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 부부의 재무설계 下
은퇴 앞둔 부부일수록
안전하게 노후 준비해야

은퇴가 코앞인데 노후를 전혀 준비하지 않았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런 상황에 놓인 50대 직장인들이 적지 않다. 빨리 목돈을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에 수익성 높은 투자상품에 손을 댔다가 원금을 까먹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이럴 때일수록 안전성을 추구해야 하는 게 재테크의 기본임을 잊어선 안 된다. 늦을수록 돌다리를 더 두드려봐야 한다는 거다. 더스쿠프(The SCOOP)와 한국경제교육원㈜이 50대의 노후 준비법을 소개한다.

은퇴를 앞둔 직장인일수록 노후 준비에 안전성을 기해야 한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은퇴를 앞둔 직장인일수록 노후 준비에 안전성을 기해야 한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10개월 만에 주식으로 거금을 잃은 양원석(가명·52)씨. 비상금으로 갖고 있던 7500만원은 진작에 사라졌고, 투자를 위해 빌렸던 대출금 5000만원 중 1800만원도 손해를 봤다. 거의 1억원을 날린 탓에 양씨는 아내 신미나(가명·47)씨에게 이 사실을 알리지 못했고, 결국 상담 직전에 와서야 털어놨다.

중소기업 임원직인 남편의 수입은 월 590만원으로 괜찮은 편이다. 아내도 시간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110만원을 벌고 있어 부부의 소득은 총 700만원에 달한다. 그렇지만 부부가 현재 모아둔 돈은 비상금 1100만원이 전부다. 지난 상담에서 부부에게 허리띠를 꽉 졸라매라고 당부했던 이유다.

부부는 1·2차 상담에서 남편 용돈(40만원), 통신비(15만원), 식비(40만원), 유류비(35만원), 대출 원리금(16만원), 보험료(50만원) 등 196만원을 줄이는 데 성공했다. 자녀들 용돈(15만원)과 의류비·미용비(월평균 16만원) 등 예산에 새로 추가한 것과 기존 적자(31만원)를 제외하면 부부가 확보한 자금은 총 134만원에 달한다.

부부가 세운 재무 목표는 크게 3가지다. 자녀 교육비 마련→노후 준비→비상금 마련 순인데, 필자가 보기엔 노후준비를 최우선을 해야 할 듯하다. 부부가 어느덧 50대 중반을 바라보고 있는데 노후자금을 전혀 준비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두 자녀 중 첫째(14)가 고등학교에 진학하면 사교육비(155만원)가 좀 더 늘겠지만, 이 부분은 신씨의 아르바이트 급여가 오르면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따라서 이번 솔루션은 노후 준비에 더 신경 쓰기로 했다.

그럼 부부가 세운 재무목표를 차근차근 준비해 보자. 일단 자녀 학자금을 마련할 용도로 썼던 시중은행 예금(월 20만원)은 해지하기로 했다. 더 높은 수익률의 재테크 수단으로 갈아타기 위해서다. 이로써 여유자금은 134만원에서 154만원으로 늘어났다.

먼저 부부는 개인연금저축을 활용할 예정이다. 직장인이나 자영업자에게 연금저축은 좋은 재테크 수단이다. 연간 400만원 한도 내에서 세금 공제가 가능하고 이자가 복리로 적용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오랜 기간 유지하면 괜찮은 수익성을 기대할 수 있다.

그렇지만 부부에겐 시간이 별로 없다. 10년 뒤엔 퇴직을 준비해야 해서다. 따라서 액수를 좀 더 높여 월 50만원씩 납입하기로 했다. 개인형퇴직계좌(IRP)에도 5년간 월 20만원씩 납입한다. 이 상품은 퇴직 또는 이직할 때 퇴직금을 퇴직 계좌에 적립해 목돈을 만드는 방식으로 운용한다.

IRP는 개인연금과 마찬가지로 연 700만원까지 세금을 공제할 수 있는데, 50세 이상의 가입자는 한시적으로 900만원까지 가능하기 때문에 50대 직장인이라면 IRP를 적극 이용하는 게 좋다. 다만, 중도인출하거나 해지하는 경우 공제받은 금액을 전부 되돌려주는 것과 다름없다는 점은 반드시 체크해야 한다. 해지 시 수수료가 공제액보다 더 많기 때문이다. 가령, 종합소득 5500만원을 초과하는 가입자는 13.2%의 세금을 공제받지만, 해지 시 3.3%포인트 더 많은 16.5%의 수수료를 물어야 한다.

적립식 펀드(10만원)에도 소액 납입하기로 했다. 정부가 밀고 있는 ‘뉴딜펀드’는 세금 공제 혜택이 다양한 데다 안전성이 뛰어나고 배당금도 노릴 수 있다. 부부는 비상금 용도로 납입했다가 쓸 일이 없으면 노후 자금으로 활용할 생각이다. 은퇴 시기가 가까워지면 채권형 펀드로 전환해 안전성을 더욱 높일 예정이다. 이렇게 했을 경우 손실 위험은 줄어들지만 그만큼 수익률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은 생각해야 한다.

이제 자녀 학자금을 마련해 보자. 일반적으로 교육비는 장기간 준비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그렇기에 적립식 펀드같이 수익성이 좋은 상품에 투자하는 경우가 많지만 퇴직 시기가 그리 멀지 않은 부부를 위해 안전성을 중시하기로 했다.

따라서 비과세저축상품에 월 20만원씩 저축하기로 결정했다. 간단한 조합금만 내면 누구나 가입할 수 있고, 3000만원 한도 내에서 예금과 적금의 이자소득세를 감면해주는 등의 혜택도 있다. 이밖에 노후 준비용 적립식 펀드와 같은 방식으로 월 20만원씩 납입해 원금을 불려 나가기로 했다.

다음은 비상금이다. 요새 거의 모든 은행이 비대면으로 개설하는 계좌에 우대금리를 적용하고 있어 이를 이용하기로 했다. 부부는 정기적금 12개월 기준 5%의 금리를 적용해 월 30만원씩 납입하기로 결정했다. 부부의 저축습관을 기르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다.

부부가 갖고 있던 비상금 900만원은 CMA통장에 거치할 예정이다. 이 상품은 일 단위로 이자가 붙는 방식인 데다 투자상품임에도 시중은행의 예금통장처럼 자유롭게 꺼내 쓸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큰 수익률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긴 하지만 부부의 비상금을 모으는 데 보탬이 되기엔 충분하다.

마지막으로 청약저축에 월 4만원씩 투자하기로 했다. 현재 자가 주택(서울 시흥·시세 8억원)에 살고 있는 부부는 내집 마련의 부담이 없지만 집을 팔고 이사를 가야 하는 경우를 대비하기로 했다. 청약통장은 이런 상황을 위한 최소한의 준비라고 볼 수 있다.

이제 부부의 재무설계가 모두 끝났다. 부부는 154만원의 금액을 노후 준비(개인연금 50만원·IRP 20만원·적립식 펀드 10만원), 자녀 교육비(비과세저축 20만원·적립식 펀드 20만원), 비상금(비대면저축 30만원), 이사 준비(주택청약종합저축 4만원)에 알뜰히 썼다.

남편은 회사에서 유류비를 지원한다는 걸 아내에게 말하지 않고 유류비(35만원)를 개인 용도로 쓴 전력이 있다. 이를 의식했는지 남편은 아내와 함께 자산을 투명하게 관리하겠다고 약속했다. 이 얘기를 다시 언급하는 이유는 그만큼 부부 사이에서 신뢰가 무척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앞으로는 부부가 머리를 맞대고 난관을 풀어나갈 수 있길 바란다.


글=서혁노 한국경제교육원㈜ 원장
shnok@hanmail.net | 더스쿠프

이혁기 더스쿠프 기자
lhk@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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