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과 틈을 유지해야 하는 때

[2020/틈/서울/오상민작가]
[2020/틈/서울/오상민작가]

# 오랜만에 친구에게 전화가 왔습니다. 5~6년 만입니다. 대뜸 “잘 지내냐. 건강 잘 챙겨라”고 합니다. 싱겁기 그지없습니다. 오랜만에 연락해도 어제 통화한 것 같습니다. 친구는 그런 관계인가 봅니다. 

# 틈이라는 단어를 사전에 찾아봅니다. 여러 의미 중 ‘사람들 사이에 생기는 거리’라는 뜻이 있습니다. 아마도 저와 제 친구는 ‘틈’이 넓지 않았던 모양입니다. 연락 한번으로 다시 가까워진 마음이 생기는 걸 보면 우리는 ‘같은 방향’을 보고 있었을지 모릅니다. 그렇습니다. 방향이 같으면 틈이 메워집니다. 

# 늦은 오후 한줄기 빛이 건물 사이의 틈을 비집고 들어옵니다. 세상에 퍼져있던 빛이 좁은 틈을 지나면서 ‘방향’을 찾아가는 듯합니다. 

# 원하든 그렇지 않든 사람들과 틈을 유지해야 하는 때입니다. 그래도 우리는 제 방향으로 가고 있을 겁니다. 좁은 틈을 빠져나오면서 방향을 찾은 빛처럼 말이죠. 

사진·글=오상민 천막사진관 작가 
studioten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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