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ly BOOK Review] 대중문화가 된 오스틴의 세계
[Weekly BOOK Review] 대중문화가 된 오스틴의 세계
  • 이지은 기자
  • 호수 429
  • 승인 2021.02.22 07: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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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인 오스틴 무비 클럽」
영화로 읽는 제인 오스틴
브리짓존스의 일기는 「오만과 편견」을 영국식 로맨틱 코미디로 재해석한 영화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브리짓존스의 일기는 「오만과 편견」을 영국식 로맨틱 코미디로 재해석한 영화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영화의 선택 기준으로 ‘소설이 바탕인 영화’를 꼽는 이들에게 제인 오스틴은 꽤 친숙한 작가다. 「이성과 감성」  「오만과 편견」  「에마」 등 출간된 작품 모두를 영화와 드라마로 접할 수 있기 때문이다. 200년 가까이 대중을 사로잡으며 수많은 ‘제인 덕후’를 만든 그의 작품엔 어떤 생명력이 있는 걸까. 

「제인 오스틴 무비 클럽」은 제인 오스틴의 원작을 바탕으로 한 26편의 영화와 드라마, 원작 소설, 비평을 새로운 시각으로 들여다본다. 장르이론과 탈식민주의, 페미니즘, 작가론, 대중문화 이론 등을 산만함 없이 담백하게 담고 있다.

저자는 “모든 작품이 영화로 만들어졌고, 늘 새로운 버전의 이야기들이 어디선가 만들어지고 있는 제인 오스틴의 생명력이 궁금했다”며 집필 이유를 전한다. 문학과 영화의 상호작용에 관심을 가져온 영화평론가로서 제인 오스틴 현상에 숨어있는 비밀을 ‘여성의 글쓰기’라는 주제 아래 차곡차곡 채워냈다.

평생 비혼이던 제인 오스틴은 작품에서 끊임없이 결혼 이야기를 다뤄 ‘신데렐라 스토리’를 쓰는 작가로 오해받기도 한다. 그러나 저자는 그가 당대 결혼제도의 현실을 날카롭게 파헤친 작가였다고 말한다. 가령, 작품 속 주인공의 연 수입과 유산 등 ‘돈 문제’가 자세히 서술되는 이유는 속물 작가여서가 아니라 장남에게만 상속되는 제도적 한계 속에서 여성의 생존을 깊이 고민했기 때문이란 것이다. 

저자는 제인 오스틴 작품 곳곳에 담긴 여성들의 생존 전략을 설명하며 「오만과 편견」의 샬롯을 가장 전형적인 경우로 꼽는다. 최선의 선택을 감행하며 자신의 삶을 포기하지 않은 샬롯의 여전사 같은 모습은 당대 여성들에게 어떻게 자기를 지켜야 하는가를 생각하게 했다고 말한다. 

저자는 제인 오스틴 원작의 영화와 드라마가 시대변화에 따라 새로운 급진성을 나타내며 해석된 것에 주목한다. 이는 그가 고전 작가이자 현대의 대중매체에 끊임없이 영감을 주는 급진적 작가로 평가받는 이유이기도 하다. 

영국 식민지 제국주의의 현실을 배경으로 담거나(패트리샤 로제마 감독의 ‘맨스필드 파크’), 전도된 남녀관계를 보여주거나(위트 스틸먼 감독의 ‘레이디 수잔’), 선원 남편을 기다리기보다 함께 항해하는 길을 택한 아내를 그리는(로저 미첼 감독의 ‘설득’) 등 각색에 의해 급진적으로 재해석된 작품들을 소개한다. 

총 3부로 구성됐다. 1부는 영화 ‘비커밍 제인’을 통해 제인 오스틴이 왜 비혼을 택했는지, 작가의 삶을 살기로 결심한 것이 19세기 여성에게 어떤 의미였는지 다룬다. 2부에서는 ‘오만과 편견’, ‘센스 앤 센서빌리티’, ‘노생거 사원’ 등 7편의 영화를 집중적으로 살핀다.

3부에서는 제인 오스틴의 6개 작품이 캐릭터에 녹아 있는 ‘제인 오스틴 북 클럽’, 「오만과 편견」을 영국식 로맨틱 코미디로 재해석한 ‘브리짓 존스의 일기’, 「에마」의 하이틴 무비 버전 ‘클루리스’ 등 현대적으로 각색한 영화들을 찾아본다. 오스틴 팬덤 현상과 대중화된 오스틴에 대한 복합적 논평을 담은 영화 ‘오스틴랜드’도 소개한다.

세 가지 스토리 

「쌀 재난 국가」
이철승 지음|문학과지성사 펴냄


한국 사회에 세대론과 불평등에 관한 새로운 시각을 제시해온 이철승 사회학 교수. 그가 한국 사회 불평등의 ‘깊은 구조’를 역사적으로 분석한다. 그는 반복되는 국가적 재난에 맞서며 ‘먹거리(쌀)’를 생산하고 유지하기 위해 만든 사회제도와 습속-협업과 위계, 경쟁 등에 주목했다. ‘벼농사 체제’ 하에서 발전한 제도가 어떻게 불평등 구조를 만들고 이어졌는지 그리고 지금의 위기를 진단하고 대안을 제시한다.

「테라 인코그니타」
강인욱 지음|창비 펴냄


‘세계 4대 문명.’ 우리가 의심 없이 배우고 무심코 사용한 이 단어에 ‘19세기 제국주의 국가의 시각’이 담겨있다고 생각해본 적 있는가. 이 책은 강대국의 시각에서 서술돼온 고대사를 바라보는 새로운 관점을 제안한다. ‘미지의 땅’이라는 의미의 라틴어 ‘테라 인코그니타’에서 따온 책 제목에서 짐작할 수 있듯 저자는 “야만으로 치부돼온 99.7%의 역사가 지금의 인류를 만드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강조한다.


「미친 세상을 이해하는 척하는 방법」
움베르토 에코 지음|열린책들 펴냄


「장미의 이름」을 쓴 작가 움베르토 에코가 2000년부터 타계하기 전까지 쓴 55편의 촌철살인 에세이를 한데 모았다. 국가나 신, 이데올로기처럼   ‘위로부터의 구원’에 대한 믿음이 사라진 오늘날 개인은 불안하고 불안정할 수밖에 없다. 그들에게 움베르토 에코는 “현실로부터 도피하지 말고 무관심과 무지에서 깨어나야 한다”고 일침을 가한다. 아울러 날카로운 시선으로  세상 구석구석을 조명한다.

이지은 더스쿠프 기자 
suujuu@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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