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펀드 인수 1년
맘스터치 현주소
영업이익 증가했지만
숱한 논란에 얼룩져

2019년 11월, 해마로푸드서비스의 새 주인이 사모펀드가 된다는 소식이 들렸다. 정현식 전 회장이 자신의 지분을 대거 사모펀드에 넘기면서다. 그로부터 1년 4개월여 동안 회사 안팎으로 각종 이슈가 터졌다. 회사 내부에서는 노조가 설립돼 회사와 갈등을 빚었고, 1년 새 대표가 2번이나 바뀌었다. 회사 바깥에선 맘스터치의 가격 인상 이슈가 터져 맘스터치의 ‘가성비’ ‘상생’ 이미지에 흠집이 났다. 그렇다면 실적은 어땠을까. 이런저런 논란에도 이 회사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더 늘어났다. 이걸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더스쿠프(The SCOOP)가 맘스터치의 현주소를 냉정하게 분석했다. 

해마로푸드서비스의 정현식 전 회장은 2019년 자신의 지분을 사모펀드에 넘겼다. [사진=뉴시스]
해마로푸드서비스의 정현식 전 회장은 2019년 자신의 지분을 사모펀드에 넘겼다. [사진=뉴시스]

2019년 12월, 수제버거·치킨 프랜차이즈 ‘맘스터치’를 전개하는 해마로푸드서비스의 정현식 전 회장은 자신의 지분 대부분을 사모펀드 한국에프앤비홀딩스(케이앤엘파트너스)에 양도하는 계약을 맺었다. 정 전 회장이 매각한 주식은 5378만여주(지분율 56.8%)로, 전환사채권을 포함한 매각 대금은 총 1937억8129만원에 달했다. 

갑작스러운 매각 소식에 회사 안팎은 시끄러워졌다. 불안감을 느낀 내부 직원들은 노동조합(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서비스일반노동조합 해마로푸드서비스지회)을 결성했고, 외부에선 가성비 좋은 브랜드인 맘스터치가 변할지도 모른다는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해마로푸드서비스의 주인이 사모펀드로 바뀐 지 1년, 그동안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 

■노조 설립과 깊은 갈등 = 정 전 회장의 지분 매각 소식이 나온 직후 해마로푸드서비스 직원들은 노조를 설립했다. 직원들이 노조까지 만들며 반발한 이유는 크게 두가지다. 하나는 정 전 회장이 임직원과 상의 없이 매각을 결정했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사모펀드가 수익 극대화를 목표로 하는 만큼 고용 안정이 위협받을 것이라는 불안감 때문이었다. 이후 노조와 회사는 96개에 달하는 단체협약안을 두고 2020년부터 교섭을 벌였다. 

1년 넘게 이어진 교섭 과정에서 노조와 회사는 수차례 갈등을 빚었다. 지난해 3월 노조는 “사모펀드 경영진이 조합원 명단 공개 요구, 노조 무력화 시도 등 부당노동행위를 했다”며 고용노동부에 진정서를 냈다. 4월엔 “노조 부지회장을 감시하고 부당한 사유로 대기발령시켰다”는 이유를 들어 경영진을 고소했다. 8차까지 이어진 교섭 이후에도 의견이 좁혀지지 않자 노조는 서울지방위원회에 쟁의조정을 신청했다(조정중지로 결정됨). 

해마로푸드서비스의 정현식 전 회장은 2019년 자신의 지분을 사모펀드에 넘겼다. [사진=뉴시스]
해마로푸드서비스의 정현식 전 회장은 2019년 자신의 지분을 사모펀드에 넘겼다. [사진=뉴시스]

합의는 점점 더 미궁 속으로 빠져들었다. 특히 2020년 9월 회사가 임금을 3% 인상한 것을 두고 양측의 입장이 첨예하게 갈렸다. 임금협상이 타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시행된 임금인상이었다. 회사 측은 “추석을 앞두고 더 미룰 수 없어 우선적으로 인상했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노조 측은 “사측이 합의를 위한 임금안을 내놓지 않으면서 일방적으로 직원 임금을 3% 인상했다”면서 “이후 임원들은 거액의 스톡옵션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여기에 사측이 협정근무자(파업 등 쟁의행위에 참여할 수 없는 조합원)를 50명으로 제안하고 직원의 30%가량을 노조 가입 범위에서 제외하자 노조는 11월 중 맘스터치 매장 앞에서 릴레이 1인 시위를 열기도 했다. 올해 1월 25일부터는 1인 지명 파업에 돌입한 허준규 노조 지회장이 서울 강동역 인근의 본사 앞에서 천막 농성을 벌였다. 

양측에 따르면 현재(2월 3일 기준)는 단협안 미합의 조항 몇가지와 임금협상만을 남기고 있다. 합의하지 못한 단협안 조항은 ▲협정근무자 범위와 수 ▲조합원 가입 자격 ▲근로시간 면제 3가지다. 제법 진전됐지만 양측의 감정의 골은 깊고, 불신도 크다. 회사 측은 “단협안 중요 조항에 관한 의견차를 많이 좁혔고 그간 잘 진행해왔다”고 하지만 노조 측은 “회사가 적극적으로 협상에 나서지 않아 합의가 쉽지 않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맘스터치 가격 인상 = 해마로푸드서비스의 대주주 변경 이후 가장 주목을 받은 건 맘스터치의 변화다. 토종 프랜차이즈인 맘스터치는 외국계 경쟁업체 사이에서도 소비자의 지지를 얻으며 빠르게 세를 넓혔다. 맘스터치가 두꺼운 팬층을 확보할 수 있었던 건 재료를 넉넉히 사용한 버거를 저렴하게 판매한 덕분이었다. 여기에 골목상권을 중심으로 지점을 내온 것도 한몫했다. 맘스터치에 붙는 수식어가 ‘가성비’ ‘혜자’ ‘상생’인 이유다. 

그런데 지난해 6월 1일 해마로푸드서비스는 맘스터치 제품의 가격을 올렸다. 가장 많이 팔리는 제품인 싸이버거가 3400원에서 3800원으로 오른 게 대표적이다. 세트메뉴 가격이 단품가격에서에서 일괄적으로 2000원 추가하는 식으로 바뀌면서 일부 메뉴는 오히려 가격이 떨어졌지만, 소비자의 시선은 차가워졌다. ‘사모펀드가 인수하더니 역시 변했다’는 인식이 커진 거다.

‘패티의 크기가 작아졌다’는 의혹이 이어진 것도 이 때문이다. 회사 측은 “(크기) 기준에 미달되는 패티는 납품하지 않기 때문에 패티가 작아진 건 사실이 아니다”며 “2년 3개월 만의 가격 인상이었지만 가성비 이미지가 있어 소비자의 실망이 컸던 것 같다”고 말했다.

해마로푸드서비스와 노조는 1년 넘게 갈등을 빚고  있다. [사진=더스쿠프 포토]
해마로푸드서비스와 노조는 1년 넘게 갈등을 빚고 있다. [사진=더스쿠프 포토]

문제는 그해 10월 해마로푸드서비스가 ‘싸이패티’의 공급가를 올렸다는 거다. 닭의 넓적다리살로 만드는 싸이패티는 맘스터치 버거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재료다. ‘싸이버거’ ‘불싸이버거’ ‘내슈빌핫치킨버거’ ‘인크레더블버거’ 등 다양한 제품에 쓰인다. 싸이패티의 가격을 개당 150원씩 인상하자 이번엔 점주들의 원성이 쏟아졌다.

코로나19가 창궐하던 시기 공급가를 올린 탓에 여론도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상생’ 이미지에도 금이 갔다. 회사는 “6년 만의 인상인 데다 소비자가격 상승분의 일부에 불과했다”며 “공급가 인상분 중 20억원은 매출이 크게 줄어든 지점의 제품을 구입해 기부하는 데 사용했다”고 밝혔다. 


가격 인상 논란이 가라앉지 않은 지난해 11월 맘스터치는 깜짝 신메뉴를 내놨다. 세트가격이 9500원(단품 7500원)에 달하는 ‘리얼비프버거’였다. 치킨이 아닌 로스트비프를 사용한 ‘프리미엄’ 제품이자 ‘콜드 샌드위치’라는 독특한 콘셉트였지만 소비자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차갑게 먹는 버거가 낯선 데다 1만원에 가까운 가격 탓에 가성비 이미지가 무너졌기 때문이었다. 

■잦은 인사 변동 = 해마로푸드서비스의 매각 절차가 완료되지 않았던 2020년 1월, 임시주주총회에서는 사내이사 1명과 기타비상무이사 3명을 신규 선임하는 안건이 올라왔다. 신규 사내이사는 박성무 해마로푸드서비스 부사장이자 케이엘앤파트너스 전무였다. 박 부사장은 2019년 12월 부사장으로 부임해 이날 대표이사가 됐다. 기타비상무이사 3명 또한 케이엘앤파트너스 인사로, 김기현 대표·김동전 부사장·김우현 이사가 각각 선임됐다. 대금 지급이 완료(2020년 2월)되기도 전에 사모펀드에서 경영에 뛰어들었다며 논란이 일었던 배경이다. 

하지만 ‘박성무 체제’는 오래가진 않았다. 그해 6월 부임한 이병윤 사장이 한달 만에 대표이사에 선임됐다. 이 대표는 1995년 TS해마로에 입사해 이후 CJ푸드빌·이랜드파크·SPC삼립 등을 거치며 식품업계에서 20년 넘게 경력을 쌓은 전문가이기도 하다. 이 대표는 사장으로 입사한 직후 내실을 다지는 데 집중했다. 3년간 매해 10억원씩 손실을 내며 부진하던 서브 브랜드 ‘붐바타’나 식자재 유통사업을 대대적으로 리뉴얼하겠다고 밝힌 게 그 예다. 

하지만 이 대표 역시 두터운 신뢰를 받고 있는 건 아닌 듯하다. 노조 측은 “이병윤 대표가 상견례 외엔 교섭에 나오지 않고 합의 내용조차 충분히 파악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참고 : 회사 측은 “(이 대표가) 집중 교섭에 참여했을 뿐만 아니라 언제든 실무 협상에 참석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처음 매각 소식이 나온 2019년 11월 이후 해마로푸드서비스는 잇따른 이슈에 시달렸다. 그럼에도 회사는 지난해 놀라운 성과를 냈다. 공시를 통해 2020년 별도 기준 매출은 2836억원, 영업이익은 283억원을 기록할 전망이라고 발표했다. 2019년(2877억원)보다 매출은 감소했지만 영업이익(216억원)은 30.6%나 증가했다. 코로나19로 어려웠던 시기임에도 이익을 늘리는 데 성공한 셈이다. 이를 ‘사모펀드로 넘어간 덕에 성과를 냈다’고 볼지, ‘성과만 좇은 결과’라고 볼지는 의문이다.  

심지영 더스쿠프 기자
jeeyeong.shim@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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