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귀반사식 새 번호판 논란
낮은 인식률 문제 해결 시급

우리나라 내연차에 달린 번호판 대부분은 ‘페인트 방식’이다. 그래서 페인트가 벗겨지면 인식률이 떨어진다는 단점이 있었다. 대안으로 내놓은 새 번호판은 ‘재귀반사식’이다. 쉽게 말해, 반사율을 높인 방식인데 인식률이 좋다는 장점이 있다. 국내 전기차 등 친환경차 번호판으로 사용되고 있다. 그런데 정작 업계에선 재귀반사식 번호판의 인식률이 신통치 않다는 비판을 제기하고 있다. 왜 이런 논란이 일어난 걸까.

국토부가 발표한 새 자동차 번호판에는 재귀반사식 필름이 부착된다.[사진=뉴시스]
국토부가 발표한 새 자동차 번호판에는 재귀반사식 필름이 부착된다.[사진=뉴시스]

자동차라면 다 달려 있는 ‘번호판’. 별것 아닌 듯하지만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다. ‘차주車主의 신분을 확실하게 알려도 떳떳하고 문제가 없다’는 시그널을 주는 도구가 바로 번호판이다. 

당연히 번호판은 정상적이어야 한다. 번호판 등이 꺼지는 일도 없어야 한다. 의도적으로 구부리거나 보이지 않게 만든다면 ‘범죄용’이란 의심을 받아 마땅하다. 이 때문에 해외 국가들은 번호판을 엄중하게 다룬다. 번호판이 잘 보이지 않으면 엄히 단속하고 벌칙도 강하다. 

한국의 자동차 번호판도 이런저런 이유로 다양한 변화를 겪었다. 2000년대 중반까지 쓰던 ‘녹색 번호판’은 “디자인이 촌스럽다”는 평가 때문에 2007년 바뀌었다. ‘흰색 바탕에 검은색 글씨’의 유럽형 번호판이다. 바뀐 번호판은 금세 문제를 드러냈다. ‘페인트 방식’이어서 식별이 어려울 뿐만 아니라 야간엔 잘 보이지 않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사실 예견됐던 문제다. 페인트 방식의 번호판은 도로에서 튀어 오른 돌 등을 이유로 페인트 면이 벗겨지는 일이 잦을 수밖에 없다. 야간엔 번호판 등이 켜 있어도 잘 보이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런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등장한 게 반사율을 높인 번호판이다. 이른바 ‘재귀반사식 번호판’인데, 푸른색 바탕의 재귀반사식 번호판이 전기차에 사용되다가 최근엔 일반 차종으로 확대됐다. 재귀반사식 번호판은 반사율이 높아서 야간 인식률이 높다는 장점을 갖고 있다. [※ 참고: 재귀반사再歸反射는 영어로 설명하면 레트로 리플렉션(retro-reflection)이다. 입사한 광선을 광원으로 그대로 되돌려 보내는 반사를 뜻한다.] 

하지만 국내에 도입된 재귀반사식 번호판은 문제가 많다. 유럽의 번호판 반사율은 휘도가 40cd에 이르지만 우리나라는 3~12cd에 불과해서다. 휘도는 빛을 반사하는 물체의 표면이 얼마나 밝은지 나타내는 양이다. 1cd는 가느다란 양초 1개를 켠 정도의 밝기다. 우리나라가 반사율을 유럽보다 훨씬 낮게 설정한 이유는 휘도가 12cd 이상인 경우엔 반사율이 높아 무인단속기의 측정이 불가능해서다. 

하지만 최하 기준을 3cd로 책정한 건 납득하기 어렵다는 비판이 많다. 휘도를 낮게 책정하면 품질 좋은 재귀반사식 번호판을 도입할 필요가 사라지기 때문이다. 최근 들어 품질이 좋지 않은 중국산 재귀반사식 필름이 유통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래서인지 최근엔 불미스러운 일도 있었다. “재귀반사식 번호판은 상황에 따라 무인단속기에 잡히지 않는다”는 골자의 유튜브 영상을 본 국토교통부가 이를 제작한 유튜버를 고발조치한 것이다. 

‘재귀반사식 번호판’의 효용성에 문제를 제기하면서 국토교통부의 조사와 개선을 요구한 영상이었는데, 과잉대응이란 지적이 쏟아졌다. 이 논란은 방송 보도로도 이어졌다. 공교롭게도 결과는 유튜버의 주장과 같았다. 방송사가 임의로 선정한 무인단속기 설치장소 3곳에서 재귀반사식 번호판은 단 한건도 촬영되지 않았다. 

반면 페인트식 번호판은 3곳 모두에서 촬영됐다. 이는 ‘반사율 덕에 인식률이 좋다’는 재귀반사식 번호판의 효용성을 무색게 하는 결과다. 그만큼 국내에 도입된 재귀반사식 번호판에 문제가 많다는 얘기다. 

아쉽게도 이 문제를 다루는 미디어는 극히 드물다. 번호판은 다른 문제와 달리 심각한 문제로 확장될 수 있음에도 그렇다. 국토교통부의 태도 역시 아쉽다. 문제를 개선하려는 노력이 필요한 시점에서 고발조치를 했다는 건 ‘억압’으로 비칠 수 있어서다. 재귀반사식 번호판, 이대로 괜찮을까. 정부의 강력한 조치와 대안 마련이 필요할 때다. 

글=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
autoculture@hanmail.net | 더스쿠프

김다린 더스쿠프 기자
quill@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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