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코로나19 대응 지출 꼴찌
그나마도 간접지원에 치중
선제적인 직접 지원 늘려야

코로나19 상황이 만 1년이 다 돼 간다. 그동안 누군가는 직장을 잃었고, 누군가는 가게를 접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재난지원금 카드를 고민하는 건 당연해 보인다. 문제는 우리나라에 그럴 만한 재정적 여유가 있느냐다. 더스쿠프(The SCOOP)가 ‘코로나19에 대한 국가별 재정정책 대응 데이터베이스’를 나라살림연구소와 함께 분석해봤다.

코로나19에 대응해 대출보다는 현금성 지원이나 세액감면 등 직접적인 지원을 늘려야 한다.[사진=연합뉴스]
코로나19에 대응해 대출보다는 현금성 지원이나 세액감면 등 직접적인 지원을 늘려야 한다.[사진=연합뉴스]

“한국은 코로나19로 피해를 본 이들을 위해 선택적 지원을 늘리고, 공공투자를 가속화할 여력이 있다.” 지난 1월 28일 국제통화기금(IMF) 측이 정부(기획재정부)와 화상으로 진행한 IMF 연례협의 결과 브리핑에서 밝힌 내용의 일부다. 쉽게 말해 IMF가 우리 정부에 돈을 더 쓰라는 조언한 셈이다. 그러자 일부에서는 정부가 코로나19 대응에 얼마나 많은 재정을 쏟아부었는데, 저런 조언을 내놓느냐는 지적이 나온다. 

하지만 IMF의 조언에는 나름의 근거가 있다. 코로나19 대유행(2020년 4월) 이후 IMF가 공개하고 있는 ‘코로나19에 대한 국가별 재정정책 대응 데이터베이스’를 통해서도 알 수 있다. 이 DB는 코로나19로 인한 직간접적인 피해 복구를 위해 세계 각 정부가 얼마나 많은 추가 재정정책을 취하고 있는지를 수치로 정리한 것인데, 이를 나라살림연구소가 분석했다. 

그 결과, 2020년 12월 말 기준으로 한국은 G20에 속한 10개의 경제선진국(Advanced economies) 가운데, 국내총생산(GDP) 대비 코로나19 대응 재정 지출 비중이 가장 낮았다. [※참고 : 물론 IMF는 코로나19로 인한 전파 상황이나 충격에 따른 영향, 재정정책의 구분이나 범위가 국가마다 조금씩 다르기 때문에 단순히 비교하기는 어렵다는 점을 명시했다. 다만 한국의 경우 GDP 대비 재정 지출 비중이 워낙 낮아 다른 국가들과의 격차가 심하게 나타난다는 점에서 비교해볼 만한 가치는 충분하다.]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우선 ‘경제선진국 10개국’은 우리나라를 비롯해 독일, 미국, 스페인, 영국, 이탈리아, 일본, 캐나다, 프랑스, 호주(가나다순)다. IMF는 국가별 코로나19 대응 지출을 지원 방식에 따라 ‘추가지출 및 기존 세액감면(Additional spending or foregone revenues)’과 ‘유동성 지원(Liquidity support)’ 두가지로 구분했다. ‘추가지출 및 기존 세액감면’ 조치는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예산사업 추진 ▲재난지원금 등 현금 지원 ▲세액감면과 같은 ‘직접적인 지원’을 의미한다. 반면 ‘유동성 지원’ 조치는 추후 자금을 상환받는 것을 전제로 한 대출이나 보증과 같은 ‘간접적인 지원’을 의미한다. 

이를 기초로 국가별 재정 지출 비중을 살펴봤더니 우리나라는 13.6%로 10개국 중에서 가장 낮았다. 1인당 GDP가 한국보다 적은 스페인(18.5%)보다도 지출 비중이 낮았다. 지출 비중이 가장 높은 국가는 일본(44.0%)이었다. 이탈리아(42.3%), 독일(38.9%), 영국(32.4%), 프랑스(23.5%)가 뒤를 이었다. 지출액을 비교해도 결과는 같았다. 우리나라는 2220억 달러로 가장 아랫단에 위치했다. 

지출액이 가장 많은 국가는 미국(4조130억 달러)이었다. 그 뒤로는 일본(2조2100억 달러), 독일(1조4720억 달러), 영국(8780억 달러), 이탈리아(7900억 달러) 순이었다. 지출액도 많고, 지출 비중도 높은 국가는 일본과 독일이었다. 

지원 방식에 따른 지출 비중은 어땠을까. ‘추가지출 및 기존 세액감면(직접적 지원)’의 경우, 우리나라는 GDP의 3.4%를 지출했다. 반면 ‘유동성 지원(간접적 지원)’에는 약 3배인 10.2%를 지출했다. 나머지 국가들은 평균적으로 11.2%를 직접적 지원에, 15.6%를 간접적 지원에 지출했다.

코로나19 대응 지출 꼴찌

직접적 지원 비중이 가장 높은 국가는 미국(16.7%)이었는데, 미국은 간접 지원 비중이 2.4%에 불과했다. 호주(직접 16.2%ㆍ간접 1.8%)와 캐나다(직접 14.6%ㆍ간접 4.0%)도 직접 지원의 비중이 훨씬 높았다. 영국은 2020년 말에 직접 지원 비중을 늘려 간접 지원 비중과의 차이가 0.2%밖에 나지 않았다. 

지원 방식에 따른 지출 현황을 보면 경향성이 나타났는데, 전체 지출 비중이 높은 국가(일본ㆍ이탈리아ㆍ독일ㆍ영국ㆍ프랑스)일수록 간접 지원 비중이 더 높았다는 점이다. 그럼에도 이들 국가는 평균 11.5%를 직접 지원에 사용했다. 반면 한국은 전체 지출 비중이 가장 낮음에도 간접 지원 비중이 높았다. 

코로나19 확진자가 늘어나던 지난해 말, 정부는 코로나19 대응 재정 지출을 되레 줄였다.[사진=연합뉴스]
코로나19 확진자가 늘어나던 지난해 말, 정부는 코로나19 대응 재정 지출을 되레 줄였다.[사진=연합뉴스]

종합하면 결론은 이렇다. 한국은 경제선진국 10개국 중 가장 적게 재정지출을 풀었다는 건데, 그조차도 직접 지원보다는 간접 지원에 치중했다는 얘기다. 물론 여기서 고려되지 않은 부분이 있다. 국가마다 코로나19의 피해 규모가 다르다는 점이다. 따라서 ‘한국의 방역이 다른 국가들보다 뛰어났기 때문에 재정 지출이 더 적었던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올 수 있다. 실제로 인구 대비로 볼 때 한국은 10개국 가운데 코로나19 확진자나 사망자가 적은 편이다. 

하지만 타당한 지적은 아니다. IMF는 ‘추가지출 및 기존 세액감면’을 세분화해서 ‘건강 부문’과 ‘건강을 제외한 부문’으로 나눴다. 이에 따라 방역과 관련 있는 ‘건강 부문’을 빼더라도 한국의 지출 비중이 가장 낮다는 사실은 바뀌지 않았다. [※참고 : 우리나라는 ‘건강 부문’ 지출 비중 역시 0.3%로 가장 낮았다.] 

선제적으로 직접 지원 늘려야

주목할 점은 또 있다. 지난해 6월부터 12월까지 모든 국가에서 전체 지출 비중이 평균 5.1% 늘어나는 동안 한국은 0.3% 증가하는 데 그쳤다는 거다. 지출 비중 증가율 역시 가장 적었다. 특히 지난해 10월부터 두달 동안의 변화를 비교하면 유일하게 감소(0.1%)한 국가였다. 코로나19가 장기화하면서 경제적인 피해가 더 늘고 있다는 점, 10월 이후 코로나19 확진자가 늘어나면서 정부가 사회적 거리 두기를 단계적으로 격상했다는 점 등을 감안하면 상식적이지 않은 조치다. 

코로나19 백신이 나오고 있다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변이 바이러스의 확산 가능성도 고려해야 한다. 코로나19의 여파가 올해 연말까지도 지속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이런 상황에서 사회적 거리 두기 등 방역 조치에 따른 경기침체도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가계와 소상공인의 피해가 더 늘어날 가능성이 없지 않다.

그렇다면 정부도 대출이나 보증과 같은 간접 지원보다는 선제적이고 직접적인 지원을 통해 국민의 일상이 무너지지 않도록 사회안전망을 튼튼히 다져야 하지 않을까.

정다연 나라살림연구소 연구원
narasallim@gmail.com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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