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재찬의 프리즘
‘선별 지급’ 가닥 잡은 4차 재난지원금

재난지원금 지급의 사각지대를 줄이는 정책적 노력이 긴요한 시기다. 정교하고 실효성 있는 재난지원금 지원 기준을 마련해 형평성 논란이 일지 않도록 하는 것도 정부의 과제다.[사진=연합뉴스]
재난지원금 지급의 사각지대를 줄이는 정책적 노력이 긴요한 시기다. 정교하고 실효성 있는 재난지원금 지원 기준을 마련해 형평성 논란이 일지 않도록 하는 것도 정부의 과제다.[사진=연합뉴스]

설 연휴 300명대였던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명절이 지난 지 이틀 만에 600명대 두 배로 불어났다. 종교시설과 병원, 산업단지, 학원, 사우나 등 생활 주변 곳곳에서 집단감염이 나타나고 있다. 3차 대유행이 끝나기도 전에 4차 대유행을 걱정해야 할 판이다.

지난해 3월 1차 대유행 이후 어언 1년이다. 하지만 코로나19 확산세는 수그러들 줄 모른다. 변이 바이러스 유입으로 확산 속도는 더 빨라졌다. 설 연휴 때 귀성ㆍ귀향과 가족 모임을 통해 퍼진 바이러스로 신규 확진자 규모도 더 커질 수 있다.  

26일 마침내 국내에서도 백신 접종이 시작된다. 그러나 집단면역이 형성돼 코로나19 확산을 차단하기까진 적어도 몇달을 더 버텨야 한다. 3월에는 새 학기가 시작돼 학생들이 등교한다. 자율과 책임에 기반한 새로운 사회적 거리두기 체계도 도입된다.   

이런저런 변수가 많은 판에 경제적 피해와 국민이 느끼는 방역 피로도는 커졌다. 방역 방벽을 견고히 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3~4월 4차 대유행 가능성이 거론되는 이유다. 봄철 4차 대유행을 막으려면 해이해진 방역의식을 다잡는 한편 피해를 보는 업종에 대한 빠르고 균형 있는 보상이 절실한 시점이다. 

‘선별(맞춤형)ㆍ보편(전 국민) 동시 지급’을 추진하던 여당이 정부와 협의 끝에 ‘선先 선별, 후後 보편 지급’으로 가닥을 잡았다. 코로나 3차 대유행이 끝나지 않은 현 상황에선 전 국민지원보다 맞춤형 선별 지원을 빨리, 넓고, 두껍게 하는 것이 옳다. 전 국민 보편 지원은 코로나 확산세가 어느 정도 잡힌 시점에 해야 소비 진작을 통한 경제 활성화 효과를 볼 수 있다. 

당정은 선별 지원으로 가닥을 잡은 만큼 가급적 이른 시기에 지급할 수 있도록 추가경정예산 편성 등 준비를 서둘러야 할 것이다. 2ㆍ3차 재난지원금 지급 과정에서 나타난 문제점을 최소화하는 보완작업이 요구된다. 우선 4차 재난지원금은 지급 등급을 더욱 세분화하자. 재난지원금은 실제 피해 규모에 비례해 지원금이 돌아가도록 하는 것이 취지에 부합한다.   

2ㆍ3차 재난지원금은 집합금지(200만원 또는 300만원)와 집합제한(150만원과 200만원), 일반 업종(100만원) 3등급으로 나눠 차등 지급했다. 매출 감소 여부를 따지지 않고 지원했다. 그런데 식당 등 일부 업소는 집합제한 조치에도 ‘배달 특수’ 등으로 매출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에게 재난지원금이 지급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논란이 제기됐다.

마침 지난해 2기(하반기) 부가가치세 신고ㆍ납부가 25일 완료된다. 전년도 신고납부액과 비교하면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실질 매출 감소를 확인할 수 있다. 매출 변화와 휴업기간, 종업원 변동 등을 지원 기준으로 삼으면 코로나 피해가 없는 업소가 지원받는 문제를 해소할 수 있을 것이다. 대신 매출 감소 등 피해가 큰 자영업자에 대해선 ‘두껍게 지원한다’는 원칙에 따라 지원액을 늘리자. 

재난지원금 지급의 사각지대를 줄이는 정책적 노력도 긴요하다. 플랫폼노동자나 노점상, 과거 매출 내역이 없는, 새로 개업한 상인 등이 대표적인 사각지대다. 소상공인과 자영업에 고용됐다가 일자리를 잃은 종업원들에 대한 지원책도 필요하다. 매출 4억원(일반 업종), 종업원 5명 미만(서비스업)으로 제한된 지원 대상을 넓히는 방안도 검토돼야 할 것이다. 

지원 대상을 넓히면 개인이 받는 액수가 줄어들 수 있다. 부득이 전체 지원금 총액을 늘려야 할 것이다. 정부는 추경으로 12조원 규모를 제기했고, 여당은 20조원은 돼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12조~15조원 규모로 결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적자국채 발행은 물론 증세까지 포함해 재원 확보 방안을 제시하고, 국민을 설득해야 한다.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에게 재난지원금을 마냥 쏟아부을 수는 없다.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슈퍼 예산과 잇따른 추경 편성으로 지난해 국가채무가 100조원 넘게 불어났다. 국가채무가 1000조원에 육박하는 상황에서 올해 추경도 재정이 감당할 수 있는 범위에서 편성해야 한다. 아울러 정교하고 실효성 있는 재난지원금 지원 기준을 마련해 형평성 논란이 일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정부는 3월부터 자율과 책임을 강화하는 쪽으로 방역 원칙을 바꾸기로 했다. 민생과 일상에 대한 고려가 요구되지만 ‘방역이 곧 경제’라는 점을 염두에 두고 방역수칙을 치밀하게 개편해야 할 것이다. 또한 백신 확보에 총력을 기울여 집단면역 시점을 최대한 앞당겨야 한다. 국민도 지금까지 해온 것처럼 높은 시민의식과 책임감으로 마스크 착용과 거리두기 등 생활방역 수칙을 준수해야 한다. 

양재찬 더스쿠프 편집인
jayan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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