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부부 재무설계 下
보험 무조건 줄여도 안 좋아
최소 보장 범위 확보해야

남들보다 절반을 적게 버는 탓일까. 한국에서 외벌이 부부가 생활하기란 쉽지 않다. 미래를 설계할 때도 부족한 소득에 아쉬워할 때가 적지 않다. 이번 상담의 주인공도 허리띠를 졸라매 지출을 줄였지만 외벌이인 탓에 여유자금을 많이 확보하지 못했다. 과연 부부는 자신들의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까. 더스쿠프(The SCOOP)와 한국경제교육원㈜이 외벌이 부부의 솔루션을 도왔다.

여유자금이 부족하다고 무턱대고 허리띠를 졸라매선 안 된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여유자금이 부족하다고 무턱대고 허리띠를 졸라매선 안 된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부부=맞벌이’는 이제 젊은 부부들 사이에서 당연한 공식으로 통하는 듯하다. 맞벌이 부부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어서다. 통계청에 따르면 배우자가 있는 가구 중 맞벌이는 566만2000가구(2019년 10월 기준)로, 전체의 46%에 달한다. 외벌이 가구(664만4000가구·54%)보단 비중이 적지만 43.3%를 기록했던 2013년과 비교하면 분명한 증가세다.

특히 자녀의 연령이 높을수록 부부가 함께 취업전선에서 활약하는 경우가 많다. 6세 이하 자녀를 둔 가구 중 44.6%가 맞벌이인 데 비해 13~17세 자녀를 둔 가구 중에선 59.5%가 부부가 돈을 함께 버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녀들이 성장할수록 경제적인 부담감이 커진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한국 부부들의 상황이 이렇다지만 이번 사연의 주인공인 한상용(가명·40)·김수영(가명·36)씨 부부는 외벌이 부부다. 당연히 맞벌이보단 소득이 적은 탓에 사치와는 담을 쌓고 살았다. 최근엔 코로나19란 예상치 못한 풍파를 만나면서 경제적으로 더 힘들어졌다. 공예품으로 자영업을 하던 한씨는 상황이 나빠지자 곧바로 사업을 접고 일용직으로 돈을 벌기 시작했다.

일용직 근로자의 생활은 쉽지 않았다. 수입이 들쭉날쭉해 규칙적인 소비가 쉽지 않았다. 어쩔 수 없이 신용카드를 쓰게 되면서 가계 상황이 악화일로를 걸었다. 더구나 부부는 별다른 보험이 없는 데다 재테크를 하고 있지도 않았다. 위기를 직감한 부부는 재무상담을 받아보고 돌파구를 찾아보기로 결심했다.

지난 상담에선 부부의 가계부를 대대적으로 손봤다. 그렇다고 다른 상담자들처럼 무조건 줄이기만 하진 않았다. 부부는 월 5만원씩 보험료를 내고 있는데, 6살배기 아들을 둔 3인 가구 기준으로 따지면 액수가 터무니없이 적었다.

실비보험에만 가입한 부부의 보험은 3대 질환(암·심장·뇌)은커녕 사망 시에도 보장을 해주지 못했다. 이런 이유로 필자는 보험료를 대폭 수정해 21만원으로 늘렸다. 부부에겐 지출을 줄이는 것만이 답은 아니란 조언도 해줬다.

어쨌거나 한씨 부부는 1·2차 상담에 걸친 지출 줄이기를 통해 65만원의 여유자금을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1차 상담에서 대출금(주택담보대출 7700만원) 상환→ 99㎡대(약 30평대) 아파트로 이사→자녀 교육비 마련 등의 순으로 재무목표를 세운 바 있는데, 65만원으론 이들 목표를 달성하는 데 한계가 있어 보인다. 부부에게 없는 노후 대비책도 마련해야 하므로, 아내 김씨가 일자리를 알아보기로 결정했다.

그때까진 현재 마련해둔 자금으로 재무설계를 짜보기로 했다. 먼저 부부가 목적 없이 저축해 놨던 34만원짜리 예금을 해지했다. 이로써 부부의 여유자금은 99만원으로 늘어났다. 이를 바탕으로 대출금 상환계획을 짰다.

대출금은 이자가 쌓이므로 빨리 갚을수록 이득이기 때문에 연 5.0% 우대금리를 지원하는 한 은행의 비대면저축(40만원)에 납입하기로 했다. [※참고 : 비대면저축은 휴대전화에 앱을 설치하고 계좌를 개설하는 방식이다.] 아내가 취업에 성공하면 액수를 더 늘려 조금이라도 빨리 대출금을 갚기로 했다. 그 이후엔 아파트로 이사할 때를 위한 자금으로 쓸 예정이다.

주택마련을 위한 방법으론 청약을 준비하자고 조언했다. 이를 위해 월 9만원씩 청약통장에 붓기로 했다. 청약통장을 활용하는 분양은 크게 공공분양과 민간분양으로 나뉜다. 공공분양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나 지자체에서 분양하는데, 세대 구성원이 모두 무주택자여야 하므로 부부는 자격이 없다.

민간분양은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아파트 브랜드의 건설사가 진행한다. 청약 예치금 조건만 맞으면 당첨자격이 부여되는데, 1순위 조건으로는 가입기간 24개월이 경과해야 하니 장기 납부자가 상대적으로 유리하다. 연소득 7000만원 이하의 직장인이라면 납입한 금액의 40%까지 소득공제를 받을 수 있어 조금이라도 빨리 만들어 놓는 게 좋다.

노후 준비를 위한 개인연금(10만원)도 만들었다. 한씨 부부가 은퇴 이후를 걱정하는 마음이 꽤 컸지만 현재 상황에선 노후에 적극적으로 투자하기 어렵다. 따라서 대출금과 집 문제가 해결된 이후에 연금 납입액을 늘리기로 했다.

부부의 개인연금은 투자수익률을 고려해 사업비가 저렴한 저사업비 변액연금상품으로 준비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다른 펀드보다 높은 비율의 환급금을 가져갈 수 있다는 장점이 있고, 여러 펀드를 탑재해 언제든지 펀드 간 자금이동이 가능하도록 신경썼다. 물론 어디까지나 투자상품인 만큼 부부에게 원금 손실의 리스크가 있다는 점을 알리는 것도 잊지 않았다.

자녀 교육비를 마련하는 방법으론 적립식 펀드를 활용할 예정이다. 아직 아이가 6살인 점을 감안해 액수는 10만원으로 정했다. 현재 정부에서 진행하는 ‘뉴딜펀드’는 여러 가지 세금 공제 혜택이 있을 뿐만 아니라 배당의 성격도 갖고 있어 이를 활용키로 했다.

매월 15만원씩 인터넷은행에도 저축한다. 일용직을 하는 남편의 직업 특성상 상여금이 없고 수입이 매월 다르기에 내린 결정이다. 지출이 당초 예상보다 늘어날 경우 이곳에 모아둔 돈을 활용하기로 했다. 특히 명절비나 여행비가 갑자기 커지면 곤란해지기 쉬운데, 이를 대비하기 위한 용도로도 쓸 예정이다.

마지막으로 부부의 비상금을 위해 월 15만원씩 CMA통장에 붓기로 했다. 수익률이 낮지만 하루마다 이자가 붙고 계좌이체나 각종 결제가 가능하므로 활용이 편리하다는 장점이 있다. 부부는 100만원을 모으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매월 잊지 않고 납입하기로 결심했다.

이것으로 한씨 부부의 재무솔루션이 모두 끝났다. 여유자금 99만원은 대출 상환금(40만원), 청약(9만원), 노후 준비(개인연금 10만원), 자녀 교육비(적립식 펀드 10만원), 비상금(인터넷은행·CMA통장 30만원)을 준비하는 데 알뜰히 썼다. 한씨 부부가 상담에서 짠 계획대로 잘 실천할 수 있기를 바란다.

글=서혁노 한국경제교육원㈜ 원장
shnok@hanmail.net | 더스쿠프

이혁기 더스쿠프 기자
lhk@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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