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리서치센터장 4人의 전망
국내 증시 상승세 이어질까

국내 증시가 ‘삼천피(코스피 지수 3000포인트)’ ‘천스닥(코스닥 지수 1000포인트)’을 달성했다. 하지만 투자자의 고민은 줄지 않고 있다. 고평가 논란이 확산하면서 주가가 하락세로 돌아설 수 있다는 우려가 커져서다. 수익을 노릴 수 있는 종목을 찾기도 쉽지 않다. 더스쿠프(The SCOOP)가 국내 증권사 리서치센터장 4人에게 증시의 미래와 주목해야 할 종목을 물어봤다.

코스피 시장에서 개인투자자의 매수세가 계속되고 있다.[사진=뉴시스] 

# 평범한 회사원 장진혁(가명·37)씨는 요즘 고민이 많다. 장씨는 동학개미운동 열풍이 시작된 지난해 주식시장에 뛰어들었다. 처음엔 재미가 쏠쏠했다. 시장에서 주목받던 코로나19 관련 제약·바이오주에 투자해 나쁘지 않은 성과를 올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관련주가 하락세를 타면서 장씨의 주식계좌도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다.

손실이 난 종목을 정리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지만 두렵기만 하다. 국내 증시가 ‘삼천피(코스피지수 3000포인트)’ ‘천스닥(코스닥지수 1000포인트)’을 달성하면서 고점 논란에 시달리고 있어서다. 마냥 버티자니 늘어나는 마이너스에 속이 타고, 다른 종목으로 갈아타려니 오를 대로 오른 주가가 하락세로 돌아서는 건 아닌지 걱정이다. 이런 고민을 하는 투자자는 장씨만이 아니다. 코로나19로 급등한 바이오주에 투자했다가 높은 변동성에 휘둘려 손실을 본 개인투자자들은 숱하다.

국내 증시의 고점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코스피지수는 지난 1월 25일 3208.99포인트를 기록해 사상 처음으로 3200포인트대를 넘어섰다. 지난 7일 3000포인트를 달성한 이후 13거래일 만이다. 2007년 7월 2000포인트를 기록한 코스피지수가 3000포인트까지 13년이 걸렸다는 걸 감안하면 놀라운 상승세다. 코스닥지수도 1월 25일 장중 1000포인트를 찍으며 ‘천스닥’이 머지않았음을 알렸다.

문제는 주식시장의 상승세가 계속되면서 거품 논란도 함께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선 어떤 투자기조를 유지해야 할까. 더스쿠프(The SCOOP)가 국내 증권사 리서치센터장 4人에게 설 이후 증시 전망과 주목해야 할 투자처를 물었다.

증권사 리서치센터장은 국내 증시가 과열 양상인 건 맞지만 폭락을 우려할 정도는 아니라고 분석했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주식시장이 과열된 것은 맞다”며 “차익실현을 노리는 매물과 펀드 환매가 증가하는 것도 이런 우려 때문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주식시장에 유동성이 끊임없이 공급되고 있어 지수가 크게 하락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당분간 3100포인트대를 중심으로 등락을 반복하는 장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국내 증권사 리서치센터장들은 주목해야 할 분야로 반도체와 전기차 등을 꼽았다.[사진=뉴시스] 

은성민 DS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의 전망도 비슷했다. “기관투자자의 매물이 크게 증가했다. 지수 상승으로 펀드 환매도 증가하고 외국인 투자자의 수급도 들쑥날쑥하다. 추가적인 지수상승을 위해서는 조정이 필요해 보인다. 하지만 지수가 급락할 가능성은 낮다. 주식시장으로 유입될 수 있는 부동자금이 여전히 풍부하고, 국내 경기회복 속도가 나쁘지 않아 외국인 투자자금이 빠져나갈 가능성이 낮기 때문이다.”

실제로 개인투자자의 매수세는 계속되고 있다. 올해 들어 개인투자자가 코스피 시장에서 4조원대의 순매수세를 기록한 것만 두차례다. 지난 1월 11일 사상 최대치인 4조4921억원의 순매수세를 기록한 이후 26일에도 4조2214억원어치의 주식을 사들였다. 2조원이 넘는 순매수세를 기록한 거래일도 5일이나 된다. 개인이 지난해 2조원 이상 사들인 날이 2거래일에 불과했다는 걸 감안하면 엄청난 매수세가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삼천피 달성한 국내 증시

이 때문인지 추가 상승세가 가능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고태봉 하이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주가는 항상 상승과 하락을 반복한다”며 “주식시장의 추세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고점이라 여겼던 코스피지수 3000포인트가 지지선이 될 수 있다. 조정기가 오면 주식 비중을 높이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그렇다면 이런 시기 투자자는 어떤 종목에 관심을 가져야 할까. 리서치센터장들은 반도체와 전기차·2차전지 등 새로운 밸류에이션을 만들어가는 종목을 눈여겨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고태봉 센터장은 “한국과 미국 재정정책의 초점이 맞춰져 있는 그린뉴딜, 디지털 뉴딜에 엄청난 재정을 투입할 가능성이 높다”며 “최근 나타난 반도체 품귀현상은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 진행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징후”라고 말했다.

그는 “디지털화가 빠르게 진행하고 있지만 스마트 시티·스마트 홈 등 구현하지 못한 기술이 여전히 많다”며 “전기차처럼 친환경과 디지털의 교집합이 이뤄지는 분야의 성장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정용택 센터장은 삼성전자가 가장 안정적이라며 말을 이었다. “삼성전자의 올해 영업이익 전망치는 45조~50조원가량이다. 2022년 전망치는 59조원으로 2018년 기록했던 사상 최고치 실적(58조원)을 뛰어넘을 전망이다. 반도체 사이클이 안정적이라는 걸 감안하면 가장 안정적인 투자처가 될 것이다. 하지만 반도체와 전기차 등은 모두 장기적으로 투자해야 성과를 볼 수 있다.”

대형주와 중소형주 중 어떤 것을 선택해야 하는지에 관해서는 의견이 갈렸다. 최석원 SK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현재의 주가 상승은 경기회복 기대감과 시장에 유입된 신규 자금이 만들어 내고 있다”며 “경기회복과 관련한 종목은 반도체·2차전지·조선·소재 등 수출 관련 종목으로 대부분 코스피에 속해 있는 대기업 관련주”라고 말했다. 그는 “주식시장으로 유입되는 신규 자금도 이런 대형주에 몰리고 있다”며 “대형 우량주를 중심으로 투자 포트폴리오를 구성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코스닥과 같은 중소형주가 시장의 주목을 받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코스닥지수가 1000포인트를 넘어서는 등 중소형주를 향한 투자자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어서다. 최근 대형주의 상승세가 가팔랐다는 점도 중소형주의 상승을 점치게 하는 요인이다.

대형 우량주 상승세 이어질까

은성민 센터장은 “가파른 상승세를 기록한 대형주가 상승하기 위해서는 조정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며 “대형주와 비교해 상승세가 둔했던 중소형주가 투자자의 주목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는 “최대 연기금인 국민연금이 코스닥 시장의 투자 비중을 확대할 것이란 얘기가 나오고 있다”며 “반도체·2차전지·신재생에너지 등의 분야에서 실적이 받쳐주는 중소형주의 비중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리서치센터장들은 마지막으로 투자기간을 길게 잡으라고 조언했다. 시장을 예측하거나 시장을 따라 움직이는 단기투자로는 안정적인 수익을 올릴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최석원 센터장은 “과도한 유동성과 장기간 이어진 저금리 기조, 마땅한 투자처가 없다는 점이 증시를 이끌고 있다”면서도 “주식시장이 과열됐다는 평가를 받는 만큼 언제든지 조정이 이뤄질 수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시장 변화에 단기적으로 대응하면 손실을 볼 수밖에 없다”며 “단기투자를 하는 소액 투자자보다 우량주를 장기적으로 보유한 자산가의 투자 수익률이 높다는 분석 결과도 있다”고 강조했다.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ks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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