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9단 김영호의 Hot Spot
첫번째 이야기 패킹하우스
고객중심 설계, 오감만족형 매장
프랜차이즈 없는 푸드몰

국내 복합쇼핑몰의 트렌드는 ‘먹거리’다. 전국에서 유명한 맛집을 입점시키고, 가지각색 프랜차이즈 간판으로 매장을 덮어버린다. 이 때문인지 그 쇼핑몰이 그 쇼핑몰 같아 보인다. 세계에서 핫 스팟(Hot Spot)으로 손꼽히는 미국의 편집형 복합 푸드몰(Food Mall) ‘패킹하우스(Packing House)’는 그렇지 않다. 그 흔한 프랜차이즈도 없고, 유명 맛집도 없다. 그럼에도 손님이 끊이지 않는다.

패킹하우스는 매장과 지역을 함께 홍보하는 방식으로 성장했다.[사진=김영호 제공]
패킹하우스는 매장과 지역을 함께 홍보하는 방식으로 성장했다.[사진=김영호 제공]

미국 캘리포니아주 오렌지카운티 애너하임엔 디즈니랜드만 있는 게 아니다. 관광객이라면 꼭 가봄직한 편집형 복합 푸드몰(Food Mall)도 있다. 이름하여 ‘패킹하우스(Packing House)’인데, 카페·식당은 물론 독특한 로컬상품을 판매하는 소매업체를 한곳에 모아놨다. 오렌지카운티에서 가장 ‘힙’한 곳으로, 젊은 연인·친구·가족이 모여들어 한 주간의 피로를 푼다. 

1919년 건설한 오렌지공장을 개조한 패킹하우스는 가지각색의 개성을 살려낸 실내 인테리어로 주목을 끌고 있다. 이 건물은 수년간 방치돼 있다가 지금의 형태로 변신했는데, 크게 엔터테인먼트 공간과 푸드공간으로 나뉜다. 물론 우리나라에도 이와 비슷한 푸드 편집숍이 적지 않다. 하지만 국내 푸드 편집숍은 한계가 뚜렷하다. 숍의 콘셉트와 사전 기획이 맞물리지 않아 별다른 시너지 효과를 느낄 수 없다. 유명한 맛집이나 프랜차이즈만 모아놔서인지 거기가 거기다. 


이런 면에서 패킹하우스는 다르다. 무엇보다 상품·음식보다 독특한 건축 디자인과 다채로운 인테리어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건축물을 고객 중심으로 설계해 물 흐르듯 쇼핑을 하고, 새로운 푸드를 체험할 수 있다. 아울러 공연을 보고, 휴식을 취하는 것도 가능하다. 패킹하우스를 두고 ‘오감만족형 매장’이란 평가가 잇따르는 이유다. 

그렇다고 이곳에 입점한 상품이나 브랜드가 평범하다는 것도 아니다. 시중에서 쉽게 볼 수 있는 기성품이 아니다. 그 흔한 프랜차이즈 매장도 없다. 입점 푸드업체 대부분은 자연친화적인 유기농 재료나 집에서 만든 홈메이드 소스를 활용해 먹거리를 만들어낸다. 그러다보니 이곳엔 온리원(Only One) 브랜드 파워를 지닌 업체가 많다. 그럼 패킹하우스의 특징을 좀 더 세부적으로 살펴보자. 

첫째, 전국 곳곳에 흩어져 있는 유명 맛집을 모아놓은 편집숍이 아니다. 이곳만의 독특한 특징을 대변해줄 업체를 선별해 입점시켰다. 둘째, 건축 디자인을 독창적으로 설계했다. 동선動線을 고객 위주로 만들어 매장에 들어가면 전체가 눈에 들어온다. 특히 1·2층 점포를 한눈에 보이게 설계한 건 놀라운 대목이다. 

여기에 점포마다 차별화된 인테리어는 ‘다른 듯 같게 보이는’ 효과도 준다. 설계의 독창성은 이뿐만이 아니다. 패킹하우스는 지역(district) 한바퀴(4㎞)를 편하게 돌 수 있도록 설계돼 있다. 그렇게 걷다보면 산책과 휴식을 위한 공간도 계속 만날 수 있다. 다시 말해, 볼거리·먹을거리·쉴거리가 끊임없이 이어지도록 설계돼 있다는 거다. 그중 1920년대 화물열차를 복원해 카베르네 소비뇽(Cabernet Sauvignon)을 마실 수 있도록 만든 와인스토어, 호화로운 각종 차를 전시 중인 1925년 패커드 빌딩(Packard B/D)은 이목을 끌 만하다.  

패킹하우스는 우리나라 유통업체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사진=김영호 제공]
패킹하우스는 우리나라 유통업체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사진=김영호 제공]

셋째, 고객들이 쉽게 쉴 수 있는 어메니티(Amenity·편의시설)를 충분하게 만들었다. 이곳 안팎에서 그네의자, 자연친화형 소파 등을 만나는 게 어렵지 않을 정도다. 넷째, 점포뿐만 아니라 해당 지역을 함께 홍보해 잠재고객뿐만 아니라 해외 관광객까지 끌어모으는 데 성공했다. 

이런 패킹하우스의 특징은 한국 유통업체에 시사하는 바가 있다. 전국 유명 맛집만 모아놨다고 편집숍의 완성이 아니라는 점이다. 입점 점포가 아닌 해당 지역을 알리는 데 마케팅의 초점을 맞춰놓은 것도 벤치마킹할 만하다. 패킹하우스가 괜히 세계의 핫 스팟으로 손꼽히는 게 아니다. 


김영호 전문기자 | 김앤커머스 대표
tigerhi@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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