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 잠재운 에어팟 맥스
애플 생태계 덕분이란 분석도

애플이 헤드셋으로 또한번 ‘대박’을 터뜨렸습니다. 생소한 디자인과 비싼 가격대임에도 소비자들 사이에선 물건이 없어 웃돈을 주고 살 정도로 인기가 많습니다. 비결이 뭘까요? 단지 제품이 뛰어나기 때문만은 아닐 겁니다. 애플의 충성고객들이 이번에도 제 역할을 톡톡히 했을 거란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더스쿠프(The SCOOP)가 애플 헤드셋에 숨은 대박의 비밀을 들춰봤습니다.

애플의 신제품 ‘에어팟 맥스’가 흥행에 성공했다.[사진=뉴시스]
애플의 신제품 ‘에어팟 맥스’가 흥행에 성공했다.[사진=뉴시스]

올해 1월 소비자들의 시선이 또다시 애플에 쏠렸습니다. 애플이 무선 헤드셋 ‘에어팟 맥스(AirPods Max)’를 출시했기 때문입니다. 애플이 헤드셋 제품을 만든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이 때문인지 에어팟 맥스의 흥행 가능성을 둘러싼 의견도 분분했습니다. 이 헤드셋의 겉모습은 꽤나 독특합니다. 별다른 디자인 없이 무광택에 둥근 모서리를 가진 네모난 디자인을 채택했습니다. 시중 헤드셋 대부분이 원형 디자인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독특함을 넘어 파격적이기까지 합니다.

크기도 굉장히 큽니다. 착용하면 얼굴 옆 대부분을 감쌀 정도죠. 무게도 384.8g으로 중량감이 있습니다. 이런 생김새 때문인지 에어팟 맥스를 처음 본 이들은 “사격장 귀마개 같다”는 평을 남기기도 했습니다. 가격은 무려 71만9000원에 달합니다.

사실 출시하기 전부터 에어팟 맥스는 비싼 가격에 비해 성능이 뛰어나지 않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주변 소음을 차단하는 기술인 ‘노이즈 캔슬링’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지만 이는 다른 경쟁제품도 갖추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경쟁제품의 가격은 에어팟 맥스보다 훨씬 저렴합니다. 가령, 에어팟 맥스와 비슷한 성능을 갖춘 것으로 알려진 소니 제품(WH-100XM4)의 현재 가격은 39만9900원입니다. 알루미늄 재질을 채택한 탓에 다른 제품들보다 100g 이상 더 무겁다는 점도 마이너스 요소입니다.

 논란 잠재운 애플 헤드셋

혹평을 받은 부분은 또 있습니다. 바로 보관용 케이스인데요. 에어팟 맥스를 구입하면 헤드셋 보관용 ‘스마트 케이스’를 제공하는데, 헤드셋의 일부가 겉으로 노출되도록 디자인돼 있어 케이스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한다는 평가가 적지 않습니다. 독특한 생김새 때문인지 케이스에 담긴 에어팟 헤드셋을 보고 “시장바구니, 브래지어 같다”는 누리꾼들의 평가가 줄을 잇기도 했습니다. 여기까지만 보면 에어팟 맥스가 시장에서 흥행할 수 있을지 불분명해 보입니다.

하지만 이런 우려를 비웃기라도 하는 듯 에어팟 맥스는 출시 직후 불티나게 팔렸습니다. 지난해 12월 우선 출시된 미국에선 배송대기 시간만 10주 이상 이어질 정도였습니다. 70만원짜리 헤드셋에 웃돈이 얹어져 200만원에 팔리기도 했죠. 국내에서도 인기가 뜨겁습니다. 공식 판매처인 쿠팡에서 진행한 예약판매에선 시작한 지 1분 만에 전량 매진됐습니다.

신기한 일입니다. 애플이 이미 이어폰 ‘에어팟’으로 음향기기 시장에 발을 들였다곤 하지만, 애플 음향기기의 성능은 수십년간 음향기기 산업에 몸을 담근 경쟁사들에 비해 다소 뒤처진다는 평을 받아왔습니다. 더구나 헤드셋 시장은 이어폰과 다르게 음질이 제품 흥행의 성패를 결정할 정도로 무척 중요합니다.

가격이 만만찮은 만큼 소비자들도 제품을 까다롭게 고르는 편이죠. 국내에만 해도 헤드셋을 시착(구매 전 미리 사용해보는 것)하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전문매장이 있을 정도입니다. 그렇기에 이번 에어팟 맥스의 성공은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애플 제품’이란 꼬리표가 미치는 파급력이 시장의 흥행 공식마저 바꿔버릴 수 있다는 걸 증명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에어팟 맥스가 흥행한 이유는 또 있습니다. 애플 제품을 쓰는 소비자들 사이에서 형성된 ‘애플 생태계’ 덕분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게 무슨 말일까요? 업계의 한 관계자의 말을 들어보시죠. “애플이 내놓는 제품들은 대부분 애플 기기들끼리만 호환되도록 기능이 설정돼 있다. 애플의 충성고객들이 애플 제품을 우선적으로 구매하도록 하는 애플 생태계를 굳건히 하기 위해서다.”

“에어팟 맥스도 마찬가지다. 아이폰이나 맥북 등 애플 제품을 쓰지 않는 소비자들이라면 이 제품을 사는 걸 고려하지 않는 게 좋다. 에어팟 맥스의 다양한 기능을 제대로 쓸 수 없기 때문이다.”[※참고: 애플 기기는 모두 iOS라는 독자적인 운영체계를 갖고 있는데, 이를 기반으로 기기끼리 서로 호환합니다. iOS가 없는 다른 브랜드의 기기에선 애플 제품이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하나씩 설명해 보면 이렇습니다. 에어팟 맥스는 특별히 기기를 만지지 않더라도 휴대전화에 전화가 왔을 때 자동으로 연결해 주는 ‘핸즈프리’ 기능이 있습니다. 이는 아이폰을 쓰는 이용자만 쓸 수 있습니다. 또 에어팟 맥스엔 다이얼이 부착돼 있는데, 볼륨을 조절하는 것 외에 음악을 넘기거나 시리(Siri·인공지능 비서)를 호출하는 등 다양한 기능이 내장돼 있습니다. 이 또한 아이폰 같은 애플 제품이 없으면 제대로 활용할 수 없죠. 에어팟 맥스가 애플 기기를 이용하는 소비자들을 타깃으로 한 제품이란 걸 여실히 보여주고 있는 셈입니다.

애플의 제품들은 iOS 운영체제를 탑재하지 않은 기기와 제대로 호환되지 않는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애플의 제품들은 iOS 운영체제를 탑재하지 않은 기기와 제대로 호환되지 않는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애플이 이런 방식으로 제품을 흥행시켜온 건 한두 번이 아닙니다. “콩나물 시루 같다”며 출시 전 비판을 받았던 에어팟은 지난해 무선이어폰 시장의 54.4%(카운터포인트리서치)를 차지하며 독보적인 1위로 자리매김했죠. 에어팟 또한 대부분의 기능이 애플 제품과 연동되도록 세팅돼 있습니다.
 
이미 완성된 애플 왕국

아이폰도 내놓는 신작마다 디자인 면에서 혹평을 받았지만 애플 충성고객들은 망설이지 않고 지갑을 열었습니다. ‘대머리 디자인’이란 평가를 받았던 아이폰X과 “카메라가 인덕션을 닮았다”며 조롱거리가 됐던 아이폰11프로가 대표적입니다. 다시 말하자면, 애플은 애플 충성고객들을 대상으로 판매만 해도 충분히 남는 장사를 거둔단 얘기입니다. 세계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 중 아이폰이 23.2%(스탯카운터·2019년 기준)로 2위를 차지하고 있다는 점을 생각해 보면 분명 허황된 얘긴 아닐 겁니다.

어쨌거나 애플은 에어팟 맥스로 이번에도 대박을 터뜨렸습니다. 다소 앞서나가는 디자인과 비싼 가격대를 갖췄음에도 말입니다. 애플 신제품이라면 망설이지 않고 결제하는 충성고객들이 굳건히 버티고 있는 한, 애플은 앞으로도 승승장구할 가능성이 큽니다. 애플은 전자기기 외에도 자율주행차(iCar), OTT 서비스(애플TV) 등 다양한 상품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이들도 늘 그랬듯 애플 생태계에 힘입어 흥행에 성공할 수 있을까요? 애플의 다음 행보가 기대됩니다.

이혁기 더스쿠프 기자
lhk@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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