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인산철 택할 가능성 높아
삼원계 배터리 제조사 타격
배터리 제조사 경쟁자는 애플

애플이 개발 중인 전기차를 둘러싸고 갖가지 소문이 흘러나온다. 그중 주목해야 할 건 애플이 상당수 전기차 제조업체가 채택한 ‘삼원계 배터리’가 아니라 ‘리튬인산철 배터리’를 사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리튬인산철 배터리는 용량은 적지만 화재 위험성이 낮다는 장점이 있다. 세계 자동차 업체와 배터리 업체들이 애플 전기차의 주행경로에 관심을 기울이는 이유다. 시장 판도가 완전히 흔들릴 수 있어서다.

애플이 전기차 시장에 진출하면 국내 배터리 업계가 타격을 입을지 모른다.[사진=연합뉴스]
애플이 전기차 시장에 진출하면 국내 배터리 업계가 타격을 입을지 모른다.[사진=연합뉴스]

애플의 전기차 시장 진출 소식이 전기차 시장에 큰 바람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사실 애플의 전기차 진출 계획은 새삼스러운 게 아니다. 애플은 2014년 ‘프로젝트 타이탄(Project Titan)’이라는 자율주행 시스템 개발에 착수하면서 전기차 시장 진출을 예고한 바 있다. 구글, 아마존, 바이두 등 IT업체들의 전기차 시장 진출이 흔한 일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유독 애플의 움직임에 전기차 시장이 출렁이는 이유는 뭘까. 

아무래도 애플이 그동안 보여준 혁신성 때문으로 보인다. 원래 컴퓨터를 생산하던 애플이 지난 2007년 아이폰과 앱스토어를 들고 나오면서 기존의 휴대전화 시장을 완전히 뒤바꿔 놓은 게 대표적이다. 획기적인 디자인도 빼놓을 수 없다. 세계 유명 디자이너들이 애플카의 미래 모습을 상상해 내놓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그런 애플이 전기차 시장에 뛰어들겠다고 하니 어떤 모습의 전기차가 탄생할지 기대감을 모으는 건 어쩌면 당연해 보인다. 

단순한 기대감이 아니다. 애플이 기존과는 다른 전기차를 선보일 가능성이 매우 높아서다. 배터리만 봐도 그렇다. 2015년 각종 외신들에 따르면 애플은 전기차 제조사 대부분이 사용하는 ‘삼원계 배터리(리튬이온 배터리 중 니켈ㆍ코발트ㆍ망간(혹은 알루미늄)을 양극재로 쓰는 배터리)’가 아니라 ‘리튬인산철 배터리(리튬이온 배터리 중 인산철을 양극재로 쓰는 배터리)’를 사용할 것으로 보인다. 

애플의 이런 결정은 현재 시장 분위기와는 조금 다르다. 전기차 배터리 제조사들의 시장점유율을 보면 삼원계 배터리의 비중이 월등히 높다. 삼원계 배터리를 제조하는 국내 배터리 3사(LG에너지솔루션ㆍ삼성SDIㆍSK이노베이션)와 파나소닉의 시장점유율만 합쳐도 53.1%(2020년 1~11월 기준)에 달한다. 대부분의 전기차 제조사들이 삼원계 배터리를 쓰고 있기 때문이다. 

 

배터리 전문 시장조사업체인 EV볼륨스에 따르면 지난해 1~11월 기준 제조사별 전기차 판매량 순위는 테슬라, 폭스바겐 그룹, 르노닛산, 현대자동차 그룹, GM 순이다. 이들이 생산하는 전기차는 대부분 삼원계 배터리를 채용하고 있다. 반면 리튬인산철 배터리는 CATL과 BYD 등 주로 중국 배터리 제조사들이 이끌고 있다. 리튬인산철 배터리를 사용하는 곳도 대부분 중국 로컬업체들이다. 

애플이 리튬인산철 택한 이유

각각 다른 배터리를 쓰는 데는 이유가 있다. 지향점이 달라서다. 리튬인산철 배터리는 비싼 코발트를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삼원계 배터리보다 가격이 싸고, 폭발 위험성이 낮다. 또한 충전 속도가 빠르고, 재활용하기도 쉽다. 하지만 에너지밀도가 낮아 현재 수준의 삼원계 배터리와 비슷한 성능을 내려면 더 많은 배터리를 사용해야 한다는 단점이 있다. 

다양한 화학물질을 사용하는 게 힘들다는 것도 흠이다. 삼원계 배터리는 그 반대다. 값이 비싸고 발열 위험성이 있지만, 에너지 밀도가 높아 같은 배터리 무게라면 충전시간당 거리가 훨씬 더 길다. 효율성이 좋다는 얘기다. 

이렇게 볼 때 애플이 리튬인산철 배터리를 쓴다면 그 이유는 분명하다. 리튬인산철 배터리의 성능을 최대한 끌어올려 좀 더 안전한 전기차를 만들겠다는 거다. 최근 삼원계 배터리를 채용한 전기차에서 꾸준히 일어나고 있는 화재사고도 애플의 선택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중요한 건 애플의 전기차 시장 진출로 배터리 시장도 덩달아 달아오른다는 거다. 우선 애플이 리튬인산철 배터리를 자체 생산하지 않는 이상 중국 배터리 제조사들이 수혜를 볼 가능성이 높다. 국내 배터리 3사로선 답답한 노릇이다. 단기적으로 보면 애플이라는 신규 고객을 잃을 우려가 있고, 장기적으론 리튬인산철 배터리와의 경쟁에서 밀릴 가능성이 없지 않아서다.

삼원계 배터리는 효율성이 좋지만, 화재사고에 취약하다.[사진=연합뉴스]
삼원계 배터리는 효율성이 좋지만, 화재사고에 취약하다.[사진=연합뉴스]

현재 삼원계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의 화재사고는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지만 제대로 규명되지 못한 채 표류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애플이 리튬인산철 배터리의 단점을 충분히 보완하는 전기차를 내놓는다면 전반적인 시장 분위기가 바뀔 가능성이 없지 않다. 쉽게 말해 애플의 전기차 시장 진출은 ‘전기차 배터리 시장의 경쟁자 등장’이나 마찬가지라는 얘기다. 

물론 변수는 있다. 애플이 전기차를 자체 생산하려면 막대한 투자가 필요하기 때문에 스마트폰과 마찬가지로 위탁생산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관건은 애플의 위탁생산을 받아줄 만한 자동차 제조사가 있겠느냐는 거다. 최근 애플은 현대차그룹에 손을 내밀었는데, 현대차가 애플의 손을 잡을지는 미지수다. 

애플 경쟁자는 배터리 제조사

일부에선 현대차가 애플과 손잡을 경우 현대차가 이득이 볼 수 있을 거라는 분석이 나온다. 현대차 입장에선 전기차 생산 플랫폼을 다각화해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고, 브랜드 인지도도 높일 수 있다는 거다. 또한 부족한 소프트웨어 능력을 키울 수 있다는 것도 장점으로 꼽힌다.

[※참고 : 반대론도 만만찮다. 유지웅 이베스트증권 애널리스트는 “애플 입장에선 생산 능력이 탁월하고, 전기차 개발 능력도 갖춘 현대차그룹이 매력적인 파트너일 수 있지만 되레 현대차그룹 입장에선 매력이 없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애플은 그동안 철저히 자사의 소프트웨어를 지키면서 위탁생산을 해왔는데, 금전적으로 별 이득이 되지 않는 협업을 현대차그룹이 받아들일 수 있겠냐는 거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어쩌면 국내 배터리 3사는 애플의 전기차 시장 진출이 최대한 늦춰지길 바랄지 모른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실제로 현대차가 애플의 손을 잡는다면 국내 배터리 3사의 위기 의식은 더 커질 것이다. 현재 거의 중국 업체들만 사용하는 리튬인산철 배터리가 애플로 인해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 게다가 배터리 제조사들이 화재사고 대응에 늦어질수록 시장 상황이 어떻게 바뀔지 아무도 모른다.”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저작권자 © 더스쿠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