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득권 위협하는 지역화폐의 힘
생태계 구도 새롭게 재편할까

지역화폐의 경제 효과를 둘러싼 논박이 치열하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지역화폐의 경제 효과를 둘러싼 논박이 치열하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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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 파고든 지역화폐 도장깨기 “기득권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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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용카드 대신 지역화폐를 쓰는 시민이 부쩍 늘었다. 지역화폐의 놀라운 ‘캐시백 혜택’ 때문이다. 몇몇 지자체가 발행한 지역화폐의 규모는 ‘조 단위’를 찍었다. 이거 시사하는 바가 크다. 

# 거의 모든 지역화폐는 대형마트에서 쓸 수 없다. 알짜 혜택을 주는 대신 ‘골목’에서 사용하도록 유인한 것이다. 처음엔 반신반의했지만 시민은 ‘골목상권’을 찾아가 지역화폐로 결제했다. 유통공룡이라 불리는 대형마트도 예상치 못했던 일이다. 이거 시사하는 바가 크다. 

# 유력한 대선 후보로 꼽히는 한 지자체장은 지역화폐 긍정론자다. 그는 자신이 지자체장을 맡은 모든 지역에서 지역화폐를 유통했다. 당연히 공격도 많이 받았다. 세금으로 ‘또 다른 현금’을 살포해 지지율을 끌어올린다는 이유에서다. 이런 말을 들은 지자체장은 발끈한다. 그는 “지역화폐가 국가경제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연구 보고서를 낸 국책연구원을 향해 “얼빠졌다”는 비난도 서슴지 않았다. 

# 하지만 이 싸움은 섣부른 측면이 있다. 이제 막 발행 규모를 늘리기 시작한 지역화폐는 검증의 시간이 필요하다. 지역화폐가 경제에 착한 정책인지 나쁜 정책인지는 두고 볼 일인 것도 사실이다. 

# 다만 우리가 주목해야 할 건 있다. 정치인들이 말하지 않은 지역화폐의 숨은 경제효과다. 지역화폐를 사용해본 시민들의 소비문화는 크게 바뀌었다. 이전 같았으면 신용카드를 긁었을 법한 곳에서 이젠 지역화폐를 꺼내 든다. 더 많은 혜택을 얻기 위해 대형마트가 아닌 동네마트를 찾는다.

# 이렇게 달라진 결제문화는 유통시장을 쥐락펴락하던 대형마트에도, 결제시장의 상투를 흔들던 카드업계에도 충격적인 일이다. 그간 어떤 경쟁재가 등장하더라도 점유율을 굳건히 지켜왔기 때문이다. 지역화폐가 기득권으로 똘똘 뭉친 대형마트와 카드업계의 ‘도장’을 깨버리고 있다는 얘기다. 지역화폐란 ‘새 잎’이 대형마트와 카드사란 ‘낡은 잎’을 밀어내고 있는 셈이다. 

# 지역화폐가 국가경제에 플러스인지 마이너스인지는 언젠가 숫자와 통계로 드러날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정말 주목해야 할 건 지역화폐가 만들고 있는 새로운 소비문화다. 더스쿠프(The SCOOP)가 기득권을 깨나가는 ‘시민들의 지역화폐’를 취재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지역화폐의 경제학, 새 잎과 헌 잎의 첫장을 연다. 

김다린 더스쿠프 기자 
quill@thescoop.co.kr 

이지원 더스쿠프 기자 
jwle11@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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