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스마트폰 시시해진 이유
UWB, 블루투스 혁신 넘을까

삼성전자ㆍ애플은 수년째 카메라 성능을 끌어올리는 데 그치는 평범한 혁신을 보여왔다. ‘갤럭시S21’ ‘아이폰12’의 마케팅 포인트 역시 카메라다. 하지만 두 회사는 평범해 보이는 신제품에 ‘비기祕器’를 숨겨 놓았다. 바로 초광대역(UWBㆍUltra-Wideband) 기술이다. 아직은 자동차의 문을 열거나 파일을 편리하게 공유하는 수준에 불과하지만 응용 능력이 무궁무진하다. 스마트폰 제조업체들이 ‘혁신은 끝나지 않았다’고 장담하는 이유다. 더스쿠프(The SCOOP)가 애플과 삼성전자의 비밀무기 UWB의 실체를 살펴봤다. 

애플과 삼성전자 UWB 기능을 새 디바이스에 장착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애플과 삼성전자 UWB 기능을 새 디바이스에 장착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올해 1월 14일 공개된 삼성전자의 새 스마트폰 ‘갤럭시S21’의 혁신 포인트는 카메라와 디자인이다. 인공지능(AI) 기술을 대폭 강화한 카메라를 탑재한 결과다. 

울트라 모델엔 무려 1억800만 화소의 카메라를 달았다. 현존하는 스마트폰 중 가장 높은 해상도다. ‘카툭튀(카메라가 툭 튀어나오는 디자인)’를 개선한 점도 눈에 띈다. 갤럭시S21은 스마트폰 프레임과 후면 카메라를 매끄럽게 이었다. 

애플의 새 스마트폰 ‘아이폰12’ 역시 카메라 성능에 많은 공을 들였다. 화소 수는 12 00만으로 낮지만, 새로운 센서를 달고 머신러닝 기술을 적용해 야간모드 화질을 높였다. 아이폰12프로와 아이폰12프로맥스 모델은 카메라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이들이 탐 낼 만한 수준이다. 광학 줌 범위는 4배까지 지원하고, 최대 60fps(초당 프레임 수)로 HDR 녹화가 가능하다. 

그렇다고 두 회사의 신제품을 ‘혁신’으로 보긴 어렵다. “사실상 넣을 수 있는 기능은 이미 다 넣었다”는 평가가 나올 정도로 스마트폰의 진화는 정점에 올라서 있다. 신제품을 시장에 꾸준하게 내놔야 하는 제조사 입장에선 곤혹스러운 일이다. 성능이 상향평준화돼 차별성을 내세우는 게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이제 신형 스마트폰으로 소비자의 마음을 흔들 순 없는 걸까. IT 업계 관계자는 “디자인을 획기적으로 바꾸거나 지문 인식, 방수, AI 비서 등 이전에 보지 못했던 기능으로 주목받던 과거의 혁신은 이제 보기 어렵다”면서도 “다만 삼성전자와 애플이 차세대 무선통신기술로 불리는 초광대역(UWBㆍ Ultra-Wideband) 기술을 신제품에 접목한 건 눈여겨볼 만하다”고 설명했다. 

대중에게 생소한 UWB 기술은 초저전력 무선통신기술 중 하나다. UWB의 복잡한 기술 구조를 단순하게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주파수 신호를 다른 기기를 향해 쏘면, 이 신호가 오가는 비행시간을 측정해 해당 기기의 정확한 위치를 계산한다. 이를 통해 기기의 방향뿐만 아니라 얼마나 멀리 떨어져 있는지를 파악할 수 있다.” 

블루투스와 비슷한 방식이지만, 광범위한 주파수 대역 덕분에 훨씬 더 안정적인 성능을 낸다. 가령 UWB는 ㎓폭의 넓은 주파수 대역을 사용한다. 2400~2483㎒ 범위에서 동작하는 블루투스보다 활용범위가 넓다. 데이터 송수신 가능거리도 100m 수준으로, 10m 안팎인 블루투스보다 훨씬 길다.

삼성전자와 애플은 이런 UWB 기술을 새 스마트폰에 탑재했다. 가령, 갤럭시S21은 이 기술을 활용해 ‘디지털 카 키’ 서비스를 지원한다. 차량 손잡이에 스마트폰을 대면 차 문이 자동으로 열리는 기능이다. ‘스마트싱스파인드’ 기능도 업데이트했다. 잃어버린 디지털 기기의 위치를 파악하는 기능인데, 과거엔 네트워크에 연결돼있을 때만 추적이 가능했다. 하지만 UWB를 활용하면 이동통신 네트워크가 끊겨도 제품을 추적할 수 있다. 

애플은 기기 간 파일을 무선으로 공유하는 ‘에어드롭’을 개선했다. 과거엔 에어드롭 활용 방식이 꽤 복잡했다. 에어드롭을 켜면 파일을 공유할 수 있는 기기 목록이 전부 리스트에 떴다. 그중 자신이 파일 공유를 원하는 기기를 찾아 일일이 선택해야 했다. UWB 기술은 다르다. 연결을 원하는 기기 방향으로 스마트폰만 내밀면 공유할 수 있는 특정 기기가 공유목록에 바로 뜬다. 기존 블루투스 기술로는 정확도가 떨어져 개선하기 어려운 기능이었다. 

사실 엄밀하게 따지면 UWB는 ‘새 기술’이 아니다. 등장한 지 20년이 넘었다. 군사용 목적으로 처음 개발됐고, 군용 레이더와 첩보 통신에 주로 쓰였다. 이후 스마트팩토리 등 산업용 시장으로 발을 넓힌 후 지금은 B2C 시장을 노리고 있다. 

그만큼 UWB 기술의 응용성은 무궁무진하다. 가령 실내 환경에선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 위성항법장치(GPS)를 대신할 수 있다. UWB가 지붕이 두껍고 벽이 많은 실내에서도 정밀한 거리 인식과 방향성을 자랑해서다. UWB만 있으면 제아무리 두꺼운 벽이 있더라도 모든 가전제품을 무선으로 연결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 때문에 UWB를 스마트폰 시장의 게임 체인저로 보는 시선도 있다. 노태문 삼성전자 사장은 지난해 말 ‘갤럭시S21 언팩 행사’를 앞두고 다음과 같은 기고문을 썼다. “삼성전자는 그간 세계 유수기업과의 협업을 통해 UWB 기술을 발전시켜 왔다. 이제 이 기술을 활용해 스마트폰으로 문을 열거나, 자동차와 스마트폰을 연결하는 등 새로운 디지털 라이프를 누릴 수 있게 될 것이다.” 

다만 UWB의 약점은 인프라다. 와이파이나 블루투스와 달리 UWB는 인프라 구축이 시급하다. 물론 삼성전자와 애플이 나선 만큼 ‘시간 문제’라는 관측도 있다. 그럼에도 UWB 시대는 빠르게 다가오고 있다. 삼성전자는 2018년부터 UWB 관련 태스크포스(TF)를 꾸리고 관련 서비스를 개발해왔다. 애플은 UWB 기술에 증강현실(AR) 생태계 구축의 핵심 역할을 부여할 계획이다. AR 글라스와 헤드셋 등에서 정확한 사용자 위치를 찾는 기능이다. 

애플, 삼성만 주목하고 있는 게 아니다.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 샤오미도 지난해 10월 UWB 기반 기술 ‘이즈렌一指連’을 발표했다. 각종 샤오미의 IT 기기들을 연결할 차세대 플랫폼이다. 과연 UWB는 소비자가 새 스마트폰을 위해 지갑을 열 만한 혁신 기술이 될 수 있을까. 

김다린 더스쿠프 기자
quill@thescoop.co.kr

저작권자 © 더스쿠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