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증시 상장 선언한 쿠팡
국내 기업 미 증시 주가 상승률

쿠팡의 뉴욕증권거래소(NYSE) 상장 소식에 투자업계가 떠들썩하다. 시장에선 쿠팡의 기업가치가 30조~55조원에 달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 증시에 실제로 상장하면 대박이라는 장밋빛 전망도 함께 쏟아진다. 하지만 쿠팡보다 앞서 미 증시에 상장한 국내 기업의 주가는 대박과는 거리가 멀었다. 어디에 상장하느냐보단 어떤 성과를 내느냐가 더 중요한 문제란 얘기다. 더스쿠프(The SCOOP)가 미국 증시에 상장한 국내 기업의 성적표를 분석했다. 

미국 주식시장에 상장한 국내 기업의 주가 상승률은 높지 않았다.[사진=뉴시스] 

국내 최대 이커머스업체 쿠팡의 미 증시 상장 소식에 투자시장이 출렁이고 있다. 쿠팡은 지난 12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공시를 통해 뉴욕증권거래소(NYSE) 상장을 위한 신고서를 제출했다고 발표했다. 이를 두고 시장에선 국내 벤처업체가 일궈낸 값진 성과라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한국 유니콘 기업의 쾌거”라며 “우리나라 유니콘 기업의 성장 잠재력이 국제적으로 인정받았다는 의미”라고 밝혔다. 그는 “벤처기업이 고용·매출 등 다양한 측면에서 대기업에 버금갈 정도로 한국경제의 성장을 이끄는 주역으로 성장했다”며 “앞으로도 벤처·창업 생태계 강화 등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권칠승 중소벤처기업부 장관도 지난 16일 “쿠팡이 한국에서 사업을 펼쳐 유니콘 기업으로 성장했다”며 “이를 바탕으로 미국 증시에 상장할 정도로 우리나라 벤처 생태계가 성장했다는 것에 큰 의미가 있다”고 치켜세웠다.

쿠팡이 이처럼 시장의 주목을 받는 이유는 높은 기업 가치 덕분이다. 블룸버그 통신은 쿠팡의 기업가치를 300억 달러(약 33조2800억원)로, 월스트리트저널(WSJ)은 500억 달러(약 55조4950억원)로 평가했다. 쿠팡의 미 증시 상장 기대감에 관련 기업의 주가도 상승세를 타고 있다. 실제로 쿠팡 관련주로 언급되는 운송 물류업체 동방과 KCTC, 콘텐츠 유통업체 KTH의 주가는 쿠팡의 상장 계획 발표 이후 가파른 상승세를 기록했다. 쿠팡을 향한 시장의 기대가 그만큼 높다는 의미다.

그렇다면 쿠팡보다 앞서 미 증시에 상장한 국내기업은 어떤 성과를 내고 있을까. 이를 살펴보려는 이유는 과거 미 증시에 상장한 국내 기업을 통해 쿠팡의 미래를 가늠할 수 있기 때문이다. 증시분석업체 톱포린스탁스(TOP FOREIGN STOCKS)에 따르면 지난 17일 기준 미 증시에 상장된 한국기업은 모두 9개다.

온라인게임 라그나로크로 유명한 그라비티는 나스닥에 상장돼 있다. 나머지 8개는 NYSE에 상장한 포스코, 한국전력, SK텔레콤, KT, KB금융그룹, 신한금융지주, 우리금융그룹, LG디스플레이 등이다(상장일 순서). 물론 이 기업들과 쿠팡은 차이점이 있다. 쿠팡은 미 증시에 직접 상장을 추진하고 있다.

쿠팡보다 앞서 미 증시에 상장한 국내 9개 기업들은 미국 예탁증권(American Depositary Receipt·ADR)을 활용했다. 하지만 ADR과 직접 상장은 상장 방식의 차이일 뿐이다. 쉽게 설명하면 우회 상장이냐 기업공개(IPO)를 거치는 직접 상장이냐의 차이다.


주식이 거래되는 방식과 주가를 평가받는 방법이 다르지 않아 수익률도 똑같이 계산된다. [※참고: ADR은 미국 은행이 외국 기업으로부터 예탁받은 증권을 담보로 발행한 주식이다. 국내에서 발행한 주식을 담보로 발행한 주식을 이용해 해외 증시에 상장했다는 의미다. ADR로 미 증시에 상장한 기업으로는 세계 최대 규모의 온라인 쇼핑몰인 중국의 알리바바가 대표적이다.]

미 증시에 상장한 9개 기업의 상장일 대비 주가 상승률(2월 16일 기준)은 평균 35. 6%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국내 주식의 주가 상승률 평균(95.8%)의 3분의 1 수준이다. [※참고 : 국내 주가 상승률은 미 증시 상장 시점의 국내 주가를 확인할 수 없는 KB금융그룹과 우리금융그룹, 미 증시에만 상장한 그라비티 등 세곳을 제외하고 계산했다. 이 세개 기업을 뺀 6개 기업의 미 증시 주가 상승률 평균은 15.7%를 기록했다는 점을 아울러 밝힌다.]

가장 먼저 미 증시에 상장한 한국기업은 포스코다. 포스코는 1994년 10월 10일 ADR 방식으로 NYSE에 상장했다. 상장일 시초가는 37.75달러였다. 지난 16일 종가가 61.84달러(약 6만8400원)라는 걸 감안하면 22년 동안 63.8%의 주가 상승률을 기록했다.

국내 최대 이커머스 기업 쿠팡이 미 증시 상장을 준비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지난 16일 미 증시 종가는 국내 주가인 27만1500원의 4분의 1 수준이다. 미 증시 상장일 당시 포스코의 국내 주가는 8만3300원이었다. 국내 주가가 200% 이상 치솟을 때 미 증시의 주가는 63.8%가 상승하는 데 그쳤다는 것이다.

포스코 다음으로 상장한 한국전력의 주가도 상장일 대비 하락했다. 1994년 10월 24일 20.12달러였던 한국전력의 주가는 10.65달러(2월 16일 기준)로 47.0% 하락했다. 같은 기간 국내 주가가 3만1600원에서 2만3550원으로 25.4% 떨어졌다는 걸 감안하면 미 증시의 하락폭이 20%포인트 이상 컸다. 국내 증시보다 미 증시에서 나타난 상승폭은 낮은 반면 하락폭은 컸다는 건데, 이런 모습은 국내 주가와 비교할 수 있는 모든 기업에서 나타났다.

1996년 6월 24일 NYSE에 상장한 SK텔레콤의 미국 주가가 지난 16일 14.75달러에서 25.3달러로 71.5% 상승할 때 국내 주가는 5만4476원에서 25만1000원으로 400% 이상 상승했다. KT의 국내 주가는 미 증시 상장일(1994년 5월 24일) 5만2600원에서 지난 16일 2만6550원으로 49.5% 떨어졌다. 하지만 같은 기간 미 증시 주가는 30.12달러에서 11.8달러로 60.8% 하락했다. 주가의 방향성은 두 증시 모두 비슷했지만 그 결과는 달랐다.

쿠팡보다 먼저 진출한 기업 성적표


물론 미 증시 상장 이후 가파른 상승세를 기록한 기업도 있다. 게임업체 그라비티가 대표적이다. 2005년 나스닥 상장 당시 55.04달러였던 이 회사의 주가는 지난 16일 143.2달러로 3배 가까이 상승했다. 주가 상승의 원동력은 역시 실적이었다. 그라비티의 지난해 영업이익(3분기 누적 기준)은 610억2500만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468억6400만원) 대비 30.2%(141억6100만원) 늘어난 수치다.

당기순이익도 394억4700만원에서 475억7300만원으로 81억2600만원(20.6%) 증가했다. 지난해 3월 20일 23달러까지 하락했던 그라비티의 주가가 가파르게 상승한 이유는 결국 실적이었다는 얘기다. 어디에 상장하느냐가 아니라 어떤 성과를 내느냐의 문제라는 거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주가는 결국 실적과 성장 가능성에 큰 영향을 받는다”며 “특히 해외 증시에 상장한 기업이라면 수익원이 국내에 한정돼 있는지 아닌지도 중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매출이 국내에 한정된 기업이라면 해외 증시에서의 투자 매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수익원이 국내에 한정돼 있다면 해외 투자자가 해외에 상장한 국내 주식에 투자할 이유가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 상장 기업 주가 상승률 평균 35.6%


이는 미 증시 상장을 준비 중인 쿠팡의 고민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미 증시에 상장하지만 정작 해외진출 계획은 뚜렷하지 않아서다. 김진우 KTB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세계 최대 이커머스 업체인 아마존이 흑자를 달성했던 2003년 미국의 이커머스 시장 침투율은 1.7%에 불과했다”며 “반면 아마존의 지난해 한국 이커머스 시장 침투율은 34%나 됐다”고 밝혔다.

그는 “한국 시장만 타깃으로 하는 쿠팡은 성장 잠재력에서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며 “해외 시장 진출과 구체적인 신규 비즈니스 계획이 없다는 점도 부정적인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쿠팡이 미 증시 상장 이후 어떤 성과를 낼지는 예견하기 어렵다. 하지만 쿠팡에 앞서 미 증시에 상장한 기업의 ‘주가성적표’를 반면교사로 삼을 필요는 충분하다. 미 증시 상장이 기업가치와 주가의 상승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쿠팡도 예외는 아니다.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ks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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