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에 안 보일 정도로 작은 AI
어디서나 쓰일 뉴럴 네트워크

쟁쟁한 전문가의 미래 예측도 자주 빗나가곤 한다. 특히 디지털 기술 전망은 틀릴 때가 더 많다. 그럼에도 우리는 항상 미래에 주로 쓰일 신기술의 정체를 궁금해한다. 처음엔 얼토당토않던 아이디어가 종종 새로운 시장, 새로운 소비자, 새로운 사회를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반도체 설계업체 Arm이 자사 전문가들의 입을 빌려 차세대 기술 다섯가지를 살펴본 이유다.

Arm이 흥미로운 미래 기술 다섯가지를 제시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Arm이 흥미로운 미래 기술 다섯가지를 제시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 “2000년까지 전세계 휴대전화 사용자는 90만명에 불과할 것이다.” 1980년 컨설팅 회사 맥킨지앤컴퍼니의 전망이다. 하지만 2000년이 됐을 때, 맥킨지의 전망은 1억8900만명에 이르는 오차를 보였다. 

# 국제에너지기구(IEAㆍInternational Energy Agency)는 지난해 “태양광이 역사상 가장 저렴한 형태의 전력”이라고 발표했다. 2004년만 해도 IEA가 태양광이란 단어를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다소 뻔뻔해 보인다.

기술의 진화를 간과한 사례는 이뿐만이 아니다. 음성인식, LED 조명, 전기차 등 지금은 상용화한 기술이 기이하고 실행불가능한 아이디어로 평가절하된 예는 수없이 많다. 우리가 미래 기술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얼토당토않은 아이디어 중엔 실제로 미래를 바꿀 기술이 숨어있을 수 있어서다. 반도체 설계업체인 Arm이 자사 전문가 다섯명에게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진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미래 사회에 크게 기여를 할 것으로 점쳐지는 기술은 무엇이 있나요?”

■인비저블(Invisible) AI = 인공지능(AI)은 꽤 익숙한 기술이 됐다. 우리 눈에 띄지 않는 소소한 곳에도 AI가 적용돼 삶을 편리하게 바꾸고 있을 정도다. 가령, 15억명이 넘는 스마트폰 사용자들이 (스마트폰 내) 앨범에서 필요한 사진을 찾을 때 머신러닝 알고리즘이 가동된다는 점을 인식하지 못한다. 

스마트 스피커에 간단한 명령을 내릴 때도 마찬가지다. 젬 데이비스 Arm 머신러닝 사업부 부사장은 AI의 이런 ‘비가시성(Invisibility)’이 앞으로 더 두드러질 것으로 내다봤다. 눈에 잘 드러나지 않으면서도 실용적인 AI 기술이 시장에서 각광을 받을 거란 전망이다. 

물론 인비저블 AI는 해결해야 할 숙제가 많다. 정교한 알고리즘 기술도 문제지만, 무엇보다 개인정보 보호를 철저히 해야 한다. 눈에 보이지도 않는데, 개인정보가 함부로 쓰였다간 기술의 신뢰가 순식간에 떨어질 공산이 커서다.

■메모리 중심 컴퓨팅 = 데이터 트래픽은 더 폭증할 것이다. 지금의 서버ㆍ컴퓨팅 구조로 데이터양을 감당하기 어려운 ‘병목현상’이 IT업계의 해묵은 난제일 정도다. 롭 에이트겐 Arm 펠로우는 그 대안으로 ‘메모리 중심 컴퓨팅’을 제시했다. 이 기술은 ‘중앙처리장치(CPU)~메모리~스토리지’로 굳어진 CPU 중심의 컴퓨팅 시스템을 ‘CPU~메모리(SCM)’로 전환하는 것이다. 

어려운 이야기를 쉽게 풀어보자. 지금의 컴퓨팅은 여러 CPU가 각각의 메모리와 연결돼 데이터를 교환한다. 그래서 에너지 낭비가 심각할 수밖에 없다. 어떤 프로젝트에선 전체 시스템 에너지의 62.7%를 메인 메모리와 컴퓨팅 사이에서 데이터를 옮기는 데 소비할 정도였다. 

하지만 메모리 중심 컴퓨팅은 다르다. 여러 CPU가 거대한 메모리 풀을 함께 공유하는 방식이다. 처리해야 할 데이터양이 많아질수록 효율성이 높아지는 구조다. 롭 에이트겐 펠로우는 “미래에 어떤 컴퓨팅 구조가 대세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수많은 회사가 다양한 방식의 메모리 중심 컴퓨팅을 실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무전력 디바이스 = 전세계에 배포된 1조개의 디바이스를 사용하려면, 하루에 9억1300만개의 배터리를 교체해야 한다. 사물인터넷(IoT)이 더 많은 일상제품에 적용되면서 에너지 효율성이 그 무엇보다 중요해졌다. 그런 점에서 영국 통신사 보다폰과 독일 제약사 바이엘이 협업해 개발한 스마트라벨은 눈여겨볼 만하다. 

이 라벨은 온도, 위치, 포장 완성도 등의 정보를 수집하고, 이렇게 모은 데이터를 주기적으로 중앙서버로 보낸다. 스마트라벨은 특별히 전력을 공급하지 않아도 3년 동안 이런 기능을 수행할 수 있다. 

Arm 역시 ‘트리피드’란 이름의 프로젝트를 통해 전력이 필요 없는 디바이스를 개발 중이다. 컴퓨팅 기능을 넣은 전자태그(RF ID)가 배터리 없이도 가동되는 수준까지 끌어올렸다. 제임스 마이어스 Arm 수석 엔지니어는 “IoT가 사회에 선구적인 역할을 하기 위해선 사회 구석구석에 스며들어야 한다”면서 “이를 위해선 배터리 없이 가동되는 디바이스가 필수”라고 설명했다.

■무선 업데이트 시대 = 글로벌 리서치 기업 IDC는 2023년까지 5억개의 애플리케이션(앱)이 사용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지난 40년간 개발된 앱과 서비스 수보다 많은 수치다. 우리가 쓰는 앱이 그만큼 많아진다는 얘기인데, 이를 일일이 관리할 개발 인력이 충분한지는 의문이다. 

마크 햄블턴 Arm 소프트웨어 부문 부사장은 이 문제를 ‘무선 업데이트(OTAㆍOver The Air)’가 해결할 것으로 내다봤다. OTA 기술은 테슬라가 전기차를 스마트폰이나 컴퓨터처럼 쉽게 업데이트할 수 있게끔 만들면서 주목을 받았다. 

테슬라 전기차처럼 모든 IT기기가 다른 장치를 설치하지 않아도 스스로 문제를 해결한다면, 필요한 개발 인력이 현저히 줄어들 수 있다. 이른바 ‘기기가 기기를 관리하는 시대’가 열릴 거란 전망이다.햄블턴 부사장은 “스마트폰을 무선 업데이트 경험은 다른 산업의 본보기가 될 것”이라면서 “미래에는 다른 산업의 디바이스가 평생 OTA를 보증하는 시대가 올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뉴럴 네트워크 상용화 = 딥러닝의 기반이 되는 ‘인공신경망’ 기술은 인간의 뇌에서 이뤄지는 과정을 모방했다는 이유로 ‘뉴럴 네트워크’로 불린다. 10년 전만 하더라도 AI 업계는 이 기술을 주목하지 않았다. 하지만 2012년 구글이 발표한 실험 이후, 뉴럴 네트워크의 위상은 완전히 달라졌다. 

구글은 10억개의 유튜브 창을 열어 무작위로 캡처한 화면 1000만개를 3일간 보여주면서 ‘뉴럴 네트워크’를 학습시켰다. 그 결과, 인간 얼굴은 81.7%, 인간 몸은 76.7%, 고양이는 74.8%의 정확도로 인식하는 데 성공했다. 

이후로 수많은 회사가 뉴럴 네트워크 기반의 AI 기술을 만들어내고 있지만, 아직 상용화가 됐다고 보긴 어렵다. 데이터가 충분치 않거나, 사람의 정확도를 넘기가 어려워서다. 자율주행차가 아직도 도로 위를 달리지 못하는 이유와 같다. 자율주행차가 완전한 신뢰를 얻기까지는 AI의 정확도, 신뢰도, 처리속도를 한참 더 개선해야 한다. 

그럼에도 이안 브랫 Arm 펠로우는 뉴럴 네트워크가 다양한 산업 전반에 자리 잡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사진 속 고양이를 인식하기 위해 시작된 이 기술은 대부분의 산업을 몰라보게 바꿀 만한 파괴력을 가지고 있다”면서 “한때 불가능해 보였던 모든 것들이 뉴럴 네트워크 기술의 발전으로 가능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다린 더스쿠프 기자
quill@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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