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4000개 동네슈퍼
2025년까지 스마트슈퍼로 변경
보안문제 등 해결할 과제 많아
동네슈퍼 혁신할 수 있을까

정부가 동네슈퍼를 ‘스마트’하게 바꾸고 있다. 스마트슈퍼란 동네슈퍼에 셀프계산대·출입인증장치 등을 도입해 낮에는 유인有人, 밤에는 무인으로 운영하는 ‘하이브리드’ 점포다. 2025년까지 전국 4000개의 동네슈퍼를 스마트슈퍼로 바꾸는 것이 정부의 목표다. 시범사업에 선정된 점주들은 “삶의 질이 나아졌다” “추가 매출을 올릴 수 있다”는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수천개의 동네슈퍼에 도입하기 위해선 보완할 점도 숱하다. 더스쿠프(The SCOOP)가 스마트슈퍼의 미래와 과제를 살펴봤다. 

정부는 2025년까지 전국 4000여개 슈퍼를 하이브리드 무인점포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사진은 스마트슈퍼 1호점. [사진=더스쿠프 포토]
정부는 2025년까지 전국 4000여개 슈퍼를 하이브리드 무인점포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사진은 스마트슈퍼 1호점. [사진=더스쿠프 포토]

정부가 골목 곳곳의 동네슈퍼를 ‘스마트’하게 만들겠다고 선언한 건 2020년의 일이다. 중소벤처기업부(이하 중기부)는 그해 7월 ‘스마트슈퍼 구축사업’을 발표했다. 스마트슈퍼란 낮에는 유인有人, 밤에는 무인으로 운영하는 하이브리드 점포다. 셀프계산대·출입인증장치·보안장비 등을 설치해 심야시간대 무인으로 점포를 운영할 수 있다. 

중기부에 따르면 동네슈퍼의 하루 평균 영업시간은 16시간 25분이지만 평균 종사자는 1.29명에 그친다. 한명이 하루 16시간씩 근무하는 셈이다. 여기에 코로나19 사태로 비대면·디지털화하면서 동네슈퍼는 문을 열 수도, 열지 않을 수도 없는 상황에 처했다. 기술과 자본을 갖춘 편의점 프랜차이즈와 달리 소상공인은 무인점포로 바꿀 여력이 없다. 중기부가 직접 스마트슈퍼 만들기에 나선 이유다. 

2020년 서울시 동작구·서울시 여의도·경기도 안양시·강원도 춘천시·울산시 남구의 나들가게(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이 지원하는 동네슈퍼 브랜드) 5개가 스마트슈퍼 시범사업에 선정됐다. 정부는 야간 유동인구가 많아 매출 잠재력이 높은 점포들을 우선으로 뽑았다. 정부는 이들에게 무인점포 설비비용의 80%를 지원하고, 유통전문가를 통한 경영 컨설팅을 제공했다. 사업에서 뽑힌 동네슈퍼는 어떻게 변했을까. 더스쿠프(The SCOOP)가 시범사업에 선정된 슈퍼 중 서울시에 있는 점포 2곳을 찾아갔다. 

2020년 9월 가장 먼저 스마트슈퍼로 재탄생한 서울시 동작구의 형제슈퍼는 외관부터 세련되게 바뀌었다. 간판과 벽면을 검은색으로 꾸미고 ‘스마트’라는 글자를 강조했다. 출입문 옆에는 신용·체크카드로 열 수 있는 출입인증장치가 설치됐고, 깔끔하게 정리된 매장 안에는 셀프 계산대 1대가 놓였다. 

이곳은 스마트슈퍼로 바꾼 직후 매출 증가 효과를 봤다. 하루 평균 매출은 스마트슈퍼로 변경하기 전인 2020년 8월 63만원에서 변경 후인 10월 86만원으로 늘었다. 같은 기간 심야시간대(오후 9시~오전 6시) 하루 평균 매출은 12만원에서 20만원으로 뛰었다. 아파트 밀집지역에 있는 이 점포 주위에 편의점·마트·농수산물매장 등이 줄줄이 둥지를 틀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눈에 띌 만한 성과였다. 스마트슈퍼의 ‘24시간 운영시스템’으로 경쟁력을 갖춘 것으로 풀이된다. 

2호점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 나들가게는 2020년 11월 스마트슈퍼로 바뀌었다. 이곳 점주는 스마트슈퍼의 최대 장점으로 ‘여유’를 꼽았다. “이전엔 혼자 운영하는 탓에 영업 중 잠시라도 자리를 비우기 어려웠다. 스마트슈퍼로 변경한 후엔 숨 돌릴 틈이 생겼다.

동네슈퍼가 하이브리드 무인점포로 변신하며 얻은 이점은 적지 않다. 우선 심야시간대 추가 수익을 거둘 수 있다. 손님이 몰리는 바쁜 시간대엔 일손도 덜 수 있다. 시범점포의 한 점주는 “셀프계산대 사용에 익숙한 젊은층은 낮에도 셀프계산대를 이용한다”며 “요즘엔 비대면 거래를 선호하는 소비자도 많아 점주나 손님 서로에게 편하다”고 말했다. 

2호점의 예에서 보듯, 근무 환경이 개선된 것도 변화다. 영업시간이 평균 오전 7시부터 밤 12시까지다 보니 점주들은 개인시간이 없는 것은 물론 자녀와 시간을 보내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강원도의 스마트슈퍼 점주는 어떤 변화가 있는지 묻자 “삶의 질이 개선됐다”고 말했다. “예전에는 아이를 데리러 가야 하는데 자리를 비울 수 없어 발만 동동 굴렀다. 지금은 필요할 때 무인점포로 전환해 놓고 다녀오면 되니 아이들을 돌볼 여유가 생겼다.”

하지만 보완할 점도 숱하다. 시범사업에선 CCTV, 카드출입인증 등 기본적인 기술만 도입했다. 카드 정보와 CCTV 기록이 남긴 하지만, 현장에서 절도를 단속할 순 없다. 한 스마트슈퍼 점주는 “초반엔 가게를 비울 때마다 불안했는데 지금은 익숙해졌다”며 “절도범이 타인의 카드를 도용하면 어떡하나 걱정될 때도 있다”고 털어놨다. 

무인으로 운영하는 시간에는 성인 인증이 불가해 담배나 주류는 판매 금지된다. [사진=더스쿠프 포토]

무인 운영 시간에 손님의 출입·결제내역을 점주가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없다는 점도 한계다. 셀프계산대와 포스기가 연동돼 있긴 하지만 가게를 비운 동안 몇시에 몇명이 왔는지, 결제를 했는지 등은 알 수 없다. 앱을 통해 점주가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지 않아서다.

동네슈퍼의 특성에 따른 문제점도 있다. 골목상권인 만큼 고령층 손님이 많은데, 이들은 낯선 셀프계산대를 잘 쓰지 않는다. 이 때문에 점주가 직접 사용법을 가르쳐주며 셀프계산대 사용을 유도하기도 한다. 출입인증장치가 자동문에 적합하다는 것도 문제다. 미닫이문을 사용하는 동네슈퍼는 장치를 설치하면 한쪽으로만 여닫을 수 있는 데다 자동으로 닫혀 불편하다. 

이처럼 개선할 부분이 많음에도 시범사업에 선정된 점주들은 “스마트슈퍼로 전환하는 걸 추천한다”고 입을 모았다. 코로나19 사태로 어려운 상황인 만큼 뭐라도 하는 게 낫다는 거다. 정부는 스마트슈퍼를 2025년까지 연간 800개씩 총 4000개로 늘릴 예정이다. 중기부 관계자는 “점포모델을 지속적으로 개발 중이지만 혁신적으로 개선하기엔 기술이나 비용 면에서 한계가 있다”며 “비대면·디지털화를 위해선 점주의 적극적인 협조도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수천개의 동네슈퍼를 얼마나 ‘스마트’하게 개선할지 지켜볼 일이다.  

심지영 더스쿠프 기자 
jeeyeong.shim@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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