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1억원으로 치솟아도 우리 삶과 무관”
“비트코인 1억원으로 치솟아도 우리 삶과 무관”
  • 김다린 기자
  • 호수 424
  • 승인 2021.01.19 10: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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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이병욱 교수
공학 전공 금융전문가가 본
비트코인 랠리의 위험요인

“비트코인 가치가 1억원대로 상승할 것이다.” 비트코인 전문가들이 내놓는 대담한 주장이다. 이병욱 서울과학종합대학원 교수는 되묻는다. “1억원이 되면 뭐가 바뀌나. 비트코인이 화폐로 쓰이나. 금처럼 가치저장 수단이 되나. 비트코인의 실제 가치는 여전히 제로 아닌가.” 이병욱 교수는 공학을 전공한 금융전문가로, 인공지능(AI)과 블록체인 기술을 다루고 있다. 그는 비트코인의 상승세를 어떻게 생각할까. 더스쿠프(The SCOOP)가 이 교수를 견해를 들어봤다. 

이병욱 교수는 “비트코인은 1억원으로 치솟거나 1원으로 폭락해도 이상할 게 없는 투기수단”이라고 설명했다.[사진=연합뉴스]
이병욱 교수는 “비트코인은 1억원으로 치솟거나 1원으로 폭락해도 이상할 게 없는 투기수단”이라고 설명했다.[사진=연합뉴스]

✚ 지난해 비트코인 상승세가 가팔랐다. 이유가 뭔가.
“넘쳐나는 전 세계 뭉칫돈이 이곳저곳에 흘러갔고, 비트코인에도 일부 스며들었다. 호재도 많았다. 페이팔의 결제 지원 소식은 누가 듣기에도 솔깃한 이슈였다.”

✚ ‘비트코인의 부활’이란 평가가 있다.
“글쎄…. 공급보다 수요가 많았기에 비트코인 값이 올랐을 뿐이다. 비트코인의 속성은 변한 게 없다. 예나 지금이나 디지털상의 숫자에 불과하다.”

✚ 미국 최대 결제업체인 페이팔도 유용성을 눈여겨보고 도입한 것 아니겠나. 
“비트코인의 막대한 결제 수수료가 탐이 났던 게 아닐까. 소비자 입장에선 달라질 건 없다. 그저 가상화폐를 다루는 중개소가 하나 늘었을 뿐이다. 페이팔로 결제할 수 있다고 비트코인을 내고 물건을 사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시세가 시시각각 바뀌고, 수수료도 어마어마한데 말이다. 그간 결제할 곳이 없어서 비트코인을 안 쓴 게 아니다.”

✚ 기관투자자가 투자 포트폴리오에 비트코인을 포함한 것에 의미를 두는 시선도 있다.
“곰곰이 생각해보자. 그들이 왜 비트코인을 매집했을까. 비트코인의 가치가 앞으로 더 오를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들의 예상이 적중해 비트코인의 값이 올랐다고 치자. 그게 무슨 의미가 있나.”

✚ 그만큼 비트코인과 가상화폐의 위상이 단단해지는 것 아닌가.
“기업 주가가 오르면 해당 기업의 자금 조달이 쉬워진다든지, 기업 신용도가 올라간다든지 하는 변화가 있다. 그런데 비트코인은 값이 롤러코스터를 타도 실물경제에 아무런 기여를 하지 못한다. 오르기 전에 비트코인을 산 이들의 지갑만 단단해질 뿐이다. 실제로 대다수의 국민은 비트코인 값에 놀랄 뿐 실제 투자엔 관심이 없다.”

 

✚ 어찌 됐든 수요가 있으니 가치저장 수단으로라도 인정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비트코인은 내일 1억원으로 치솟아도 이상할 게 없다. 반대로 0원으로 뚝 떨어져도 마찬가지다. ‘왜 그만한 가치를 갖느냐’고 물었을 때, 합리적으로 설명할 수 없기 때문이다. 다시 주식과 비교해보자. 주가 분석을 하는 사람은 많고 그 결과는 제각각이다. 그래도 분석할 수 있는 기준과 도구가 있다.”

✚ 재무제표나 공시자료를 말하는 건가.
“그뿐만이 아니다. 투자하려는 종목의 가격이 싼지 비싼지를 판단하는 지표인 주가수익비율(PER)이나 주가순자산비율(PBR)도 있다. 반면 비트코인은 순전히 수요와 공급에 따라 가격이 결정되는 구조다. 4000만원 안팎에서 형성된 지금의 값이 적당한지 아닌지를 판단할 근거가 아예 없다. 그러니 분석도 불가능하고, 앞으로의 일을 예측할 수도 없다.”

✚ 가치저장 수단으로도 보기 어렵다는 말인가.
“주식 투자자는 상장폐지라는 최악의 경우를 맞닥뜨려도 이익배당청구권이나 잔여재산분배청구권을 갖는다. 소액주주가 모여서 보상방안을 강구할 수도 있다. 비트코인은 어떤가. 당장 0원으로 추락한다고 비트코인을 개발한 사토시 나카모토가 투자금 일부를 보장해주지 않는다. 그런데도 가치저장 수단으로 봐야 하나.”

✚ 금을 대체할 거란 주장도 있다.
“금도 따지고 보면 빛나기만 하는 돌덩어리에 불과하다. 그래도 수백년 역사를 통해 자산으로서의 인식을 쌓아왔다. 금을 둘러싼 주변 환경이 아무리 악화해도 큰 폭의 하락은 없을 거란 신뢰가 생겼다는 거다. 가령, 지금 1온스당 1800달러를 유지하는 금이 단기간에 1000달러 이하로 내려갈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믿을 수 있다. 수백년 뒤의 비트코인이 그런 지위를 얻을 거란 가능성까지 차단하고 싶진 않다. 어찌 됐든 지금은 아니다.”

✚ 비트코인이 블록체인 기술의 상징이란 건 분명해 보이는데.
“그렇다면 블록체인이라도 우수성을 증명했어야 했다. 그런데 지금도 국가나 기업 중 블록체인을 효과적으로 쓰고 있는 곳은 없다. 유용한 기술은 어떤 방식으로든 사회 속에서 쓰인다. 아직 미완이라는 AI나 사물인터넷(IoT) 기술도 말이다. 지금 미디어에서 등장하는 블록체인은 마케팅 용어에 불과하다.”

✚ 블록체인이 마케팅 용어라는 건 과하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 
“모든 기술은 지향점을 두고 있다. 어떤 문제를 해결하려는 힘이 기술이라는 거다. 그런데 블록체인은 그런 지향점이 없다. 말하는 이마다 제각각이다. 혹자는 화폐를 대신할 거라고 하고, 어떤 이는 완벽한 보안 시스템을 개발했다고 한다. 하지만 그 어떤 분야에서도 블록체인이 기존의 방식을 뛰어넘는 우수성과 효율성을 내보인 적이 없다. 몇년째 실험만 거듭하고 있는 형국이다.”

지금도 소수 세력이 대부분의 비트코인을 보유하고 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지금도 소수 세력이 대부분의 비트코인을 보유하고 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 그런데도 “이번만은 다르다”는 주장이 있지 않은가. 
“요새 비트코인 관련 설명을 듣다 보면 흥미로운 게 있다. 원래 비트코인이 꾀하려던 ‘탈중앙화’의 가치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디지털골드’ ‘가치저장수단’ 같은 이상한 수식이 만들어졌다. 탈중앙화는 비트코인의 가장 큰 매력요소이자 혁신성이었다. 금융권의 탐욕을 없애겠다는 취지로 만들었는데, 제도권 금융이 비트코인에 관심을 보이자 가치가 치솟고 있는 것도 참 아이러니한 일이다.”

✚ ‘비트코인의 부활’은 물 건너간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투자 시장은 어떻게 될까.
“국내에선 올 3월부터 특정금융정보법이 시행된다. 업계에선 가상화폐가 제도권에 들어왔다며 반기는 이들이 있다. 하지만 이 법은 가상화폐를 통한 자금세탁행위방지, 이를테면 각종 범죄행위와 탈세를 방지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투자자 보호 장치는 사실상 전무하다. 지금과 같은 투기판이 계속 이어질 거란 얘기다.”

✚ 비트코인에 뛰어드는 개인투자자에게 조언한다면.
“대부분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을 기대하지 않겠나. 그렇더라도 리스크의 크기쯤은 가늠할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비트코인은 리스크의 형태를 추정조차 하기 힘들다. 그런 위험은 감수하지 않는 게 좋지 않을까 한다.” 


김다린 더스쿠프 기자
quill@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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