확산으로 전 세계 여행객이 발길을 멈췄다. 숙박업계에선 비관론이 돌았다. “에어비앤비의 성공신화는 이제 끝이다. 고급 호텔이 철저한 방역 지침을 강조하는데도 소비자들이 지갑을 열지 않는 시대다. 비대면을 강조하는 코로나 국면에서 잘 모르는 타인의 공간을 빌려 쓰는 건 난센스다. 감염 위험이 큰 공유 숙박을 이용할 리 없다.” 

그로부터 반년이 흐른 지금, 에어비앤비는 비관론을 비웃는 듯 승승장구하고 있다. 2020년 12월 나스닥에 상장한 이 회사의 시가총액은 900억 달러(약 97조원) 수준이다. 글로벌 1위 호텔체인 메리어트인터내셔널(420억 달러)과 2위 힐튼월드와이드(290억 달러)의 시총을 합한 것보다도 큰 수치다.

기업공개(IPO)도 성황리에 마무리했다. 에어비앤비의 주가는 상장일인 2020년 12월 10일에 공모가(68달러) 대비 112.8% 급등한 144.7달러로 장을 마쳤다. 해가 바뀌었는데도 150달러 수준의 주가를 유지하고 있다. 

에어비앤비가 뉴욕 증시의 문을 성공적으로 두드린 배경엔 ‘탄탄한 실적’이 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홈페이지에 공개된 에어비앤비의 상장 준비서류(S-1)를 보자. 이 회사는 2020년 3분기 매출 13억4233만 달러, 영업이익 4억1873만 달러를 기록했다.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16억4576만 달러) 18.4% 감소하긴 했지만, 영업이익은 창사 이래 최대치를 올렸다. 1분기(-3억2548만 달러), 2분기(-5억8321만 달러) 연속 적자를 내다가 3분기 들어 반등했다. 

숙박공유 업체의 반전

구조조정과 비용 절감에 따른 ‘반짝 실적’이 아니다. 코로나19가 극성을 부리던 2020년 3분기, 이 회사는 영업으로 알찬 열매를 맺었다. 에어비앤비의 분기별 예약 건수를 보자. 2019년 4분기에 7580만건에 달하던 예약 건수는 코로나19가 모습을 드러낸 2020년 1분기 5710만건으로 감소했다.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 선언된 2분기엔 2800만건으로 전년 동기(8390만건) 대비 3분의 1 토막이 났다. 그러다 3분기엔 6180만건을 기록하면서 반등했다. 직전 분기와 비교하면 예약 건수가 120.7%나 늘어난 셈이었다. 

업황이 나아진 건 아니었다. 관광ㆍ숙박업계의 실적은 신통치 않았다. 메리어트인터내셔널의 3분기 영업이익(2억5200만 달러)은 에어비앤비(4억1873만 달러)보다 적었고, 힐튼월드와이드는 같은 기간 순손실(7900만 달러)을 냈다. 글로벌 여행 플랫폼 업체 익스피디아의 3분기 순손실 역시 1억9200만 달러에 달했다. 코로나19 팬데믹이 진정 기미를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에어비앤비 혼자 잘나간 셈인데, 비결이 뭘까. 

글로벌 호텔 체인의 한 임원의 설명을 들어보자. “관광업계 전체가 휘청거리는 사이 에어비앤비는 빠르게 변화했고 틈새를 노렸다. 전 세계가 이동을 통제하긴 했지만 관광의 욕구 자체가 사라진 건 아니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게 근거리 여행 수요를 공략하는 거였다. 복잡한 의사결정 구조를 가진 대기업 호텔으로선 상상하기 힘들 정도의 유연한 대처였다.”

에어비앤비는 애플리케이션(앱)과 홈페이지를 이용자가 사는 지역 인근의 숙소를 소개하는 방향으로 새롭게 디자인했다. 여행을 가고 싶어도 그러지 못하고 있던 고객들은 뜨겁게 반응했다. 

에어비앤비 플랫폼의 단거리 여행(50마일 이하ㆍ80.4㎞ 이하)과 중거리 여행(50~500마일)의 예약 건수는 2020년 6~9월 내내 전년 동기 대비 증가했다. 특히 휴가철인 7월엔 단거리 여행(430만건)과 중거리 여행(1460만건)의 예약 건수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31.0%, 21.0% 늘어났다. 

 

28일 이상의 장기투숙 예약 건수가 늘어난 것도 흥미로운 통계다. ‘5월(460만건)’ ‘6월(470만건)’ ‘7월(510만건)’ ‘8월(550만건)’ ‘9월(540만건)’ 등으로 상승곡선을 그렸다. 이는 이 회사가 코로나 시대의 새 여행 트렌드로 떠오른 ‘장기투숙 열풍’에도 잘 올라탔다는 얘기다. ‘집을 떠나는 것’에 의미를 두고 다른 지역에서 장기간 투숙하는 방식이 여행의 새 대안으로 떠오르자 에어비앤비는 ‘장기 숙박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호텔업계 관계자는 “국내에도 노트북을 들고 거리 두기가 가능한 한적한 지역을 찾아 은둔하듯 생활하는 ‘한달 살기’ 여행이 열풍이었는데, 밀집형 시설인 호텔보다 독채 형태의 에어비앤비를 선택하는 고객이 많았다”면서 “다양한 가격대에 호스트들이 직접 꾸민 현지 숙소를 경험할 수 있다는 점에서 에어비앤비가 적합했다”고 설명했다. 

에어비앤비의 미래는 더 밝다.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시작된 데다, 자가격리 등의 조치를 완화하는 이른바 ‘트래블 버블’을 체결하는 국가들이 속속 늘어나고 있어서다. 감염병 탓에 여행객이 발길을 멈춰도 공간을 공유한 에어비앤비의 혁신은 이제부터 시작일지 모른다. 

김다린 더스쿠프 기자
quill@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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