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준열의 경매 뒤집기

어떻게든 부동산을 저렴하게 매입하려는 사람은 경매시장에도 관심을 가진다. 그중 상당수는 ‘경매 컨설턴트’의 도움을 받는다. 전문가의 도움을 받으면 운 좋게 좋은 물건을 구할지 모른다는 희망 때문이다. 하지만 여기엔 얄팍한 꼼수가 숨어있을 가능성이 높다. 경매시장에서 통용되는 ‘윗바지 아랫바지’ 함정을 살펴보자. 

경매 컨설팅을 통해 입찰을 하다보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함정에 빠질 수도 있다.[사진=연합뉴스]
경매 컨설팅을 통해 입찰을 하다보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함정에 빠질 수도 있다.[사진=연합뉴스]

사람들은 ‘경매’ 하면 부동산을 싸게 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경매 시장에는 초보자를 노리는 함정이 도사린다.  ‘윗바지 아랫바지 함정’ 이야기를 해보자. 여유자금 5000만원을 갖고 있던 A씨는 조금이라도 저렴하게 부동산을 매입하기 위해 경매에 관심을 기울였다. 

쉽게 접근하기 어려운 시장이다 보니 비용을 내고 경매 컨설팅도 받아볼 생각이었다. A씨가 찾아간 경매 컨설팅 회사 측은 ‘낙찰가의 1%’를 수수료로 계약할 것을 권유했다. 대부분의 회사가 제시한 조건과 큰 차이가 없다고 느낀 A씨는 그 업체와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 후 컨설팅 회사 소속 직원들은 A씨에게 끊임없이 경매 사건을 분석해주고 조언했다. “분석 결과가 좋지 않으니 포기하는 게 좋다” “이런 매물은 시도해보면 좋지만 무리할 필요는 없다”는 등 객관적인 평가를 받은 A씨는 일말의 의심도 지워버렸다. 

그러던 중 경매 컨설팅 직원이 A씨에게 서울의 한 오피스텔 경매에 참여할 것을 권유했다. “위치가 좋아 무리해서라도 잡는 게 좋습니다. 가지고 있는 돈에 대출까지 끌어써야 합니다.” A씨는 객관적인 분석을 해주던 컨설팅 직원의 말을 믿고 여유자금 5000만원에 대출금까지 고려해 1억5000만원을 써냈지만 실패했다. 

1억4700만원을 부른 3순위는 간신히 따돌렸지만 1억7000만원을 써낸 사람이 있었다. 실망하던 찰나, 뜻밖의 소식이 전해졌다. 1억7000만원을 써낸 1순위 입찰자가 보증금을 잘못 기입해 자격을 상실했다는 거였다. 

어리둥절해하던 A씨에게 컨설팅 직원은 이렇게 말했다. “운이 정말 좋았다. 입찰 보증금 실수는 종종 일어나는 일이니 조심할 필요가 있다.” A씨는 “정말 아슬아슬하게 오피스텔을 얻어 짜릿했다”며 즐거워했다. 

그런데 여기서 궁금한 게 있다. A씨의 사례는 행운일까. 그렇지 않다. 이는 경매 컨설팅의 흔한 수법이다. 경매 컨설팅 업계에서는 고객보다 높은 가격을 써낸 1순위 입찰자를 ‘윗바지’, 간발의 차이가 나도록 3순위 입찰가를 써낸 입찰자를 ‘아랫바지’라고 부른다.

컨설팅 직원이 A씨의 입찰 가격을 알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고객의 입찰가 위아래로 입찰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항의가 나올 여지를 사전에 차단하는 거다. 낙찰돼야 수수료를 얻는 구조인 만큼 컨설팅 회사는 고객이 어떻게든 낙찰에 성공하게끔 만든다. A씨는 이런 속성에 속아넘어간 셈이다. 

이런 일을 피하는 방법은 단 하나다. 입찰가를 다른 사람에게 말하지 않는 거다. 뻔한 조언이긴 하지만 ‘전문가가 도와줄 테니 괜찮겠지’란 믿음도 버리는 게 좋다.  

허준열 투자의신 대표
co_eunyu@naver.com | 더스쿠프

정리 = 최아름 더스쿠프 기자
eggpuma@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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