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택 펜화展

➊충남 조양문, India ink on Paper, 46.8×64㎝ ➋이탈리아 로마 콜로세움, India ink on Paper, 41×58㎝ [사진=인사아트센터 제공]
➊충남 조양문, India ink on Paper, 46.8×64㎝ ➋이탈리아 로마 콜로세움, India ink on Paper, 41×58㎝ [사진=인사아트센터 제공]

0.03㎜의 가는 펜으로 국내외 자연 풍광과 전통 문화재를 그려온 ‘기록 펜화’의 대가 김영택 작가가 지난 1월 13일 별세했다. 그의 화업畵業 30년을 결산하는 펜화 개인전을 일주일 앞둔 날이었다. 전시는 대장암으로 투병 중인 그를 응원하기 위해 김종규 문화유산국민신탁 이사장의 제안으로 준비 중이었다. 안타깝게 작가가 영면에 들었지만 함께 전시를 준비 중이던 가나문화재단은 예정대로 그의 전시를 열기로 했다.

투병 중에도 작업을 게을리하지 않던 작가였지만 그는 40대 중반까지 광고회사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살았다. 그러다 1994년 ‘제1회 세계디자인 비엔날레’에 초대작가로 참여하기 위해 해외 출장길에 올랐다가 운명처럼 펜화를 만나게 됐다. 비엔날레 출장 중 프랑스 루브르박물관에 잠시 들렀다가 그곳에서 프랑스 화가이자 삽화가인 귀스타프 도레의 작품을 감상하게 된 거다. 그는 가느다란 펜으로 무수히 선을 쌓아 완성한 그림성서를 보고 한순간 매료됐다. 귀국 후 그는 광고회사를 뒤로하고 펜화 작가의 길로 들어섰다.

김영택은 자신만의 펜화 스타일을 구축해온 작가로 유명하다. 처음부터 펜화의 기본인 서양 기법을 따르지 않았다. 당시 유행하던 일본의 기법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오랜 시간 꾸준히 자신만의 한국적인 펜화를 그려 왔다. 이런 면모는 작품 구도에서 잘 나타난다. 서양의 펜화는 먼 곳은 작게, 가까운 곳은 크게 그리는 일반적인 원근법을 사용한다.

이 원근법은 ‘내가 본다’는 인물 중심의 사고방식이다. 하지만 김영택은 ‘내게 보인다’는 방식의 원근법을 활용해 중요한 피사체를 더 잘 보이게 표현했다. 내게 보이는 사물, 즉 사물을 위한 그림을 그린 것이다. 사람들은 이를 ‘김영택 원근법’이라고 칭했다. 

30년 동안 작가는 가는 펜으로 훼손된 건축 문화재를 복원하기도 했다. 선조들의 지혜와 가치를 작품에 녹였다. 한 일간지에 10년 동안 연재를 하며 건축 문화재의 아름다움을 펜화로 알렸다. 

이번 전시에선 서울 청계천 수표교 복원화, 영은문 복원화, 혜화문 복원화 등 한국의 풍경 8점을 비롯해 프랑스 노르망디 몽 생 미셸, 로마 콜로세움, 캄보디아 앙코르와트 등 세계적인 명소를 그린 펜화 40여점을 만날 수 있다. 전시는 2월 15일까지 서울 종로구 관훈동 인사아트센터에서 열린다.


김미란 더스쿠프 기자
lamer@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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