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코틀랜드농업대학의 도전
뒤늦게 발견되는 소결핵증 추적
농가 돕는 AI 딥러닝의 경제학

최근 소결핵증을 효과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치료할 수 있는 연구가 진행됐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최근 소결핵증을 효과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치료할 수 있는 연구가 진행됐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식용으로 소비되는 소나 돼지가 열악하고 지저분한 환경에서 자라면 인간에게도 그 영향이 돌아올 수밖에 없다. 최근 ‘동물복지’ 인증 제품들이 늘어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아무리 관리를 잘한다고 한들 눈에 보이지 않는 질병의 진행 상황을 예측하는 건 어려운 일이다. 진행 속도가 느린 경우엔 더 그렇다. 스코틀랜드농업대학(SRUC)이 소결핵증 치료법을 개발했다는 소식은 그래서 더 반갑다.

매일 아침 수많은 사람들이 피곤한 눈을 비비며 시리얼 그릇에 우유를 붓는다. 비몽사몽 우유에 적신 시리얼을 한 숟가락 떠먹으면서 ‘이 우유는 어디에서 온 것일까’ ‘건강한 젖소에서 짠 우유일까’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과연 몇이나 될까. 

소비에 적합한 우유를 만들기 위해 축산농가에선 동물의 건강에 신경을 무척 쓴다. 하지만 소결핵증(BTB·Bovine tuberc ulosis)은 그런 축산농가의 노력을 좌절시킨다. 소결핵증은 전염성이 아주 강한 사람과 동물의 공통 감염병이다. 사람과 동물 간 전파가 가능한 전염병이란 얘기다. 소결핵증에 걸리면 살처분이나 이동제한 등의 조치가 내려져 축산농가는 경제적인 부담을 안을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발병 속도가 느리고 말기에 가서야 감염 징후가 나타나기 때문에 축산농가는 이렇다 할 준비도 없이 피해를 떠안을 수밖에 없다. 

평소에 소의 건강을 모니터링할 수 있으면 그나마 괜찮겠지만 지금의 표준진단법(SICCT 피내검사)은 적지 않은 시간과 노동력이 필요할 뿐만 아니라 진단 정확도도 50~80%밖에 되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 스코틀랜드농업대학(SRUC)이 최근 GPU 가속 AI와 데이터 사이언스를 응용해 소결핵증을 효과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치료할 연구를 진행했다는 반가운 소식이 들려왔다.

SRUC가 개발한 소결핵증 진단기법은 정기적으로 수집한 우유 샘플을 활용해 이를 중적외선(MIR·Mid infrared)으로 분석하는 방식이다. 자세히 설명하면 이렇다. 먼저 소결핵증이 걸린 동물에 어떤 특징이 있는지를 ‘도식화’했다. 기존 SICCT 피내검사 결과, 사육 현황, 도살 여부, 소결핵증을 불러오는 병변 발현 여부 등의 데이터를 망라해 만들었다. 그 결과, 0은 건강한 소, 1은 감염된 소라는 MIR 데이터를 생성해냈다. 

문제는 MIR 데이터를 딥러닝하는 거였다. 그래서 SRUC는 소결핵증 진단을 받은 대상동물들의 데이터를 모아 ‘합성곱 신경망(CNN·Convolutional neural network)’이란 방식을 활용해 딥러닝을 시도했다. 말기까지 나타나지 않는 소결핵증을 우유 하나로 발견해내기 위해서였다. 합성곱 신경망은 ‘합성곱 연산’을 사용하는 인공신경망(ANN·Artificial Neural Network) 중 하나다. 

합성곱이란 다소 어려운 용어는 하나의 함수와 또 다른 함수를 반전 이동한 값을 곱한 다음에 적분 후 새로운 함수를 구하는 수학연산방식이다. 이에 따라 SRUC 연구팀은 수백만 데이터 포인트를 처리할 수 있는 신속하면서도 안정적인 컴퓨닝 시스템이 필요했고, 엔비디아 DGX 스테이션을 채택했다. 이를 사용하자 수개월 작업이 필요했던 모델들을 단 며칠 만에 개발할 수 있었다. 여기에 RAPIDS 데이터 사이언스 소프웨어를 더해 연구 속도를 더 높일 수 있었다. 

우유 샘플을 활용해 소결핵증을 진단할 수 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우유 샘플을 활용해 소결핵증을 진단할 수 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SRUC 동물육종팀 담당교수이자 EGE NES 책임자인 마이크 커피(Mike Coffey)는 “엔비디아 DGX 스테이션과 RAPIDS를 사용해 모델 개발에 소요되는 시간을 10배 이상 가속할 수 있었다”면서 “이로써 소결핵증 방역에 유효한 솔루션을 축산농가에 더 신속하게 전달함과 동시에 국가적 차원의 대응 방안을 개선하는 것도 가능해졌다”고 평가했다. 

이제 축산농가들은 더 빠르게 중요한 정보에 접근할 수 있게 됐다. 더욱 효율적인 정보를 바탕으로 구축한 동물 관리로 동물들의 건강과 안녕도 지킬 수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소결핵증 감염 여부를 예측하는 게 가능해지면서 부결핵증 등 다른 질병에 적용할 가능성도 열렸다. 딥러닝으로 소의 복지가 하나씩 개선되고 있는 셈이다.

김미란 더스쿠프 기자
lamer@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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