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여자금 관리 제대로 못해
목표에 따라 적절히 분배

재테크와 재무설계의 차이는 예상치 못한 위험을 얼마나 관리할 수 있느냐다. 성향에 따라 다르겠지만 ‘목돈 불리기’나 ‘지출 줄이기’에 초점을 두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생애주기별 목표에 따라 적절하게 자금을 분배하는 것이 좋다. 특히 나이가 어릴수록 여러 재무 경험을 해보는 것이 훗날에도 도움이 된다.

무턱대고 아끼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무턱대고 아끼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유민경(가명·32)씨는 대기업 4년차 직장인이다. 월급은 365만원, 상여금으론 최대 500만원도 받는다. 언뜻 여유로운 생활을 할 것 같지만 그렇지만은 않다. 통장에 있는 돈은 1500만원뿐인데, 빚은 2500만원에 이른다. 이유는 많다. 무엇보다 학자금 대출을 받아 대학을 졸업했다. 취업전선에 뛰어들었을 땐 스펙을 쌓기 위해 해외어학연수를 대출을 받아 다녀왔다. 취업을 하기도 전에 빚더미에 앉았으니, 2500만원이 많은 것도 아니다. 

다행히도 취업에 성공해 조금씩 성실하게 갚아온 덕에 부채 부담은 처음보다 많이 줄었지만 고민은 여전하다. 유씨가 재무상담을 요청해온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그동안 이런저런 적금으로 목돈 만들기에 도전해봤지만 늘 제자리걸음이었다. 어떻게 해야 효과적으로 목돈을 모을 수 있는지 궁금해 재무상담을 받아보기로 했다.”

재무설계에 앞서 유씨에게 재무목표부터 물어봤다. 유씨의 재무목표 1순위는 ‘3년 안에 1억원 모으기’다. 이를 종잣돈 삼아 전셋집으로 옮기고 싶다는 게 유씨의 바람이다. 지금은 보증금 500만원에 월 30만원짜리 원룸에 살고 있다. 두번째 목표는 ‘투자용 부동산 구매’다. 유씨의 부모님은 일찍부터 부동산으로 재테크를 해왔다. 현재도 임대소득으로 안정된 노후생활을 하고 있다. 그런 모습을 보고 자라서인지 유씨도 부동산 재테크를 해야겠다는 목표가 자연스럽게 생겼다. 작은 평수의 부동산이라도 구매해서 월세를 받고 싶다는 마음으로 목표금액은 3억원으로 잡았다. 세번째 목표는 노후자금(월 200만원) 마련이다. 

Q1 지출구조

목표를 들어봤으니 본격적으로 유씨의 가계부를 들여다보자. 언급했듯 유씨는 월 365만원을 번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중 196만원을 쓰고 169만원은 그냥 통장에 묵혀둔다. 상여금 500만원도 특별한 계획 없이 목돈이 필요할 때마다 써왔다. 그가 목돈을 모으지 못한 이유가 서서히 보이기 시작했다. 문제점을 면밀하게 파악하기 위해 유씨의 가계부를 더 꼼꼼하게 살펴봤다. 

먼저 소비성지출이다. 유씨는 한달에 통신비 6만원, 관리비·공과금 42만원, 식비 10만원, 교통·유류비 15만원, 건강·문화비 14만원을 썼다. 여기에 차량유지비, 부모님 용돈, 의류구입비, 경조사비 등 비정기지출로 연간 280만원을 사용해왔다. 이를 월평균으로 따지면 24만원이다. 소비성지출로 한달에 111만원을 쓴 셈이다. 

비소비성지출로는 보장성보험 19만원과 적금 50만원, 청약 10만원이 있었다. 매월 6만원씩 대출상환도 하고 있었다. 이렇게 쓰는 비소비성지출이 총 85만원이다. 365만원 중 소비성지출로 111만원, 비소비성지출로 85만원을 쓰고 169만원이 남는 생활을 해왔다. 하지만 유씨는 돈을 아끼는 데에만 집중한 나머지 잉여자금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었다.  

Q2 문제점

유씨의 경우 씀씀이가 크지 않다. 평소 꼭 필요한 것만 쓰는 소비습관을 갖고 있는 덕에 고정지출이 적다. 통신비가 10만원을 넘지 않고 회사의 복지 포인트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지출을 최대한 줄이고 있다. 이런 습관은 비정기지출에서도 엿볼 수 있다. 1년치 옷값이 40만원 수준이고 연간 휴가비도 50만원선이다. 충동적인 소비를 해오지 않았다는 얘기다.

그렇다고 돈을 안 쓰는 게 능사는 아니다. 유씨의 잉여자금 169만원은 사실상 방치돼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여기에 적금과 청약까지 합하면 월 230만원이 넘는 저축여력을 가지고 있지만 제대로 돈을 굴리지 못하고 있었던 거다. 3년 안에 전세자금 1억원을 모으고 싶다는 유씨 아니었던가. 그러려면 월 278만원을 꼬박꼬박 저축해야 하는데, 지금 상황으론 이도저도 아닌 게 된다. 무턱대고 검소하게 산다고 해서 원하는 만큼 돈이 모이는 건 아니란 얘기다. 적절하게 분배하고, 잘 굴려야 목표에 가까운 목돈을 만들 수 있다. 

Q3 해결점

유씨는 건전한 소비습관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지출은 크게 손보지 않았다. 연간 비정기지출 280만원(월 24만원)만 상여금으로 대처하기로 했다. 상여금 500만원을 두 개의 통장으로 쪼개 280만원은 비정기지출을 대처하고, 남은 220만원은 3년 동안 모아서 목돈을 만들어보기로 했다. 이 돈은 추후에 현재 갖고 있는 자산 1500만원과 더해 전세금으로 활용할 예정이다.

비정기지출이 소비성지출에서 사라지면서 24만원의 여유가 생겼다. 여기에 매월 남던 169만원을 더해 193만원을 만들었다. 10만원씩 넣던 청약저축을 2만원으로 줄이며 생긴 8만원까지 보태면 여유자금은 총 201만원이다. 대출상환은 크게 부담되지 않는 규모이기 때문에 종전대로 6만원씩 갚기로 했다. 보장성보험(19만원)도 유지하기로 했다. 이제 201만원을 목표에 따라 적금, 펀드, 연금으로 적절히 분배하면 된다.

‘3년 안에 1억원 만들기’ 목표를 위해 적금 비중을 높였다. 50만원이던 적금을 200만원으로 늘렸다. 노후자금 마련을 위해선 월 40만원씩 연금을 넣기로 했다. 오로지 적금만 부어왔던 유씨의 투자 감각을 트레이닝할 목적으로 적립식 펀드(10만원)에도 가입했다. 이렇게 했더니 여유자금 201만원 중 200만원이 적절하게 자리를 잡고 1만원이 남았다. 손쓰지 않고 방치됐던 돈이 줄자 유씨의 ‘어떻게 목돈을 모아야 할까’ 궁리하던 스트레스도 줄어들게 됐다. 

천눈이 한국경제교육원㈜ PB 팀장 | 더스쿠프 전문기자
nunn224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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