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S에 숨은 주인공들
안과 대체할 기술에
반려견과의 소통까지

한껏 진화한 스마트폰, 놀라운 기술력이 탑재된 TV…. 매년 열리는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는 전세계 소비자의 이목을 끌어들인다. CES를 두고 글로벌 기업이 기술력을 뽐내는 각축장이란 말이 나오는 이유다. 하지만 CES엔 숨은 주인공들도 있다. 반려견 소통앱, 프리전압 충전기 등을 선보인 스타트업들이다. 더스쿠프(The SCOOP)가 그들의 진가를 취재했다. 
 

GS칼텍스는 정유업계 중 유일하게 CES 2021에 참가했다.[사진=GS칼텍스 제공]
GS칼텍스는 정유업계 중 유일하게 CES 2021에 참가했다.[사진=GS칼텍스 제공]

기름 냄새와 매연 냄새. 주유소에서 자동차들이 줄지어 기름을 넣을 때면 어김없이 감지되는 것들이다. 차가 다 빠져나간 주유소는 어떤가. 넓디넓은 공간이 아깝게 방치된다. 그런데 GS칼텍스가 제시하는 미래 주유소는 이런 풍경과 많이 다르다. 

그곳에선 내연기관차 대신 전기차, 전기이륜차, 전동스쿠터가 주유 대신 충전을 한다. 주유소라는 명칭이 무색할 정도다. 차가 없을 때에도 주유소는 휑하지 않다. 택배를 배달하는 각종 모빌리티가 이곳에 만들어진 자동화 물류시스템에 모여들어서다. 그중엔 드론도 있다. 수많은 드론들이 주유소 옥상에 이착륙한다. 주유소 편의점의 가정간편식도 드론으로 배달한다. 

얼마 전 막을 내린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 2021’에 정유사 중 유일하게 참여한 GS칼텍스가 선보인 미래 주유소의 모습이다. 가전제품과 기술홍보의 전장戰場으로 여겨지는 CES에 정유사가, 그것도 본업이 아닌 물류와 드론을 들고 나온 건 이례적이란 평가가 많다. 그동안 휴대전화ㆍTVㆍ이동통신 분야의 기업들이 CES의 주인공 자리를 차지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하지만 GS칼텍스처럼 지금까지 미디어에 노출되지 않았을 뿐 CES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기업은 숱했고, ‘CES 2021’에도 많았다. 

■집이야 안과야 = 앞으로는 안과에 갈 필요가 없을지도 모른다. 벤처기업 엠투에스가 개발한 ‘VROR Eye Dr.’란 VR 기술을 이용하면 안과에 가지 않아도 각종 눈 검사를 할 수 있어서다. VR기기만 쓰면 시력, 시야, 난시, 황반(망막중심부) 변성, 색맹 등 10가지 항목을 측정할 수 있다.

 

인공지능(AI)을 이용한 맞춤형 측정도 가능하고, 측정 후 데이터가 앱을 통해 곧바로 나오기 때문에 자가 관리도 할 수 있다. 이 기술은 ‘CES 2021’ 헬스&웰니스 부문에서 쟁쟁한 글로벌 기업을 따돌리고 최고혁신상을 수상했다. 

■반려견 소통앱 = “동물과 소통할 수 있다고?” 만화 같은 얘기인가 싶지만 펫테크 스타트업 너울정보는 이 기술을 이미 개발했다. 라이프스타일 분야에 출품한 ‘펫펄스’라는 앱은 AI가 탑재된 반려견 감정인식기다.

이 기기는 반려견의 음성, 활동량, 수면 정보 등을 분석해 반려견의 5가지 감정(안정ㆍ불안ㆍ분노ㆍ슬픔ㆍ행복)을 인식해낸다. 이를 통해 반려견의 돌발행동을 사전에 방지하고, 견주가 반려견을 더 세심하게 배려할 수 있다. 이 기술은 ‘CES 2021’에서는 혁신상도 거머쥐었다. 

■개인정보 보호하는 AI = 이번 CES 2021에서 주목을 받은 아이템 중 하나는 ‘개인정보 유출을 막을 수 있는 기술’이다. 삼성전자의 ‘C랩 아웃사이드(삼성전자의 지원을 받는 벤처)’에 포함된 딥핑소스의 ‘저작권 보호기술’이 바로 그것이다. 이 기술의 핵심은 정보 주체의 프라이버시는 침해하지 않으면서 데이터는 활용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는 데 있다.

 

반려견과 소통할 수 있는 기술도 등장했다.[사진=너울정보 제공]
반려견과 소통할 수 있는 기술도 등장했다.[사진=너울정보 제공]

예컨대 AI의 학습을 돕기 위해 데이터를 제공할 때는 원본과 다름없는 데이터를 제공하지만, 개인 식별정보는 모두 삭제해버리는 식이다. 보존된 데이터를 확인하려 해도 삭제된 데이터가 나온다. 따라서 개인정보가 유출될 걱정이 없다. 이렇게 하면 AI 개발자들은 머신러닝과 동시에 개인정보보호법도 지킬 수 있다. 다양한 개인정보가 AI 학습을 위해 불법적으로 거래되는 것도 막아낼 수 있다. 

■1분 만에 수질 측정 = 최소 3일이 걸리던 수질 분석을 눈 깜짝할 새 끝내는 기술이 있다. 스타트업 파이퀀트가 스마트시티 분야에 출품한 기술인데, 고체ㆍ액체ㆍ가스 등 어떤 물질이든 빛을 이용해 성분을 분자까지 분석하는 기술(분광기술)이다. 예컨대 물의 성분을 쉽고 빠르게 분석해 수질과 오염도 등을 측정할 수 있다. 

이전에도 분광기술은 있었다. 중요한 건 정확도와 속도, 그리고 가격이다. 파이퀀트는 분광기술의 분석을 방해하는 노이즈를 확 줄여 정확도는 높이고, 가격은 종전 기술 대비 수십분의 1로 낮췄다. 성분분석 소요시간도 1분이면 족하다. 이 기술은 지난해 12월 짬뽕 맛 감별 테스트에도 사용됐는데, 놀라운 정확도를 보였다. 그 인연으로 더본코리아와도 협업하고 있다. 

■충전기 하나로 끝 = 기기별로 방마다 꽂힌 충전기는 이제 떼어낼 때도 됐다. 충전 배터리가 들어가는 스마트기기는 각 제품의 정격전압이 모두 다르다. 그래서 충전기도 제각각이다. 에너지 분야에 출품한 스타트업 브로나인은 이런 불편함을 해소할 수 있는 ‘프리전압 충전기’를 선보였다.

 

이것 하나만 있으면 전세계 어떤 충전제품이든 모두 충전할 수 있다. 개별 배터리가 가진 다양한 전압을 알고리즘으로 분석해 적정 전압으로 변환해준다. 미국에서 먼저 출시된 이 제품은 다양한 글로벌 업체로부터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주문을 받고 있다.

이외에도 ‘CES 2021’에 참여한 스타트업의 기술력은 주목할 만하다. 장기간 검사가 가능한 웨어러블 심전도 측정기, 자외선 LED를 이용한 살균박스 등은 코로나19 시대에 유용한 제품이다. 

한국정보통신기술산업협회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인해 온라인으로만 진행된 CES였지만 다양한 우리나라 스타트업이 참여해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면서 “4차 산업혁명 시대에 한국의 기술이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다음 CES에 업그레이드한 기술로 한번 더 이름을 알린다면 실질적인 매출 증가로도 이어질 것”이라고 조언했다.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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