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경험·MZ 공략에 성공
코로나 이후 새 전략 필요해

국내 최초 에스프레소 커피전문점 할리스커피는 2020년 KG그룹에 인수됐다. [사진=연합뉴스]
국내 최초 에스프레소 커피전문점 할리스커피는 2020년 KG그룹에 인수됐다. [사진=연합뉴스]

할리스커피는 1998년 국내서 처음으로 등장한 에스프레소 커피전문점이다. 스타벅스보다도 한발 빨랐다. 23년새 주인이 세번이나 바뀌는 부침을 겪었지만 할리스커피 특유의 ‘공간’을 파는 전략은 유효한 결과를 냈다. 문제는 이런 ‘공간 전략’이 코로나19가 밀려오면서 한계에 부닥쳤다는 점이다. 취임 2개월을 맞은 할리스커피의 새 선장 신유정 대표의 리더십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더스쿠프(The SCOOP)가 할리스커피의 현주소와 과제를 취재했다. 

할리스커피(할리스에프앤비)는 1998년 국내 최초로 등장한 에스프레소 커피전문점이다. 커피 한잔에 4000원씩 주고 먹는 걸 상상도 할 수 없던 시기에 서울 강남 한복판에 대형 매장을 열었다. 이듬해 스타벅스커피(이하 스타벅스)가 한국에 들어오면서 본격적으로 에스프레소 커피의 시대가 열렸다. 

‘원조’ 할리스커피가 사실상 시장을 연 셈이지만, 비슷비슷한 콘셉트의 커피전문점이 우후죽순 등장하면서 그 위상이 쪼그라들었다. 현재 할리스커피는 매장 수(586개·2020년 12월 기준)에서도, 브랜드 선호도(6위·2019년 기준·한국갤럽)에서도 ‘중간’에 머물러 있다. [※참고 : 주요 커피 전문점의 매장 수는 이디야커피 3350여개, 스타벅스 1500여개, 투썸플레이스 1200여개다. 직영점과 가맹점을 합친 수인데, 스타벅스는 직영점밖에 없다.] 

이런 할리스커피가 최근 주목을 받은 건 맛이나 규모가 아닌 주인 때문이다. 23년간 시장에서 버티는 사이 주인이 3번이나 바뀌었다. 할리스에프앤비는 2003년 CJ플래너스를 거쳐 2013년 사모펀드(IMM프라이빗에쿼티)에 인수됐다. 코로나19가 확산하던 2020년 9월엔 전자결제로 유명한 KG그룹에 인수됐다.

 KG그룹은 2017년 KFC코리아 인수로 외식업계에 진출했다. 할리스에프앤비는 KG이니시스의 종속회사인 크라운에프앤비를 새로운 대주주로 맞았다. [※참고 : 화학·에너지·물류·전자결제·제철 등의 사업을 펼치고 있는 KG그룹은 2020년 5월 국내 공시대상 기업집단에 지정됐다. 쉽게 말해 대기업에 편입된 셈이다.] 

KG그룹에 인수되며 변화의 분기점을 맞은 할리스커피는 독특한 마케팅을 시도했다. 인수 이슈를 이용해 KFC와 ‘한가족’이 됐음을 알리는 프로모션을 진행했다. 2020년 11월 1차 프로모션에선 할리스커피 멤버십 회원에게 KFC ‘핫크리스피 버켓’을 할인해줬다. 2차에선 KFC 멤버십 회원이 할리스커피에서 에그마요 샌드위치를 구매하면 아메리카노를 줬다. 인수 소식을 알리는 동시에 각 브랜드의 멤버십 회원을 확보하는 윈윈(win-win) 효과를 노린 전략이었다. 

인수 후 이어간 전략도 있다. ‘공간’을 강조하는 콘셉트를 더욱 단단하게 만들었다. 2014년 도입한 노트북석·1인석을 유지했고, 카페식食(식사대용 메뉴) 관련 프로모션을 진행했다. 카페에 장시간 머물면서 간단한 식사까지 하는 ‘카밥족’을 공략하기 위해서였다. 할리스커피는 2017~2019년 ‘스파이시 씨푸드 리조또’ ‘머쉬룸 수프볼’ 등 카페식 메뉴만 100여개를 내기도 했다. 

할리스커피는 해리포터 콜라보 굿즈 등으로 MZ세대를 공략하고 있다. [사진=할리스커피 제공]
할리스커피는 해리포터 콜라보 굿즈 등으로 MZ세대를 공략하고 있다. [사진=할리스커피 제공]

‘MZ세대’를 겨냥한 굿즈도 줄줄이 출시했다. 2020년 하반기엔 커피전문점 중 최초로 해리포터 굿즈를 내 화제를 모았다. ‘착한 텀블러’로 알려진 미르(MiiR)와 손잡고 수익금의 일부를 물 정화 사업에 기부하는 텀블러를 내기도 했다. ‘친환경’ ‘가치소비’를 중시하는 MZ세대를 타깃으로 한 거다.

할리스커피 측은 “해리포터 굿즈 출시 후 11월 굿즈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400% 이상 늘었다”며 “상징적인 캐릭터를 이용한 디자인에 합리적인 가격으로 소비자의 관심을 모았다”고 말했다. 이런 전략들은 알찬 열매로 이어졌다. 할리스에프앤비의 매출은 2016년부터 매년 100억원 이상 꾸준히 늘었다. 매장도 매년 20~30개씩 늘었다. 코로나19가 터진 2020년에도 전년(560개) 대비 26개 증가했다(12월 기준). 

문제는 앞으로다. 코로나19가 수그러들지 않는다면 ‘공간’을 강조하는 할리스커피의 전략은 한계를 드러낼 공산이 크다. 정부가 카페 매장 취식을 금지하면서 ‘카페식’은 이미 무용지물로 전락했다. 굿즈 출시도 마찬가지다. 비대면 소비가 중심이 되면서 굿즈를 위해 매장을 찾는 이들이 줄어든 데다, 너도나도 해온 마케팅인 만큼 매력적인 모객 수단이 아니라서다. 


이 때문인지 2020년 11월 취임한 신유정 할리스에프앤비 대표의 리더십에 업계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주방·욕실 용품 등을 제조·판매하는 다국적 기업 P&G 출신인 신 대표는 할리스에프앤비에 2018년 브랜드전략본부이사로 입사해 2년 반 만에 대표 자리에 올라 화제를 일으켰다. 

하지만 신 대표의 뚜렷한 행보는 없다. 할리스커피 관계자는 “아직 입장을 밝힐 만한 것이 없다”고 말했다. 할리스커피 측이 밝힌 코로나19 대응책도 차별점이 눈에 띄지 않는다. 할리스커피 측은 “배달·스마트 오더 전용 프로모션을 시행하고, 신규 배달 플랫폼과 배달 전용 메뉴를 확대하고 있다”고 답했지만 기존에 해왔던 프로모션과 별 차이가 없다. 

유통전문가 김영호 김앤커머스 대표는 이렇게 꼬집었다. “앞으론 카페가 공간 기능을 잃어버릴 수 있다. ‘공간’에 집중하는 전략을 펴왔다면 경영자가 먼저 개념을 바꿔야 한다. 유연하게 변화하며 새로운 개념을 제시해야 버틸 수 있다.” 신유정 대표가 어떤 변화를 모색할지 관심이 가는 이유다.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선 ‘뻔한 게’ 아니라 ‘최초’가 돼야 한다는 거다. ‘최초’ 에스프레소 커피전문점 할리스커피에 던져진 과제다. 

심지영 더스쿠프 기자 
jeeyeong.shim@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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