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리용품 지원사업 현주소
지원사업 신청률 높아졌지만
구입처 등 보완할 곳 많아

# 2016년 5월, 저소득층 여성 청소년이 생리대를 살 돈이 없어 신발 깔창과 휴지를 쓴다는 이른바 ‘깔창생리대’ 이슈가 전국을 흔들었다. 이로 인해 그동안 알면서도 알려지지 않던 문제들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하나는 생리대가 비정상적으로 비싸다는 것, 또 하나는 생리대 비용을 감당하지 못해 수건 따위로 버티는 아이들이 드물지 않다는 거였다. 

# 그로부터 5년이 흘렀다. 그사이 정부는 나름의 지원정책을 마련했다. ‘생리대 때문에 마음고생을 하는 아이들이 더 이상 나와선 안 된다’는 공감대도 확산됐다. 최근엔 모든 여성 청소년에게 생리대 비용을 지원해 줘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나온다. 

# 그렇다고 ‘월경 문제’가 완전히 해결된 건 아니다. 정부·지자체 지원사업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아이들은 여전히 숱하다. 생리용품 지원사업의 신청률이 100%가 채 되지 않는 건 이를 잘 보여주는 통계다. 예나 지금이나 생리대 가격이 비싸다는 점도 문제다. 누군가는 여전히 월경을 할 때마다 고민하고 있다는 얘기다. 

# 더스쿠프(The SCOOP)가 깔창생리대 그후 5년을 취재했다. 의미 있는 변화도 있었지만 풀지 못한 숙제도 많았다. 

정부는 5년 째 생리용품 지원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정부는 5년 째 생리용품 지원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2016년 ‘깔창생리대’라는 충격적인 단어가 이슈로 떠올랐다. 저소득층 여성 청소년들이 일회용 생리대를 살 돈이 없어 신발 깔창·휴지·수건·신문지 등을 대신 이용한다는 얘기였다. 생리대 가격이 비싸다는 지적과 더불어 생리대를 지원해줘야 한다는 여론이 커지자 정부는 그해 생리대 지원사업을 시작했다. 그로부터 5년, 어떻게 진행돼 왔을까.

2016년 전국은 ‘깔창생리대’ 이슈에 들썩였다. 저소득층 여성 청소년이 생리대를 살 돈이 없어 신발 깔창과 휴지를 쓴다는 내용이었다. 심지어 수건이나 신문지로 버티는 아이들도 드물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 생리대 가격이 다른 나라보다 비싸다는 사실까지 밝혀져 공분을 샀다(2016년 기준 한국 개당 331원, 프랑스 218원, 일본·미국 181원, 한국소비자원). 여성이 생리기간 하루 평균 5~8개의 생리대를 사용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저소득층 여성 청소년에겐 만만치 않은 수준의 가격대였다. 

이슈가 들불처럼 확산하자 정부가 나섰다. 그해부터 생계·의료급여 수급 청소년, 시설 이용 청소년 중 만 11~18세 여성 청소년을 대상으로 지원사업을 시작했다. 하지만 지원 방식이 문제였다. 생리대를 현물로 일괄 지원하다 보니 정작 청소년이 원하는 제품을 사용할 수 없었다. 생리대를 받는 과정에서도 문제가 있었다. 청소년이 직접 수령하는 방식이어서 의사와 상관없이 빈곤이 드러날 수밖에 없었다. 정부 정책이 생리대를 쓰는 입장이 아닌 ‘수혜’에 초점을 맞춘 탓이었다. 

논란에도 생리대 현물 지원은 3년(2016~ 2018년)이나 이어졌고, 2019년에야 바우처 지급 방식으로 바뀌었다. 그사이 사업 주체도 여성가족부로 변경됐다(2018년). 지급 방식은 대상자 또는 대리인이 ‘국민행복카드’를 발급받으면 생리용품을 구매할 때 사용할 포인트를 지급하는 식이다. 지원 금액은 월 1만500원으로 시작해 매년 올라 올해는 1만1500원으로 책정됐다. 카드사는 BC·삼성·롯데카드 3곳이다. 업체마다 바우처를 쓸 수 있는 온·오프라인 사용처가 정해져 있다. 

이렇게 생리용품 지원 사업은 조금씩 개선돼왔다. 여성단체 측에선 “지원 방식이 현물 지급에서 바우처로 바뀐 것만으로도 큰 변화”라고 말한다. 청소년들의 신청률도 상승하고 있다. 2019년 생리대 바우처 신청률은 76%에 그쳤지만 지난해 말에는 87%대까지 높아졌다(여성가족부). 

2016년 깔창생리대 논란 이후 정부는 저소득측 여성 청소년에게 생리용품을 지원하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2016년 깔창생리대 논란 이후 정부는 저소득층 여성 청소년에게 생리용품을 지원하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하지만 보완할 부분은 여전히 숱하다. 무엇보다 접근성이 떨어진다. 지원금으로 생리용품을 구매할 수 있는 오프라인 판매처가 카드사마다 달라서다. 롯데카드는 롯데마트와 VIC마켓에서 바우처를 이용할 수 있지만 신세계 계열 채널(이마트·이마트트레이더스·노브랜드)에선 불가능하다.

반면 BC·삼성카드는 신세계 계열 유통 채널에서 바우처를 쓸 수 있지만 롯데마트·VIC마켓에선 사용 불가다.[※참고 : 홈플러스· CU·GS25·농협하나로마트에선 카드사와 상관없이 바우처를 이용할 수 있다.]

깔창생리대 이후 지원 5년째

온라인 채널은 더욱 제한적이다. 그나마 판매처가 가장 많은 건 BC카드로, G마켓·옥션·먼슬리씽(앱) 3곳에서 바우처를 쓸 수 있다. 삼성카드와 롯데카드는 자사몰에서만 사용 가능하다. 이 때문에 구매할 수 있는 생리용품이 한정적이다. 청소년들이 바우처로 월경컵, 면생리대 등 다양한 제품을 써보고 싶어도 쉽지 않다는 얘기다. 여가부는 “편의성을 높이기 위해 지속적으로 판매처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며 “추후 확정되면 별도로 알릴 예정”이라고 밝혔다. 

바우처 자체의 한계도 있다. 온라인에서 구매 시 배송료는 개인이 부담해야 한다. 편의점이나 마트에서 구매할 때 필요한 봉투 비용도 별도다. 지원 금액이 넉넉한 것도 아니다. 해마다 늘었다곤 하지만 1만1500원으로 한달치 생리용품을 구매하는 건 쉽지 않다. 2017년 일회용 생리대의 유해성 논란이 일어난 후 사용량이 가파르게 늘어난 유기농 생리대는 저소득층 청소년에게 언감생심이다. 

유기농 생리대의 가격은 개당 600~900원대로, 개당 200~300원대인 일반 생리대보다 훨씬 비싸다. 정부 정책으로 깔창생리대를 사용할 수밖에 없는 저소득층 청소년이 부쩍 줄었을지 모르지만 다양한 선택권을 얻는 건 아직 멀었다는 얘기다. 그렇다고 생리대 지원사업의 전망이 부정적인 건 아니다. 생리대 신청률이 상승한 만큼 예산이 늘었다(65억원→68억원). 조금씩이지만 판매처도 추가되고 있다.

여성 청소년 모두에게 생리용품 비용을 지원하자는 움직임도 나오고 있다. [※참고 : 생리대 무상지원을 시행한 지자체는 아직 경기도 여주시뿐이다. 경기도는 올해부터 이를 광역사업으로 확대한다.] 여성단체 관계자는 “코로나 사태로 예산 책정이 더 어려운 것으로 보인다”며 “시구군 단위의 지자체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깔창생리대 이슈가 터진 지 벌써 5년이 지났다. 그동안 정부와 기업 등이 적극 지원을 약속하면서 나섰지만 문제는 완전히 해결되지 않았다. 복지의 사각지대에 놓인 누군가는 여전히 생리대 비용을 두고 고민하고 있다. 모아나 여성환경연대 활동가는 이렇게 짚었다.

“지원사업이 시작된 지 수년째지만 아직도 사업을 몰라서, 혹은 아무도 챙겨주지 않아서 (생리대를) 받지 못하는 아이들이 있다. 보호자가 이를 알고 있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지원금액도 중요하지만 더 많은 아이들이 혜택을 받도록 하는 게 먼저다.” 

심지영 더스쿠프 기자
jeeyeong.shim@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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