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쩍 높아진 토마토의 인기
그 이면에 숨은 소비 트렌드

일반 토마토보다 가격이 비싸지만 단맛이 강한 스테비아토마토에 손을 뻗는 소비자가 숱하다.[사진=뉴시스]
일반 토마토보다 가격이 비싸지만 단맛이 강한 스테비아토마토에 손을 뻗는 소비자가 숱하다.[사진=뉴시스]

‘토마토 전성시대’가 활짝 열렸다. 대형마트 3사(이마트ㆍ롯데마트ㆍ홈플러스)에선 토마토 매출이 껑충 뛰었다. 종류도 다양해졌다. 부족한 단맛을 끌어올린 ‘스테비아토마토’부터 식감을 개선한 ‘젤리토마토’까지 매대에 오른다. 토마토의 인기가 높아진 이유는 ‘집밥족’ ‘웰빙’ ‘프리미엄 소비 트렌드’ 등 다양하다.

‘토마토에 설탕 뿌려 먹던’ 시절은 지났다. 이미 설탕을 뿌린 듯 달콤한 토마토가 시중에 판매되고 있어서다. 일반 토마토보다 단맛이 강하다는 데서 이름을 따온 ‘단마토’ ‘토망고’가 그것이다. 이뿐만 아니다. 젤리처럼 식감이 쫀득한 ‘젤리토마토’, 서양식 요리에 적합한 탁구공 크기의 ‘토마주르’, 알록달록한 색깔이 특징인 ‘파프리카토마토’까지 토마토의 종류도 다양해졌다. 방울토마토, 대추방울토마토만 떠올렸던 소비자라면 눈이 휘둥그레질 만하다. 그야말로 토마토 전성시대가 열린 셈이다. 

실제로 최근 대형마트에선 토마토 매출이 껑충 뛰었다. 이마트와 롯데마트에선 2020년 토마토 매출액이 전년 대비 각각 14.6%, 12.3% 증가했다. 홈플러스 역시 최근 한달 간(2020년 12월 12일~2021년 1월 11일) 토마토 매출 신장률이 전년 동기 대비 20.0%를 기록했다. 

토마토의 인기가 높아지자 ‘토마토 대전’ 행사를 펼치는 업체도 등장했다. 롯데마트는 지난 1일부터 6일까지 롯데마트 전 지점에서 ‘취향존중 토마토 대전’ 행사를 진행했다. 색상과 식감, 맛이 각기 다른 토마토 6종을 2팩 이상 구입할 경우 1000원 할인해주는 행사였다. 

농협유통도 지난 12일 하나로마트 양재점에서 토마토 프로모션 행사를 진행했다. 완숙토마토부터 황금대추 방울토마토, 초코대추 방울토마토, 쿠마토 등 다양한 토마토를 소비자에게 소개했다. ‘변방’에 있던 토마토가 마트 매대 중심에 놓인 셈이다. 

토마토가 인기를 끄는 이유는 별다른 게 아니다. 코로나19 사태가 확산하면서 ‘집밥족’이 증가한 게 영향을 미쳤다. 대형마트의 한 관계자는 “외식이 줄고 ‘집밥’을 먹는 횟수가 증가하면서 샐러드나 파스타에 쓰이는 토마토 수요가 늘었다”면서 “소비자의 니즈에 맞춰 다양한 종류의 토마토를 선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 국면에서 ‘건강한 식품’을 찾는 소비자가 늘어난 것도 토마토의 인기 요인으로 꼽힌다. 대형마트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이후 건강에 관심을 갖는 소비자가 많아졌다”면서 “대표적인 건강식품 중 하나인 토마토에 손을 뻗는 소비자가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토마토는 블루베리·녹차·마늘·브로콜리·아몬드 등과 함께 2002년 미국 타임지가 선정한 세계 10대 슈퍼푸드 중 하나로 꼽힌다. 

여기에 “토마토가 다이어트에 좋다”는 입소문이 나면서 토마토를 향한 관심도는 더욱 높아졌다. 2020년 2월 한 방송인이 “‘단마토’를 먹고 다이어트에 성공했다”고 밝히면서 당시 단마토가 포털 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순위에 오른 건 대표적 사례다.[※참고: 단마토·토망고 등으로 불리는 스테비아토마토는 수확 후 가공단계를 거쳐 만들어진다. 토마토의 당도를 높이기 위해 설탕보다 200~300배 단 천연감미료 스테비아 효소 처리를 거친다.] 

흥미로운 점은 이들 ‘신상 토마토’가 일반 토마토 대비 훨씬 비싸지만 기꺼이 지갑을 여는 소비자가 숱하다는 점이다. 단마토라 불리는 ‘스테비아 대추방울토마토’의 가격은 1팩(500gㆍ이하 2020년 1월 13일 이마트몰 기준)에 1만2000원으로 일반 방울토마토 가격(600g 1팩ㆍ4900원) 보다 2배 이상 비싸다. 이렇게 값비싼 토마토를 구입하는 데 주저함이 없는 건 ‘프리미엄’을 좇는 소비 트렌드와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 많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비싸더라도 당도나 식감이 좋은 식품을 선호하는 경향이 강하다”면서 “앞서 가격대가 높은 애플망고, 샤인머스캣, 킹스베리, 초당옥수수 등이 인기를 끈 것도 같은 맥락이다”고 말했다. 이은희 인하대(소비자학) 교수는 이렇게 설명했다. “최근 소비자들은 단순히 ‘먹는 것’에만 초점을 맞추지 않는다. 독특하고 경험해보지 못한 새로운 먹거리를 찾고 그것을 SNS에서 공유하면서 확산하는 추세가 이어지고 있다.”

그렇다면 토마토 열풍은 지속할 수 있을까. 식품 소비 트렌드가 빠르게 바뀐다는 점을 감안하면 장담하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많다. 앞서 건강식품으로 열풍을 일으켰던 블루베리, 아로니아 등이 반짝 인기에 그친 건 대표적 사례다. 문제는 이같은 반짝 인기가 재배 농가에 독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값비싼 과일이나 채소에 지갑을 여는 소비자가 숱하다.[사진=뉴시스]
값비싼 과일이나 채소에 지갑을 여는 소비자가 숱하다.[사진=뉴시스]

최근 수년 새 인기가 높아진 샤인머스캣에 우려의 시선이 모아지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실제로 샤인머스캣은 인기 증가와 함께 생산량이 폭증하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샤인머스캣 재배면적은 2018년 953ha(헥타르)에서 2020년 2913ha로 205.6% 급증했다. 2021년엔 이보다 더 늘어난 3579ha에서 샤인머스캣이 재배될 전망이다. 이는 자칫 수급 불균형으로 이어져 가격 하락, 농가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관계자는 “신품종의 경우 출시 이후 인기가 높아지고, 재배량이 증가하고, 가격이 하락하는 수순을 밟는 경우가 많다”면서 “토마토의 경우 재배면적 증가 추세는 아직 나타나지 않았지만, 소비자의 수요와 재구매가 얼마나 일어나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지원 더스쿠프 기자 
jwle11@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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