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신세계면세점 운영 종료, 철수
인천공항 제1터미널 입찰 번번이 유찰
실효성 있는 장기적 대책 필요

황금알을 낳던 시대는 갔다. 이제는 되레 ‘승자의 저주’를 걱정해야 한다. 2021년 면세산업의 현주소다. 면세점 사업권만 따내면 돈을 쓸어 담던 과거와 달리 사업자 선정 입찰이 번번이 유찰되고 있다. 별 재미를 보지 못할 거란 전망을 넘어 적자만 안게 될 거란 우려에서다. 면세산업은 이 위기를 빠져나갈 수 있을까.

면세산업에 단기적인 대책이 아닌 더욱 실효성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많다.[사진=뉴시스]
면세산업에 단기적인 대책이 아닌 더욱 실효성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많다.[사진=뉴시스]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T1)에서 면세점을 운영 중인 롯데면세점과 신라면세점이 2월 말 면세점 운영을 종료한다. 업계 1·2위 사업자인 롯데와 신라는 제1터미널에서 각각 DF3(롯데)과 DF2·DF4·DF6(신라) 사업권을 운영해왔는데 2월 28일로 계약이 끝나기 때문이다.

2015년 9월 운영을 시작한 롯데와 신라의 계약기간은 당초 지난해 8월까지였다. 하지만 인천공항공사가 새로운 사업자를 찾는데 실패하면서 계약이 6개월 연장됐다. 관세법상 면세점 특허기간은 최대 6개월까지만 연장할 수 있다. 법상 재연장이 불가능한 탓에 롯데와 신라가 철수하게 된 거다. 중소·중견기업이 운영하던 DF8과 DF9는 진작 에스엠과 시티면세점이 사업권을 반납하고 지난해 8월 철수했다.

인천공항공사는 계약이 끝난 사업권의 입찰 공고를 3월에 낼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입찰 공고를 내더라도 새로운 사업자가 선정되기까진 최소 6개월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설명한다. 그렇게 되면 롯데와 신라가 떠난 구역은 공실로 남을 수밖에 없다.


대규모 공실 사태를 막기 위해 인천공항공사는 일단 현재 제1터미널에서 면세점을 운영 중인 신세계면세점과 현대백화점면세점에 임시 운영을 요청한 상태다. 두 면세점은 각각 제1터미널 출국장의 DF1(향수·화장품)·DF5(부티크)와 DF7(패션·잡화) 구역에서 영업을 하고 있다. 인천공항공사의 제안에 신세계면세점은 주류·담배 구역을 임시로 맡아 운영하기로 결정했고, 현대백화점면세점은 검토 중이다.

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임시방편에 지나지 않는다. 신세계면세점과 현대백화점면세점이 임시 운영을 한다 한들 그 역시 6개월이 최대다. 그 후에도 사업자가 정해지지 않으면 더 이상 물러날 데가 없다. 업계 관계자들은 “새로운 사업자를 선정하기 위해 입찰을 하더라도 예전처럼 주인 찾기가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왜일까.

인천공항공사는 지난해 2월부터 입찰과 수의계약을 몇차례 진행했지만 모두 유찰됐다. 코로나19 이슈가 1년 넘게 계속되고 있는 데다 그동안 논란이 돼 왔던 높은 임대료 문제가 여전히 숙제로 남아 있어서다. 업체들의 “예전 같지 않을 것”이란 주장에 힘을 실리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실제로 면세산업이 처한 상황은 좋지 않다. 한국면세점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면세업계의 전체 매출은 15조5052억원을 기록했다. 24조8586억원을 올렸던 2019년보다 37.6%가 쪼그라들었다. 이용객도 급감했다. 내국인의 경우 2019년 2842만7360명이 면세점을 이용했는데 지난해엔 738만1259명으로 줄었다. 외국인 이용객 역시 2001만6150명에서 328만8417명으로 가파르게 감소했다.

코로나19 영향으로 비행기가 뜨지 못한 게 가장 컸다. 이런 상황에선 가뜩이나 높은 임대료가 더 큰 부담으로 느껴질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임대료 구조가 개선된 것도 아니다. 면세점업계는 오래전부터 인천공항공사에 고정임대료제도를 매출연동제로 개선해 달라고 요구해 왔지만 근본적인 문제가 달라진 건 없다. 면세점업체 한 관계자의 말을 들어보자. 

“지난해 국토교통부가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항공산업 추가지원 방안으로 면세점 등 상업시설에 대한 임대료를 대폭 감면한다고 발표했다. 당시 지원방안의 핵심이 임대료 구조를 매출연동제로 바꾸는 것이었다. 공항 면세점 사업자들이 가장 원하는 부분이다. 하지만 ‘여객수가 회복되지 않을 경우 최대 2021년 12월까지’라는 단서가 붙었다. 그저 생색내기식 한시적인 운영방안일 뿐이다.” 지금이 아니라 미래를 위해 면세산업 전반에 걸친 고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오랜 기간 유명무실했던 면세점협회가 이제라도 제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면세점협회는 2016년 8월 장선욱 전 회장이 물러난 이후 4년여간 공석이었다. 그러다보니 필요할 때 제 목소리를 못내 왔다는 지적이 끊이질 않았다. 정책 결정권자의 심기를 건드려 혹시라도 입찰에 부정적인 영향이 미칠까 소극적인 태도로 임해왔다는 거다. 또다른 업계 관계자의 말이다. “지난해 이갑 롯데면세점 대표가 새로운 회장으로 선출돼 면세업계는 ‘면세점협회도 이제 뭔가 달라지지 않겠느냐’고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그 기대가 얼마만큼 현실에 반영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정연승 단국대(경영학) 교수는 정부의 역할을 꼬집었다. 그는 “어느 산업이나 잘될 때도 있고 안될 때도 있는데 우리 정부는 유독 면세산업의 워스트(worst) 시나리오를 고민하지 않았다”며 “정부와 기업, 산업이 이제라도 면세산업의 본질을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무슨 말일까. 정 교수의 얘기를 더 들어보자. 

“우리나라 면세점은 그동안 문만 열어도 잘됐던 게 사실이다. 앞으로는 그렇지 않을 것이다. 코로나19 같은 변수가 등장하거나 경기가 악화했을 때도 흔들리지 않는 경쟁력을 갖추는 것이 필요하다. 하지만 우리 정부는 어떤가. 면세산업을 지나치게 단기적인 안목으로 바라봐왔다. 면세산업을 키우겠다는 구호를 외치며 외형만 늘려왔지 그 책임은 업체에 떠넘겨 왔던 게 사실이다.”


정 교수는 “면세점을 운영하는 사업자가 바뀌는 건 큰 의미가 없다”며 “비록 의도한 침체기는 아니지만 실효성 있는 면세점 정책과 기업의 전략이 면밀하게 검토하기엔 지금이 적기”라고 조언했다. 물론 그 바탕엔 위기에도 흔들리지 않는 제품·서비스·영업 등 경쟁력을 갖추는 게 중요하다. 위기의 면세산업은 이 위기를 교훈 삼아 과거의 영광을 재현할 수 있을까. 그 키는 정부와 기업, 산업 모두에 있다. 

김미란 더스쿠프 기자
lamer@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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