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수혜 입은 식품업계
연초부터 가공식품 가격 인상
식품 가격 인상 정말 괜찮나

코로나19는 사람들의 발을 꽁꽁 묶어놨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화하면서 식당 등 자영업 시장은 초토화됐다. 그사이 반사이익을 누린 곳도 있다. 대표적인 곳이 식품업계다.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식품 수요가 급증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 일부 식품업체가 가격 인상 카드를 꺼내들고 있다.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주머니가 가벼워진 소비자로선 ‘배신감’이 들 수밖에 없다.

코로나19 사태로 식당 등 자영업계의 상황이 악화하는 사이 식품업체들은 반사이익을 누렸다.[사진=뉴시스]
코로나19 사태로 식당 등 자영업계의 상황이 악화하는 사이 식품업체들은 반사이익을 누렸다.[사진=뉴시스]

코로나19 사태로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식당 등 자영업 시장에선 ‘곡소리’가 커지는 반면 식품업체들은 반사이익을 톡톡히 누리고 있다. 외출ㆍ외식이 줄고 집에 머무는 시간이 증가하면서 가공식품 수요가 늘었기 때문이다.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K푸드’를 향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식품업계에 ‘봄바람’이 불었다. 지난해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을 것으로 전망되는 업체도 숱하다.

그런데 이들 중 일부 업체가 최근 가격 인상 카드를 꺼내들고 있다. 그 여파로 새해 벽두부터 가공식품 가격이 줄줄이 올랐다. 두부, 콩나물, 수산물 통조림, 콜라 등의 가격이 오르면서 코로나19 국면을 힘겹게 버티고 있는 서민들의 생활이 더 팍팍해지고 있다. 가격 인상 포문을 연 건 두부 시장점유율 1위 풀무원이다. 

이 회사는 지난 1월 7일 주요 할인점에 두부와 콩나물 가격을 최대 14%, 10%씩 인상한다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 이는 소비자가격에 속속 반영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소비자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 가격 인상폭을 조정하고 있다”면서 “실제로 소비자가 많이 구매하는 주요 제품의 가격 인상률은 8%대에 머물 것”이라고 밝혔다. 

샘표도 통조림 제품 가격을 인상했다. 1월 5일엔 ‘우리엄마 깻잎 깔끔한맛’ ‘우리엄마 명이절임’ 등 반찬류 통조림 12종의 가격을 평균 36% 올렸다. 18일에는 ‘김치찌개전용꽁치’ ‘조림전용 고등어’ 등 수산물 통조림 4종의 가격을 평균 42% 인상했다. 그보다 앞서 동원F&B도 수산물 통조림 가격을 끌어올렸다. 동원F&B는 지난해 12월 ‘꽁치 통조림’ ‘고등어 통조림’ 가격을 각각 13%, 16%씩 인상했다. 

음료류도 예외가 아니다. 코카콜라음료는 1월부터 편의점용 코카콜라 가격을 100 ~200원 인상했다. 이로써 1.5L 페트병 기준 가격은 3400원에서 3600원(5.8%)으로 올랐다. 탄산수 씨그램 가격도 1300원에서 1400원으로 올라 7.6% 인상률을 기록했다. 동아오츠카 역시 1월부터 편의점용 포카리스웨트(245mL) 가격을 7.7%(1300원→1400원), 데미소다(250mL) 가격을 16.7%(1200원→1400원) 인상했다. 

제품가격을 끌어올린 업체들은 “원재료 가격 및 제반 비용 상승에 따른 불가피한 가격 인상”이라고 입을 모은다. 정말 그럴까. 설득력이 없는 건 아니지만 곧이곧대로 받아들일 수도 없다. 제품가격의 인상폭이 원재료 가격 상승폭을 웃도는 경우가 적지 않아서다.

먼저 ‘두부’를 살펴보자. 두부의 원재료인 백태 가격이 오른 것은 사실이다. 지난해 긴 장마로 작황이 좋지 않았기 때문이다. 콩 수확이 끝나고 업체들이 매입하는 11월(2020년) 기준 백태(상품·35㎏ 당) 도매가격은 20만3514원으로 전년 동월(18만8810원) 대비 7.7% 올랐다. 하지만 풀무원의 두부 가격 인상폭은 이를 훨씬 웃돈 10% 안팎이었다. 회사 관계자는 “백태 평균 도매가격과 달리 실제 매입 가격은 40% 이상 올랐다”고 항변했지만 원재료 가격 상승 부담을 소비자에게 전가했다는 느낌을 지우긴 어렵다.

‘수산물 통조림’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업체들은 “어획량이 줄고 코로나19로 조업 일수가 감소하면서 원재료 가격이 올랐다”고 밝혔다. 먼저 통조림에 쓰이는 꽁치의 가격은 어획량이 감소하면서 급등한 게 사실이다. 하지만 함께 가격을 올린 고등어의 경우 조금 다르다. 지난해 고등어의 평균 가격(2020년 2월~2021년 1월ㆍ이하 350g 중품 기준)은 5006원으로 전년(2019년 2월~2020년 1월ㆍ4435원) 대비 12.9% 올랐다. 그런데 업체들의 고등어 통조림 가격 인상률은 이보다 훨씬 높은 수준인 16%(동원F&B), 42%(샘표)에 달했다. 

새해 벽두부터 식품업체의 가격 인상이 줄을 이었다.[사진=뉴시스]
새해 벽두부터 식품업체의 가격 인상이 줄을 이었다.[사진=뉴시스]

샘표 관계자는 “지난 10년간 수산물 통조림 가격을 최대한 자제해 왔다”면서 “어획량 감소로 꽁치와 고등어 가격이 급등해 가격 인상이 불가피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반론도 만만치 않다. 한국해양수산연구원 관계자는 “지난해 고등어 가격이 전년 대비 오른 것은 맞지만 통조림에 쓰이는 고등어는 300g 이하로 크기가 작고 상품성이 다소 떨어져 가격대가 낮은 편이다”면서 “직접적으로 통조림 가격 인상으로 직결될 수준은 아니라고 본다”고 밝혔다. 

콜라 시장점유율 1위인 코카콜라의 경우도 별반 다르지 않다. 코카콜라를 유통하는 LG생활건강 관계자는 “유통환경의 변화, 원재료 가격의 상승 등으로 가격 조정이 불가피했다”면서 “편의점용 제품은 2016년 11월 이후 4년여 만의 가격 인상으로, 소비자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코로나19 국면에서 비대면 ‘음식 배달’ 수요가 증가하고 콜라 수요도 덩달아 늘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납득하기 어려운 해명이란 지적도 많다.[※참고 : 코카콜라음료는 2018년에 이어 지난해 12월 납품 할인율 조정 등으로 업소용 코카콜라 일부 제품 가격을 사실상 인상했다.]

실제로 코카콜라음료 등을 포함한 LG생활건강 리프레시먼트 사업 부문의 지난해 3분기 매출액(4180억원)과 영업이익(632억원)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3.8%, 15.1% 증가했다. 이는 가격인상을 단행한 풀무원, 샘표도 마찬가지다. 풀무원 식품사업 부문의 지난해 3분기 기준 누적 매출액은 1조3506억원으로 전년 동기(1조3350억원) 대비 1.1%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같은 기간 353억원에서 538억원으로 52.4%나 늘었다.

같은 기간 샘표의 매출액ㆍ영업이익 증가율은 각각 14.5%(20 94억원→2398억원), 63.2%(253억원→413억원)에 달했다. 코로나19란 ‘호재’는 누렸지만 코로나19에 고통받는 ‘소비자’는 안중에 없었던 셈이다. 더 큰 문제는 향후 원재료 가격이 안정화하더라도 한번 오른 가격은 쉽사리 내려가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정희 중앙대(경제학) 교수는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소득 감소 등으로 소비자의 가계 부담이 커지고 있다”면서 “원가 상승에 따른 가격 인상은 차치하더라도 소비자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기업의 노력이 뒷받침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지원 더스쿠프 기자 
jwle11@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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