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수동에 불어온 변화의 바람
새바람 일었건만 역풍도 불었네

2014년 성동구 성수동에선 폐공장을 거대한 카페로 만드는 도전적인 시도가 있었다. 그 이후 성동구는 차츰 변하기 시작했다. 서울에서 유일하게 ‘상권 확장’을 거듭했고 서울숲 옆으로 들어서는 고층빌딩엔 이름만 들어도 알 법한 기업이 둥지를 틀었다. 하지만 긍정적인 변화만 있었던 건 아니다.  더스쿠프(The SCOOP)가 제2의 벤처요람 성수동에 가봤다. 

성동구 성수동 일대로 문화·트렌드를 이끄는 기업들이 몰리기 시작했다.[사진=연합뉴스]
성동구 성수동 일대로 문화ㆍ트렌드를 이끄는 기업들이 몰리기 시작했다.[사진=연합뉴스]

지하철 분당선 서울숲역(성동구 성수동1가)에 내리면 독특한 모양의 하얀 건물이 눈에 띈다. 삼각기둥 모양 블록을 이리저리 올려놓은 모양의 이 건물은 화장품 제조ㆍ유통업체 클리오의 사옥이다. 2019년 완공됐고, 지난해엔 서울시 건축상 대상의 영예를 안았다. 

클리오 사옥을 마주 보고 뒤를 돌면 주상복합 아크로 서울포레스트가 눈에 띈다. 이곳은 국내 최대 엔터테인먼트사 SM이 들어올 예정이다. 클리오 사옥을 지나 한강 쪽으로 조금 더 걷다 보면 서울숲의 입구가 나온다. 그 맞은 편에는 2019년 입주한 메가박스 사옥이 둥지를 틀고 있다. 2010년대 말 성수동에 정착한 기업들은 대부분 문화ㆍ트렌드를 이끄는 곳이다.

이런 변화는 급작스러운 일은 아니다. 성수동이 있는 성동구는 수년간 꾸준한 변화를 겪었다. 서울시 ‘우리마을가게 상권분석 서비스’에 따르면 성동구는 2016년 3분기 이후 2020년 3분기까지 꾸준히 ‘상권확장’ 상태였다. 상권분석서비스는 상권 상태를 총 4단계로 구분한다. 모든 업체의 영업이 어려운 정체상권, 기존 업체가 유리한 상권 침체, 상권이 새롭게 만들어져 경쟁이 치열한 다이내믹, 신규업체가 유리한 상권확장이다.

성동구를 제외한 다른 서울 24개 구가 다이내믹과 상권확장을 번갈아 겪거나 상권침체가 계속된 것과 달리 성동구는 4년 내내 꾸준히 ‘새롭게 문을 여는 사업체’에 유리한 상황이었다. 

이런 성동구엔 클리오ㆍ메가박스처럼 널리 알려진 기업만이 둥지를 튼 것은 아니다. 이들보다 더 빨리 성수동에 자리를 잡은 기업도 많다. 공유오피스는 대표적 예다. ‘코워킹 스페이스’를 제공하는 헤이그라운드는 2017년 대로변에서 떨어진 주택 단지 인근에 헤이그라운드 성수시작점의 문을 열었다. 3년 뒤인 2020년에는 왕십리로와 아차산로가 갈라지는 부근에 2호점인 서울숲점 운영을 시작했다. 

국내 공유오피스 브랜드인 ‘패스트파이브’도 2018년 아차산로에 패스트파이브 성수점을 열었고 2019년에는 성동구 왕십리로의 KD타워에 서울숲점을 열었다. 공유 오피스 후발주자인 ‘스파크플러스’ 역시 지난해 연달아 성수점과 성수 2호점을 운영하기 시작했다. 

성수동 공유오피스를 이용하고 있는 스타트업 관계자는 “최근 테헤란로에 있던 IT 기반 스타트업들이 성수동으로 오면서 강남을 고집했던 투자사들도 함께 자리를 옮기고 있다”며 “그 이전부터 성수동 일대에서 운영되던 공유오피스가 그 요람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4년 연속 ‘상권확장’된 유일한 곳

그렇다면 얼마나 많은 기업이 성수동에 새 보금자리를 마련했을까. 성동구에 자리를 잡은 사업체 현황을 들여다봤다. 통계청에 따르면 ‘상권확장’이 시작되던 2016년 성동구에서 운영 중인 업체는 총 2만6581개였다. 그로부터 3년 후인 2019년에는 2만8343개(잠정치)로 6.6% 늘었다.

단순히 사업체만 늘어난 건 아니다. 이 기간 사업체의 DNA도 달라졌다. 2016년 1095곳이었던 기술서비스업체는 2019년 1691곳으로 54.4% 증가했다. 정보통신업체(731곳→915곳)도 25.2% 늘었다. IT 기술 기반의 기업이 증가했다는 의미다. 이는 “테헤란로 일부 업체가 성수동으로 옮겨왔다”는 말을 뒷받침하는 통계적 근거다. 아울러 성동구 특유의 창고를 카페ㆍ식당 등으로 리모델링해 운영하는 곳이 늘며 숙박ㆍ음식업체(3592곳→3936곳)도 9.6% 증가했다. [※참고 : 성동구 성수동 일대는 공업지대였다.]

그러다보니 부동산 관련 업체들도 눈에 띄게 많아졌다. 일례로 임대서비스업체(295곳→446곳)와 부동산업체(1288곳→1456곳)는 각각 51.2%, 13.0% 증가했다. 공유오피스 등의 성장이 수치로 확인된 셈이다. 그렇다고 성수동에 ‘긍정적인 변화’만 일어나고 있는 건 아니다.

IT와 부동산에 밀려난 산업도 있다. 바로 제조업이다. 정보통신산업과 부동산 임대업이 성장하는 동안 성동구 공업지역을 떠받쳤던 제조업체는 9.5%(2016년 4622 →2019년 4182) 감소했다. 이는 성동구가 야심차게 밀어붙였던 제화산업 부흥이 큰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부동산 값도 상승일로를 걷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2020년 8월 지가지수 100을 기준으로 성동구 성수동1가의 지가지수는 2016년 월평균 66을 기록했다. 4년간 34포인트 상승한 셈이다. 서울 전체와 비교해도 상승 폭이 가파르다. 같은 기간 서울 전 지역 월평균 지가지수는 2016년 88에서 2020년 8월 100으로 올랐다. 

하지만 이미 제조업이 줄어들고 새로운 산업의 비중이 커지는 추세는 되돌리기 어렵다. 공업지역에서 공장과 창고로 쓰이던 건물도 속속 카페 등이나 고층 건물로 용도가 바뀌고 있다. 과연 성수동에선 옛 산업과 새로운 산업이 공존할 수 있을까. 

최아름 더스쿠프 기자
eggpuma@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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