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옥상 개인展

➊홍매2, 캔버스에 흙, 먹, 아크릴릭, 65.1×50㎝, 2020 ➋풍매3, 캔버스에 흙, 먹, 아크릴릭, 84×112㎝, 2021 ➌무매7, 캔버스에 흙, 먹, 혼합재료, 162.2×130.3㎝, 2021 [사진=갤러리 나우 제공]
➊홍매2, 캔버스에 흙, 먹, 아크릴릭, 65.1×50㎝, 2020 ➋풍매3, 캔버스에 흙, 먹, 아크릴릭, 84×112㎝, 2021 ➌무매7, 캔버스에 흙, 먹, 혼합재료, 162.2×130.3㎝, 2021 [사진=갤러리 나우 제공]

“나는 나무다. 나무로 산 지 오래다. 나무가 아프면 나도 아프고 나무가 춤추면 나도 춤춘다.” 임옥상 작가에게 나무와 매화는 날 것 그 자체다. 작가 그 자신이기도 하다. 

임옥상은 민중미술가 1세대다. 정치탄압에 비판적이었던 1970~1980년대 직설적이고 호소력 있는 그림으로 민중운동을 이끌었다. 시대를 말했고, 거리로 나섰고, 멈추지 않았다. 그런 임옥상이 나무와 매화를 그린다. 이 작업은 그의 변화를 알리는 신호탄이기도 하다. 정치 고발적이고 사회 참여적인 민중미술가였던 그가 이제 그림 그리는 것을 숙명으로 여기는 한 예술가로 세상을 바라보게 됐다.

오랫동안 삶·땅·자연·역사 등에 관심을 가져온 임옥상은 나무를 통해 깊은 성찰의 시간을 갖는다. 나무는 계절을 거치면서 죽음과 소생을 반복한다. 만물이 흙에서 생명을 움 틔우고 흙으로 돌아가는 걸 반복하는 것처럼 말이다. 흙은 그래서 임옥상에게 매우 중요한 재료다.

임옥상은 캔버스에 두툼하게 흙을 바르는 것으로 작업을 시작한다. 그 위에 매화를 심듯, 뿌리를 심듯 일필휘지로 나무를 그리고 색을 입힌다. 흙 위에 나무가 서 있는 것처럼 그의 캔버스에 나무가 우뚝 선다.

지난해 10월말 작가는 성균관 명륜당을 찾았다. 은행나무를 그리기 위해서였다. “유례없는 긴 장마와 무더위, 전대미문의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심신이 매우 지친 상태였다. 새로운 에너지를 충전해야 했다. 600년 된 은행나무의 기운이 절실했다.” 하지만 노란 은행잎을 기대하고 갔던 그의 눈에 들어온 은행나무는 아직 푸르렀다. 11월에 다시 찾은 명륜당 은행나무는 그의 기대처럼 노랗게 변해 있었다. 12월의 은행나무는 노란 물결은 온데간데없고 시커먼 나무둥치만 덩그러니 남아 있었다.그렇게 시시각각 변하는 나무 60여점을 그렸다. 캔버스 위에 바람이 불었고, 가을이 지나 겨울이 왔다.

임옥상은 이제 매화를 그린다. 강인하고 거친 숨결을 버텨온 매화나무가 가녀린 꽃을 피운다. “매화를 그릴 때다. 심매도尋梅圖는 새해를 맞는 나의 통과의례다.” 생동하는 봄의 기운을 물씬 느낄 수 있는 임옥상의 전시는 서울 강남구 신사동 갤러리 나우에서 2월 28일까지 열린다. 

김미란 더스쿠프 기자
lamer@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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