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업 전망
해운운임지수 상승 이어질까

국내 해운업이 ‘이른 봄’을 맞았다. 해운운임의 가파른 상승세가 실적 회복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와서다. 주가는 이미 뛰고 있다. 국내 4개 해운사의 지난해 6월 이후 주가 상승률은 88.7%(2월 2일 기준)에 이른다.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 상승률 47.0%보다 41.7%포인트나 높다. 하지만 섣부른 낙관론은 경계해야 한다는 주장도 많다. 해운업에 제비가 오긴 했지만 봄을 몰고 왔는지는 미지수란 이유에서다.

해운운임지수의 상승세에 힘입어 국내 해운사의 주가가 오르고 있다.[사진=뉴시스] 

국내 해운업은 지난 10년간 큰 부진을 겪었다. 글로벌 경기침체와 해운업의 저가운임 경쟁이 계속된 탓이다. 한국 해운업의 침체는 해상운송수지를 통해서도 알 수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해운운송수지는 2012년 69억9800만 달러(약 7조8202억원)의 흑자를 달성한 이후 줄어들기 시작했다.

2016년엔 끝내 적자(13억2200만 달러·약 1조4773억원)로 돌아섰고, 그 폭은 2017년 50억900만 달러(약 5조5975억원)로 훌쩍 커졌다. 해상운송수지는 2018년과 2019년에도 각각 -30억4300만 달러, -20억8000만 달러를 기록하는 등 4년 연속 적자행진을 이어갔다.

그사이 국내 해운업계도 큰 변화를 겪었다. 한때 글로벌 시장점유율 8위(이하 2015년 기준), 국내 1위를 기록했던 컨테이너 선사 한진해운이 2017년 2월 파산했다. 눈덩이처럼 커진 부채가 원인이었다. 이보다 앞선 2016년 7월 유동성 위기를 겪은 현대상선(현 HMM)의 주인은 현대엘리베이터에서 산업은행으로 바뀌었다.

이랬던 해운업이 최근 달라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HMM·팬오션·대한해운· KSS해운 등 국내 해운사의 주가도 상승세를 타고 있다. HMM의 주가는 지난해 6월 30일 4685원에서 지난 2일 1만405원으로 199.8% 치솟았다. 같은 기간 대한해운의 주가도 1720원(액면분할 반영)에서 3380원으로 96.5% 상승했다.

KSS해운(7840원→1만750원)과 팬오션(3820원→4650원)의 주가는 각각 37.1%, 21.7% 올랐다. 4개 해운사의 평균 주가 상승률은 88.7%에 이른다. 코스피지수가 지난해 6월말(2018.33포인트)부터 지난 2일(3096.81포인트)까지 기록한 상승률 47.0%를 두배나 웃도는 수치다.

해운업의 주가가 상승한 것은 해운운임지수 상승이라는 호재가 나타났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대표적인 컨테이너선 운임지수인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지난 1월 29일 2861.69포인트를 기록했다. 지난해 1월 23일 지수가 981.19포인트였다는 걸 감안하면 1년 사이 3배 가까이 치솟았다. SCFI가 2800포인트대를 웃돈 건 관련 통계를 집계한 이후 처음이다. 

이 때문인지 HMM의 지난해 잠정 영업이익은 9808억원을 기록했다. 잠정치가  맞다면 현대상선 시절인 2010년 6017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한 이후 사상 최고치를 달성할 공산이 크다.

석탄·철광·곡물 등 원자재를 운송하는 벌크선의 운임지수인 발틱운임지수(BDI)도 상승세다. 한국관세물류협회에 따르면 BDI는 지난 1월 29일 1452포인트를 기록했는데, 이는 지난해 1월 576포인트 대비 2.5배 상승한 수치다. 해운업계가 손실을 보지 않으려면 BDI가 최소 1000포인트를 넘어야 한다. 해운업이 오랜 침체에서 빠져나오고 있다는 전망에 힘이 실리는 이유다.


해운업 오랜 침체기 벗어날까

문제는 오랜만에 찾아온 해운업의 호황이 언제까지 계속될 수 있느냐다. 투자업계의 전망은 나쁘지 않다. 코로나19로 침체했던 글로벌 경제가 올해는 회복세를 보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황어연 신한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해운업종의 주가가 코로나19 백신 개발 이후 2017년 나타났던 업황 회복기와 비슷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며 “선진국의 재정정책과 경기부양책으로 나타난 경기 회복이 해운업종의 운임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그는 “올해 글로벌 발주량은 7984만DWT(화물 적재량)로 전년 대비 48.2% 증가할 것”이라며 “컨테이너선이 84.6% 증가하고 벌크선은 125.7% 늘어나는 등 경기 민감선의 발주량이 가파르게 늘어날 것”이라고 분석했다.

2021년 해운업이 오랜 침체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사진=뉴시스] 

선진국의 경기부양책이 소득 증가→소비력 상승→수입 증가→해운 물동량 증가→해운운임 상승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미국이 지난해 상반기 3조 달러(약 3338조원) 경기부양책을 사용한 이후인 2분기부터 해운운임의 반등세가 본격화했다는 걸 감안하면 가능성은 충분하다.

물론 해운업의 회복세가 일시적 현상이란 의견도 적지 않다. 코로나19 영향으로 물동량이 지난해 하반기에 몰린 결과라는 거다. 가파르게 상승하던 해운운임지수에 최근 제동이 걸린 것이 이 때문이란 주장도 나온다. 실제로 SFCI는 지난 1월 15일 2885포인트를 기록한 이후 하락세로 방향을 틀었다. BDI도 비슷한 시기인 1월 21일 1837포인트를 찍은 이후 하락해 지난 1일 1444포인트까지 떨어졌다. 열흘 만에 21.3%나 하락했다.

하지만 투자업계는 운임지수의 하락은 2월 비수기를 앞둔 조정에 불과하다고 반박했다. 정연승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2월 중국의 춘절을 앞두고 해운운임의 하락세가 나타나고 있는 것”이라며 “컨테이너 수급이 부족하고 물류 차질이 여전하다는 걸 감안하면 조정폭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벌크선 거래량이 증가하고 있고 중고선가가 상승하는 등 해운 수요는 여전하다”며 “글로벌 물동량이 약세로 전환하지 않았고, 해운사의 운임 협상력도 약화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오랜 침체를 겪은 해운업이 회복세를 보이는 건 반가운 일이다. 하지만 지나친 낙관론은 경계할 필요가 있다. 해운업을 침체로 몰고 갈 수 있는 악재는 여전히 숱하다. 바이든 행정부의 집권에도 미국의 보호무역 정책은 계속될 가능성이 높아서다.

바이든 대통령 역시 1월 25일(현지시간) ‘바이 아메리칸(Buy American)’ 행정명령을 발동했다. 이 행정명령의 골자는 미 연방정부 기관이 물품과 서비스를 조달할 때 미국산을 우선 구매한다는 거다. 보호무역에 방점을 찍었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아메리카 퍼스트(America First)’ 정책과 이름만 다를 뿐 추구하는 바는 다르지 않다. 바이든 행정부에서도 미국 우선주의는 계속될 것이라는 얘기다.

발목 잡을 만한 변수 수두룩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한 미중(G2) 갈등도 현재 진행형이다. 글로벌 경제를 양분하고 있는 G2의 갈등은 글로벌 경제와 교역에 악재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최석원 SK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경기회복 기대감에 수출·해운 등의 산업이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면서도 “지금은 코로나19의 영향으로 가전제품 등의 내구재에 소비가 쏠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코로나19가 진정되고 난 이후에도 내구재 수요가 이어질 수 있을지는 고민”이라며 “미중 무역분쟁 등 글로벌 경제를 괴롭힐 요인이 여전한 만큼 섣부른 낙관론은 경계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ks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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