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지민 개인展

➊편지, oil on canvas, 116.8×91.0㎝, 2020 ➋침대, oil on canvas, 130.3×130.3㎝, 2020 ➌빈자리, oil on canvas, 33.4×24.2㎝, 2020 ➍소녀, oil on canvas, 72.7×60.6㎝ 2020 ➎곁, oil on canvas, 130.3×97.0㎝, 2020 ➏등, oil on canvas, 27.3×22.0㎝, 2020 [사진=이목화랑 제공]
➊편지, oil on canvas, 116.8×91.0㎝, 2020 ➋침대, oil on canvas, 130.3×130.3㎝, 2020 ➌빈자리, oil on canvas, 33.4×24.2㎝, 2020 ➍소녀, oil on canvas, 72.7×60.6㎝ 2020 ➎곁, oil on canvas, 130.3×97.0㎝, 2020 ➏등, oil on canvas, 27.3×22.0㎝, 2020 [사진=이목화랑 제공]

거짓미소는 지을 수 있을지 몰라도 뒷모습으론 거짓을 말하지 못한다. 집으로 돌아와 비로소 긴장이 풀려 잠든 뒷모습처럼 억지웃음으로 치장한 가면을 벗어던진 다음에야 옅게 미소 짓는 모습에서 그 사람의 진짜 속내를 본다.

한지민 작가의 작품 속에 등장하는 남자는 등을 돌린 채 바닥에 눕는다. 책을 읽는 누군가는 흘러내린 머리카락 탓에 얼굴이 보이지 않는다. 작가는 등을 돌리거나 잔뜩 웅크리고 앉아 보이지 않는 표정에서 그들의 속마음을 읽는다. “얼굴에 드러나는 표정은 진실일 때도 있지만 쉽게 거짓을 만들기도 한다. 하지만 꾸밈없는 뒷모습은 소박하다. 너무 솔직하다 못해 때로는 힘들고 서글프다. 내가 얼굴보다는 몸이 하는 이야기에 귀 기울이는 이유다.”

영화 속 연출기법으로 작품을 구성하는 그의 작품 화면엔 포커싱과 아웃포커싱이 공존한다. 작가는 현실에서 아웃포커싱된 대상에 집중하고 선명한 것에 가려져 사라지는 작은 풍경에 관심을 갖는다. 선택된 대상은 화면 안에 자리 잡지만 자세히 볼 순 없다. 인물을 둘러싼 사적인 공간은 대상을 감추려는 듯 보호막을 친다. 무엇 하나 뚜렷하게 드러나는 것 없는 대상들은 현실을 감추려는 나 자신을 들킨 것만 같다. 이런 구성은 긴장감을 주는 동시에 고독감을 증폭시킨다.

작품 속에 등장하는 얼굴은 무심하게 가려지거나 화면 밖으로 밀려나기도 하는데, 이는 익명성을 의미하기도 한다. 나를 드러내고 싶지 않지만, 또 한편으론 그런 나를 알아줬으면 하는 마음을 담고 있다. 이근아 작가는 그의 작품을 이렇게 평한다. “한지민은 일상의 안정감을 담아내며 마음속 불안을 건드린다. 특별하지 않아서 버려졌던 몸짓, 깊이 관찰해야 얻을 수 있는 인물의 작은 떨림을 포착해 그 삶에 깊숙이 관여한다.”

작가는 시종일관 관찰자의 시점을 유지한다. 캔버스 밖을 상상하기보다 그 안에서 멈춘 작은 동작에 시선을 둔다. 감상자도 그에 따라 어느샌가 느릿한 움직임과 여린 숨소리에 집중하게 된다. 의식하지 않고 행하는 모든 움직임을 포착하는 한지민 작가의 ‘monologue’는 오는 1월 24일까지 서울 종로구 가회동 이목화랑에서 열린다.  

김미란 더스쿠프 기자
lamer@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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