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여년 만의 스마트폰 혁신
이형 스마트폰 시대 열릴까
기술보다 중요한 건 필요성

‘바(bar)’ 형태의 스마트폰이 접히고 말리는 시대가 열렸다. 올 1월 CES에선 ‘돌돌 말리는’ 롤러블폰이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여기서 끝도 아니다. 엿가락처럼 늘어나는 ‘탄성’ 스마트폰, 몸에 탑재하는 스마트폰도 개발 중이다. 문제는 폴더블폰ㆍ롤러블폰에서 시작된 ‘차세대 스마트폰’을 소비자가 원하느냐다. 시즈(제품ㆍseeds)냐 니즈(필요ㆍneeds)냐 그것이 문제인 세상이 왔다. 더스쿠프(The SCOOP)가 폴더블폰ㆍ롤러블폰 그 이후 스마트폰을 분석해 봤다. 

LG전자가 1월 11일 개막한 CES2021에서 롤러블폰의 구동 영상을 공개했다.[사진=LG전자 제공]
LG전자가 1월 11일 개막한 CES2021에서 롤러블폰의 구동 영상을 공개했다.[사진=LG전자 제공]

이따금씩 등장하는 혁신 제품은 산업의 지형을 바꿔놓는다. 스마트폰 산업에선 2007년이 변곡점이었다. 그해 6월 29일 혜성처럼 나타난 애플 아이폰은 애매한 위치에 있던 스마트폰의 표준을 다시 세웠다. 태동기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던 스마트폰 시장이 개화기를 맞은 결정적 계기였다. 그렇게 IT산업의 중심에 우뚝 선 스마트폰은 사람들의 삶의 방식을 하나둘 바꿔놓았다. ‘스마트폰 혁명’의 시작이었다.

그로부터 10여년, 폭발적으로 성장했던 스마트폰 시장은 오랜 정체기에 접어들었다. 2010년 70%를 웃돌던 연간 성장률은 2017년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스마트폰은 여전히 생활의 중심에 있지만 스마트폰이 선사하던 감동은 부쩍 줄어들었다. “혁신의 상징이었던 스마트폰에 혁신이 사라졌다”는 게 시장의 냉정한 평가였다. ‘스마트폰 시대의 종언終焉’을 고한 이들도 적지 않았다. 스마트폰이 IT 관련 세계 전시회ㆍ콘퍼런스에서 다른 제품에 주인공 자리를 내준 지도 오래전이었다.

그렇다고 스마트폰의 혁신DNA가 완전히 사라진 건 아니었다. 2019년 정체된 스마트폰 시장에 새로운 혁신의 바람이 불었다. 키워드는 ‘폼팩터(제품의 물리적 형태)’였다. 휘어지는(플렉시블ㆍflexible) 디스플레이 기술이 이끈 혁신이었는데, 스마트폰이 처음 등장한 이후 한번도 바뀌지 않았던 바(Bar) 형태의 디자인에 생긴 첫 변화였다. 

2019년 9월 6일 ‘접을 수 있는’ 폴더블폰(삼성전자 갤럭시 폴드)으로 시작된 폼팩터의 변화는 이듬해 10월 6일 ‘회전할 수 있는’ 스위블폰(LG 윙)으로 이어졌고, 2021년 ‘돌돌 말 수 있는’ 롤러블폰 출시를 앞두고 있다.[※참고 : 올해 1월 11일 세계가전박람회 CES2021에서 롤러블폰(LG 롤러블) 구동 영상을 공개한 LG전자는 상반기 내에 롤러블폰을 출시할 예정이다.] 

 

이런 스마트폰 폼팩터의 변신을 두고 쏟아진 질문은 하나였다. “혁신이 사라진 스마트폰 시장에서 전기를 마련할 것이냐”는 거였다. 가능성이 없진 않다. 폼팩터의 변화는 단순히 외형만 바꾼 게 아니기 때문이다. 이전에 없던 사용자환경(UI)과 사용자경험(UX)을 제공하는 기반이 될 수 있다. 이는 초기 스마트폰에서 키보드와 스타일러스(모바일기기용 펜ㆍStylus)를 없애고 새로운 UIㆍUX를 마련한 아이폰의 혁신과도 맥락이 같다.

하지만 그만큼 리스크도 뚜렷하다. 폴더블폰과 롤러블폰이 새로운 UIㆍUX를 보여주지 못한다면 단순히 외형만 바뀐 스마트폰으로 전락할 수 있어서다. 공교롭게도 이는 출시된 지 1년 4개월가량이 흐른 폴더블폰이 안고 있는 숙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제품의 신뢰도와 수명ㆍ내구성을 높이고 가격을 떨어뜨리는 데까지도 가야 할 길이 멀지만 결국엔 스마트폰을 접고 펴는 수고스러움을 감수하고서 얻을 게 무엇이냐는 질문에 설득력 있는 답을 내놓아야 하는 문제”라면서 “휴대전화는 폴더와 슬라이드를 거쳐 지금의 형태로 진화해왔는데, 이를 역행하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처럼 폴더블폰과 롤러블폰이 반짝 관심을 모았다가 사라진다면 스마트폰의 혁신은 더 늦춰지거나 종언을 구해야 할지도 모른다. 반대로 흥행에 성공한다면 ‘이형異形 스마트폰’이란 새 시대를 활짝 열어젖힐 수도 있다.

실제로 폴더블폰과 롤러블폰이 혁신의 끝이 아닐 공산이 크다. ‘탄성’ 디스플레이와 ‘바이오컴패터블(생체에 적합한ㆍbiocompatible)’ 디스플레이는 폴더블폰ㆍ롤러블폰의 뒤를 이을 차세대 폼팩터로 꼽힌다. 스트레처블(늘어나는ㆍstretchable) 디스플레이로 불리는 탄성 디스플레이는 모양과 크기를 자유자재로 늘릴 수 있다. 흡사 고무와 같다.

 

바이오컴패터블은 신체에 착용할 수 있는 형태를 말한다. 가령, 스마트폰이 눈에 넣는 렌즈나 몸에 붙일 수 있는 파스의 형태를 갖는 것이다. 영화에서나 보던 3D 홀로그램 구현하는 스마트폰이 나올 가능성도 충분하다. 스마트폰의 가능성이 아직 무궁무진하다는 얘기다. “관건은 소비자가 새로운 스마트폰의 필요성에 공감할 수 있느냐”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폴더블폰이나 롤러블폰이 성공해야 다음이 있다’는 분석도 같은 맥락이다. 

주병권 고려대(전기전자공학부) 교수는 “과거엔 시즈(제품ㆍseeds)가 니즈(필요ㆍneeds)를 이끌었지만 이제는 니즈가 시즈를 만든다”면서 이렇게 설명했다. “혁신 제품이 언제 나올지 예측하려면 기술보다는 소비자가 그걸 필요로 하느냐를 따져야 한다. 욕구가 있으면 기술은 어떻게든 나온다. 이런 맥락에서 탄성 디스플레이나 바이오컴패터블 디스플레이를 말하기엔 시기상조다. 아직 어디에 어떻게 쓸지 공감대가 없어서다. 물론 미래엔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다. 기술이 얼마나 빨리 발전할 수 있느냐보다 얼마나 필요로 하느냐가 중요하다.” 

고준영 더스쿠프 기자
shamandn2@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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