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필수의 Clean Car Talk
애플 전기차 출시의 함의
극심해질 전기차 주도권 경쟁

애플 아이폰은 21세기 가장 혁신적인 제품으로 꼽힌다. 그런 애플이 2024년 전기차를 출시하겠다고 밝혔다. 애플과 현대차가 손을 잡을 것이라는 전망도 전해졌다. 애플의 선언에 전기차 업계는 긴장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애플이 시장에 일으킬 파장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여서다. 애플의 전기차는 아이튠, 아이폰의 ‘혁신 신화’를 이을 수 있을까.

애플이 2024년 자율주행 전기차를 출시하겠다고 밝혔다.[사진=뉴시스]

지난해 12월 22일 주요 외신들은 애플이 2024년 자율주행 전기차를 출시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애플이 2014년부터 시작한 자율주행 전기차 프로젝트인 ‘타이탄’의 윤곽이 드러난 셈이다. 애플의 발표를 접한 시장의 의견은 분분하다. 일단 ‘애플카’의 출시를 낙관하는 건 시기상조라고 말하는 이들이 있다.

현재 자율주행 기술력은 완전 자율주행이 가능한 레벨 5단계(총 0~6단계)에 못 미치는 3단계 수준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다. 다른 한편에선 애플의 전기차 출시 선언을 두고 “전기차 산업이 흑자모델로 여겨질 만큼 성장했다는 것을 의미한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의견이 엇갈리고 있지만 한가지 확실한 건 애플의 전기차 시장 진출이 의미하는 바가 적지 않다는 점이다. 이를 역으로 돌려보면 그동안 시험 모델 정도로만 인식되던 전기차가 돈을 벌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로 변한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이런 전망을 가능하게 하는 건 시장을 들썩이게 만든 주인공이 애플이기 때문이다.

애플은 스마트폰을 대중화한 ‘아이폰’을 만들었다. 아이폰은 인류의 생활사에서 가장 폭발적인 변화를 일으킨 최고의 혁신제품으로 꼽힌다. 이런 애플이 전기차 시장에 뛰어들었다는 건 세계를 변화시킬 두번째 혁신이 ‘자율주행 전기차’란 점을 전세계에 알린 것이나 다름없다.

필자는 2024년에 자율주행 전기차를 출시하겠다는 애플의 선언에서 세가지 의미를 찾아봤다. 첫째 자동차 산업의 변화다. 내연기관차를 예로 들어보자. 3만개의 부품이 유기적으로 움직이는 내연기관차는 전용플랫폼을 통해 제조하는 만큼 아무나 접근할 수 있는 품목이 아니었다.

전기차는 다르다. 부품 수는 내연차의 절반 정도 수준이고 모듈 개념으로 진행하면 누구나 접근하는 게 쉽다. 배터리·모터·바퀴만 있으면 초등학생도 전기차를 만들 수 있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전기차 공장은 물론 관련 플랫폼도 갖고 있지 않은 애플이 전기차를 생산하겠다고 자신 있게 발표할 수 있었던 이유다.

애플이 불러올 변화들

애플이 아이폰을 생산하는 방식을 보자. 애플은 아이폰의 핵심기술만 보유하고 제작은 외주에 맡긴다. 애플이 전기차를 만들 때도 같은 생산방식을 적용할 거란 전망에 힘이 실리는 것도 이 때문이다. 물론 전기차 제조 공정의 핵심 플랫폼을 만든 다음 생산만 하청 업체에 줄 수 있다. 전기차에 필요한 핵심 부품과 모듈을 확보한 후 직접 인수한 공장에서 전기차를 만드는 것도 가능하다.

이는 전기차에 필요한 자율주행 부품이나 모듈을 제공하는 전문 부품사의 등장을 촉발하는 기폭제로 작용할 수 있다. 자동차 전문회사가 아니라도 목적에 맞는 전기차를 생산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될 공산이 크다는 거다. 테슬라와 같은 전기차 제작사가 배터리를 자체 생산하는 일이 일반화하거나 전기차 배터리 기업인 LG에너지솔루션이 직접 전기차를 만들어 판매할 수도 있다. 전기차 시장을 둘러싼 치열한 생존경쟁 시대가 열릴 것으로 예상하는 이유다.

둘째는 애플이 전기차에 사용할 배터리로 리튬이온 배터리가 아닌 리튬인산철 배터리를 선택했다는 점이다. 리튬인산철 배터리는 리튬이온 배터리보다 에너지 밀도가 낮고 무겁다는 단점이 있다. 대부분 전기차가 에너지 밀도가 높은 리튬이온 배터리를 사용한다. 그렇다면 애플은 왜 의외의 선택을 한 걸까. 여기서도 애플의 전략을 엿볼 수 있다.

리튬인산철 배터리는 충격과 열에 강해 화재 위험성이 낮다. 리튬이온 배터리의 고질적인 문제인 발화 문제를 확실하게 차단하겠다는 애플의 의지가 반영된 선택이었던 거다. 달리 말하면 애플이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 소지는 처음부터 없애고 자율주행 기술을 완성하는 데에만 역량을 집중하겠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전기차 시장의 이슈도 배터리에서 소프트웨어로 바뀔 수 있다.

마지막은 전기차 시장의 주도권 선점이다. 전기차 시장은 빠르게 변화할 전망이다. 모빌리티의 개념도 더 확장할 가능성이 높다. 이런 시점에서 애플이 전기차 시장에 진출하겠다는 것은 시장 주도권을 선점하겠다는 의지로 볼 수 있다.

사실 전기차 시장의 주도권을 누가 가져갈지는 아직 알 수 없다. 기존의 글로벌 완성차 업체가 시장의 주도권을 유지할 수도, 전기차용 반도체를 설계하는 기업이 차지할 수도 있다. 전기차의 뇌에 해당하는 인공지능(AI)을 개발하는 기업이 주도권을 가져가는 것도 배제할 수 없다.

냉철한 고민 필요한 전기차 시장

애플의 전기차 시장 진출 선언은 전기차의 주도권을 모빌리티의 신경망인 알고리즘 설계 기업으로 가져오겠다는 의도일 수 있다. 미래의 모빌리티는 단순한 하드웨어가 아니라 이를 움직이고 제어하는 알고리즘이 될 가능성이 높아서다. 애플의 강점이 알고리즘이라는 걸 감안하면 불가능한 얘기만은 아니다.

이처럼 애플의 전기차 출시 선언은 큰 파장을 몰고 올 가능성이 높다. 전기차 시장의 향후 10년은 예상하기 힘들 정도로 급변하고 있다. 시장의 변화가 누구에겐 기회로 작용하고 다른 누군가에겐 악재로 작용할지 그건 아직 알 수 없다. 자동차 산업을 국가 경제의 주축으로 삼고 있는 우리나라가 객관적이고 냉철하게 전기차 시장의 미래를 고민해봐야 할 시점이다.

글=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
autoculture@hanmail.net | 더스쿠프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ks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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