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대현의 컴플라이언스 경영
확대되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
ISO에 마련된 ESG 경영 표준

요즘 ‘ESG 경영’을 선언한 기업들이 부쩍 눈에 띈다. 재무 성과뿐만 아니라 비재무 성과에도 초점을 맞추겠다는 뜻인데,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요구하는 최근의 추세를 반영한 행보다. 문제는 기업들이 어떤 기준에 맞춰 ESG 경영 기반을 구축해나가야 하느냐는 점이다. 여기엔 이미 국제표준화기구(ISO)가 만들어 놓은 국제표준이 있다.
 

최태원 SK 회장은 ESG 경영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경영인 중 하나다.[사진=연합뉴스]
최태원 SK 회장은 ESG 경영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경영인 중 하나다.[사진=연합뉴스]

최근 ESG가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ESG는 환경(Environmental)ㆍ사회(Social)ㆍ지배구조(Governance)의 앞글자를 딴 약어로, 기업의 비非재무적 성과를 나타내는 지표다. 올해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가 세계 144개국을 대상으로 ESG 수준을 평가한 보고서를 사상 최초로 내놓은 건 이런 흐름을 잘 보여준다.

지난 1월 14일 금융위원회가 코스피 상장사의 ESG 관련 공시 의무를 단계적으로 강화하겠다고 밝힌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런 추세에 발맞춰 재계에서도 ESG 경영이 새로운 경영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다. 지속가능한 경영을 위해선 친환경, 사회적 책임, 지배구조 개선 등 비재무적 가치를 높이는 게 중요해졌다는 얘기다. 

ESG가 주목받기 시작한 건 투자자들의 관점이 바뀌면서다. 투자자들은 그동안 경제적 가치와 재무적 성과에 초점을 뒀다. 하지만 최근엔 ESG와 같은 비재무적 성과를 고려하는 분위기가 조성됐다. 투자자들이 투자의사 결정을 내릴 때 ESG가 상당한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는 거다. 실제로 세계 금융회사 중에선 ESG 평가 정보를 투자지침으로 활용하는 곳이 꽤 많다. 앞으로 자금조달과 인수ㆍ합병(M&A) 등에서 ESG의 중요성이 커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감안하면 기업들의 ESG 경영은 불가피한 선택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중요한 건 ESG 경영을 어떻게 실천할 것이냐는 점이다. 수치로 측정이 가능한 재무적 성과와 달리 비재무적 성과를 나타내는 ESG는 실천과 평가가 어려울 수 있다. 하지만 의외로 방법은 멀리 있지 않다. 사실 ESG라는 용어가 대두된 건 최근 들어서지만, 우리에게 낯선 개념은 아니다. ESG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뜻하는 ‘CSR’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기 때문이다. ESG와 CSR을 혼동하는 경우가 적지 않을 만큼 서로 유사하지만 사실 CSR은 ESG의 선구자적인 개념에 가깝다.

 

그 때문에 기업이 ESG를 좀 더 명확하게 이해하기 위해선 CSR부터 살펴봐야 한다. CSR은 2010년 국제표준화기구(ISO)가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관한 국제표준 ‘ISO 26000(Social Responsibility)’을 제정하면서 본격적인 기준이 마련됐다. 이전에도 CSR에 관한 국제규범이 있었지만, 이 규범들을 통합해 새로운 국제표준을 만든 게 ISO 26000인 셈이다. 우리나라도 2012년 이를 기반으로 한 ‘KS A ISO 26000’을 국가산업표준으로 채택했다.

ISO 26000이 제정된 목적은 기업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서였다. 지속가능한 발전은 쉽게 말해 ‘생존(survival)’이다. 기업은 생존과 성장을 계속해야 하는데, 생존하지 않으면 성장할 수 없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제 기업이 돈을 버는 것만으로는 생존할 수 없다는 점이다. 돈을 버는 것은 물론 사회적 책임도 다해야 한다. 이는 컴플라이언스의 진정한 의미와 같다. 기업이 법적 책임과 윤리적 책임뿐만 아니라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것을 뜻한다.

사회적 책임이 국제표준으로 제정된 건 ‘표준의 역사’에서 볼 때 코페르니쿠스적 전환이었다. 이전까지 제품과 기술 중심이었던 표준이 사람, 조직의 가치, 윤리, 책임 중심의 표준으로 확장된 변곡점이었기 때문이다. ISO 26000은 다른 국제표준을 포괄하는 상위 개념의 표준인데, ▲지배구조▲인권 ▲노동 ▲환경 ▲공정운영 ▲소비자 이슈 ▲지역사회 참여 등 7대 핵심 주제를 다루고 있다. 그 안에 ESG가 포함돼 있다. ESG는 CSR의 의도를 가장 최근에 발전시킨 개념으로, 평가가 가능하도록 변형시킨 게 특징이다.

ISO 26000은 훌륭한 내용을 담고 있음에도 그동안 주목을 받지 못했다. 주제가 너무 광범위한 게 문제였다. 현실적으로나 단기적으로나 달성하기엔 어려움이 컸다. 기업들도 사회공헌 활동, 지속가능보고서 작성 등 소극적으로 참여하거나 관망하는 데 그쳤다. 하지만 ESG가 주목을 받으면서 ISO 26000도 다시 조명되고 있다. 

 

눈여겨봐야 할 건 ISO 26000만이 아니다. ISO가 제정한 컴플라이언스 관련 국제표준, 이를테면 ESG 경영의 이정표가 될 만한 것들은 그밖에도 많다. 2014년에 제정된 ISO 19600(컴플라이언스 경영시스템), 2016년에 만들어진 ISO 37001(부패방지 경영시스템)이 대표적이다. 여기에 최근 개발 중인 새로운 표준들도 있다. 지배구조와 관련된 ISO 37000, 내부고발을 다룬 ISO 37002 등이다. 특히 ISO 19600은 ISO 37301로 번호를 바꿔 인증 표준으로 발행될 예정이다.

이렇듯 ISO는 새로운 표준을 통해 컴플라이언스 세계를 확장하고 있다. 기업에서 컴플라이언스를 담당하는 직원이라면 현재 회사의 컴플라이언스 프로그램이 국제표준에서 정하고 있는 ‘베스트 프랙티스(Best Practice)’를 충족하고 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아울러 기업들 역시 국제표준을 따르고 있다는 걸 증명하기 위해 새로운 방법들을 찾아 나서야 한다. ISO 인증 취득은 그중 하나가 될 수 있다.

이제 우리 사회 전반에 표준을 기초로 한 시스템적 접근이 필요하다. 표준을 잘 만들고 잘 지키는 나라가 선진국이다. 지금 대세가 된 ESG는 ‘표준경영’으로 완성할 수 있다. 2021년 새해는 표준경영으로 시작해 보자. 

장대현 한국컴플라이언스아카데미㈜ 대표
changandcompany@gmail.com | 더스쿠프

정리=고준영 더스쿠프 기자 
shamandn2@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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