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멘터리 미니멀리즘

안 쓰는 물건들을 하나씩 버리다 보면 진짜 소중한 게 무엇인지 깨닫게 된다.[사진=영화 미니멀리즘 캡쳐]
안 쓰는 물건들을 하나씩 버리다 보면 진짜 소중한 게 무엇인지 깨닫게 된다.[사진=영화 미니멀리즘 캡쳐]

“입을 옷이 없다.” 이런 말을 한번쯤은 해봤을 거다. 그렇다면 당신의 옷장을 한번 열어보라. 그리고 최근 1년간 한번도 안 입은 옷만 추려보자. 어떤가. 당신은 정말 옷이 없는가. 심지어 신발장과 책장, 서랍, 찬장, 창고도 열어보자. 최근 몇년간 안 쓴 물건이 얼마나 되는지 꺼내 보면 당신은 ‘안 쓰고 쟁여 놓은 물건이 이렇게나 많았다니’ 하면서 깜짝 놀랄지도 모른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질까. 다큐멘터리 영화 ‘미니멀리즘’은 그 이유를 이렇게 설명한다. 은근히 남들과 비교하면서 “너에겐 이게 필요해”라는 주문을 끊임없이 하는 광고 때문에 필요도 없는 물건들을 사느라 애쓴다는 게 설명의 요지다. 돈이 없어서 살 수가 없다고? 그러면 광고는 이렇게 말한다. “‘작지만 확실한 행복’을 위해 값싼 물건을 사면 된다”고 말이다.

영화는 물건을 사는 게 결코 자유로운 행동이 아니라고 말하면서 관객들에게 묻는다. 물건을 사 모으는 건 당신의 행복을 위한 것인가. 물건을 얼마만큼 모으면 당신은 행복해지는가. 영화 속 화자話子는 자신의 어머니에 관한 일화를 털어놓으며 그 답을 꺼낸다.

평생 알코올 중독자로 살아온 어머니는 얼마 전 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화자는 어머니의 짐을 정리하면서 침대 밑에 봉인된 몇개의 박스를 발견한다. 박스 안에는 어릴 적 아들이 그린 그림, 숙제 등 추억들이 담겨 있었다. 정작 현실에선 술만 찾았던 어머니는 아들과의 추억을 한번도 꺼내 보지는 않으면서 꽁꽁 싸매둔 채 간직만 하고 있었다.

이 추억상자는 과연 누구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 것일까. 의미가 있기는 한 걸까. 만약에 진짜 의미 있는 물건만 남겨두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그래서 화자는 쓸모없는 물건을 전부 내다 버린다. 신기한 건 그렇게 했더니 삶에서 진짜 소중한 게 무엇인지 자연스럽게 보이더라는 거다. 

많은 이들이 “돈이 없다”고 중얼거린다. 그래서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해 아등바등하며 산다. 투잡, 쓰리잡도 모자라 빚을 내 주식과 부동산에 투기한다. 이런 것들을 위해 시간과 열정을 투자하고 나니 이젠 “시간이 없다”고 푸념한다. 과연 시간이 없는 걸까. 이런 삶을 살고 있다면 이 영화를 추천한다. 1시간 반 만에 당신에게 진짜 소중한 게 무엇인지 알게 될 것이다.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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