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의 깊이」
도시의 인문적 아름다움

건축 공간에 대한 이해와 안목은 일상을 예술로 만들기도 한다.[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
건축 공간에 대한 이해와 안목은 일상을 예술로 만들기도 한다.[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

작은 진료실에서 환자를 보던 치과의사가 돌연 유학을 떠나 건축가의 길을 걸었다. 그리고 10년간 전세계 수많은 도시의 건축 공간을 촬영하고 기록했다. 신간 「도시의 깊이」는 호기심 많은 의사의 여행에서 시작해 건축가의 고민으로 완성된다. 저자는 공간탐구자가 된 배경을 이렇게 설명한다. “시간 날 때마다 일상과는 다른 곳을 찾아 떠났다. 사람들과 관광지나 유적지, 맛집을 다니다 보니 혼자 떠날 용기가 생겼고 도시 뒷골목을 다니면서 도시와 건축에 관심을 갖게 됐다.” 

이 책은 일상을 예술로 만드는 공간들로 채워졌다. 저자의 시선으로 재탄생한 공간들은 다양한 맥락과 표정을 품는다. 저자는 “건축가란 사회를 바라보는 관점을 탄생시키는 사람’이라고 말한다. 이는 건축설계 과정에 ‘좀 더 건강하고 아름다운 사회’에 대한 생각을 포함하려는 노력으로 이어진다. 

예를 들어 공동주택에는 주거 현실의 문제를 꼬집는 인식과 통찰이 담겨 있고, 미술관에는 사회적 역할에 관한 고민이 녹아 있는 식이다. 저자는 “건축가는 유구한 세월을 간직한 유적지부터 현대의 쇼핑몰까지, 역사와 시대의 인식도 함께 반영한다”고 강조한다. 

아시아에서 남미까지, 저자가 직접 찍은 사진들은 미디어에서 봐 온 흔한 이미지들과는 사뭇 다르다. 황톳빛 바람이 머문 모로코의 골목, 페루의 도시 리마의 벽화에서 발견한 파블로 네루다의 시, 360개 방이 360도 원형으로 배치된 덴마크 코펜하겐의 티에트겐 기숙사 등 세상의 숨은 공간들이 눈앞에 생생하게 펼쳐진다.

이 책은 도시 공간을 5가지 인문학 키워드로 나눠 설명한다. 1장 ‘도시는 일상이 아닌 것을 상상한다’에서는 묘지나 성당, 도서관 같은 ‘비일상’을 다룬 헤테로토피아(Heterotopia)를, 2장 ‘도시는 오감 그 자체다’에서는 현상학(Phenomenology)을 통해 빛, 색과 향기, 물과 유리 등으로 오감을 극대화하는 공간들을 이야기한다. 

3장 ‘도시는 공간을 실험한다’에선 현대 건축의 중심이 되는 구조주의(Structuralism)를 소개하고, 4장 ‘도시는 자연에서 배운다’에서는 자연을 모방한 건축설계인 바이오미미크리(Biomimicry)를 살펴본다. 5장의 ‘도시와 건축과 사람은 하나다’ 편에서는 건축물로부터 시작해 도시와 사람의 삶으로 확장되는 스케일(Scale)을 다룬다.

아울러 현대사회의 건축이 나아갈 방향을 고민한다. 자연에 순응하고 주변의 맥락을 고려하는 건축물의 아름다움은 대체가 어렵다는 것을 유사한 공간들을 통해 짚어본다. 건축 재료와 디자인을 편견 없이 적재적소에 사용하는 능력은 개인의 노력과 더불어 사회적 합의가 뒷받침돼야 한다는 점도 지적한다. 

건축 공간을 이해하는 안목은 지식과 사유의 폭을 넓혀주고 무심히 보내던 일상을 예술로 만드는 영감을 선사한다. 이 책은 이국의 도시를 감상하는 미적 즐거움을 넘어 건강하고 아름다운 사회적 공간을 향한 상상력을 전달한다. 해외여행이 불투명해진 시대의 독자들에게 ‘비대면 여행의 기쁨’은 색다른 선물이 될 듯하다. 

세 가지 스토리

「서점 일기」

숀 비텔 지음|여름언덕 펴냄

스코틀랜드에서 가장 오래된 중고서점 ‘더 북숍’. 이곳엔 없는 책이 없다. 16세기 성경책부터 영국 소설가 애거사 크리스티의 초판본까지. 마치 애서가들의 ‘천국’ 같다. 실제로 우리는 오래된 서점처럼 자본주의 세계에서 주도권을 잃었지만 사라지지 않은 공간들에 낭만을 품는다. 더 북숍의 주인인 저자는 그 낭만을 산산조각 낸다. 생계를 유지하기 위한 그의 고군분투와 책에 대한 애정이 서린 회고록이다.

「제로 웨이스트는 처음인데요」
소일 지음|판미동 펴냄

1인당 하루에 평균 1.06㎏의 쓰레기를 배출한다. 쓰레기가 넘쳐나는 시대를 멈추기 위한 ‘제로 웨이스트’ 운동은 어떻게 시작해야 할까. 이 책은 일회용품을 쓰면서 지구 환경을 걱정하는 평범한 사람들을 위한 안내서다. 저자는 동일본 대지진과 경주 지진 등을 겪으면서 ‘물건’을 새롭게 생각하게 됐다고 밝힌다. 그는 제로 웨이스트의 첫걸음으로 ‘소비의 날 정하기’ ‘손수건 휴대하기’ ‘에코백 만들어 쓰기’ 등을 제안한다.

「우리 집에는 꼬마 철학자가 산다」
노신화 지음|소울하우스 펴냄


세살배기 다섯살배기 아이들과 철학을 이야기할 수 있을까. “싸우지 마”     “뛰지 마” “나쁜 말 하지 마”를 반복하며 사는 엄마들로선 고개를 갸우뚱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두 아이를 키우는 엄마이자 작가인 저자는 불가능한 일이 아니라고 말한다. 그는 어린 아이들과 일상 속에서 철학적 사고를 꽃피우는 방법을 알려준다. 아이들과의 대화에 「논어」 「격몽요결」 과 같은 철학을 녹여내는 비법도 소개한다.

이지은 더스쿠프 기자 

suujuu@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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