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첫 인구 자연감소
출생아 20만명대

저출생 흐름을 돌리는 건 쉽지 않은 과제다. 정부와 정치권은 더 늦기 전에 각성해 인구정책의 틀을 새로 짜야 할 것이다.[사진=연합뉴스]
저출생 흐름을 돌리는 건 쉽지 않은 과제다. 정부와 정치권은 더 늦기 전에 각성해 인구정책의 틀을 새로 짜야 할 것이다.[사진=연합뉴스]

지난해 인구통계 대부분이 국가 공식 통계기관인 통계청의 전망을 빗나갔다. 여성 한명이 낳는 자녀 수인 합계출산율과 연간 출생아 수가 불과 1년 전 2019년에 전망한 것보다 현저히 낮게 나왔다. 그 결과, 사상 처음으로 사망자 수가 출생아 수를 넘어서며 인구가 자연 감소했다.

이런 추세라면 총인구가 4000만명대로 내려가는 시점도 당초 예상(2044년)보다 10년 정도 빨라질 것으로 우려된다. 불과 13년 뒤 2034년 총인구가 4993만명 수준에 머물 수 있음이다. 역대 정부가 2006년부터 1~3차 저출산 고령사회 기본계획을 실행하며 지난해까지 총 225조원을 저출산 대응 예산으로 쓰고도 인구참사를 막지 못했다.

지난해 합계출산율은 0.84명. 여성이 평생 아이를 한명도 안 낳는다. 세계 198개국 가운데 출산율이 1명에 못 미치는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다. 2017년 장래인구추계 때 1.24명으로 예상했다가 2019년 0.90명으로 수정했는데 이마저 뚫렸다. 특히 집값이 비싸고 보육비, 사교육비가 많이 드는 서울은 0.64명에 그쳤다.  

인구 리스크는 이미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대학입학 정원이 수험생보다 많아지면서 지방 전문대들이 최악의 미달 사태를 빚었다. 4년제 지방대학 상당수도 신입생 정원을 채우지 못했다. 올해 대학입학 대상은 2002년생. 2002년은 초저출산(합계출산율 1.3명 이하)이 시작된 해다. 그해 출생아 수는 49만명, 올해 대학입학 정원이 학생 수보다 8만명 가까이 많다. 3년 후 입학할 2005년생은 43만명에 머문다. 대학가에 나도는 ‘벚꽃 피는 순서대로 대학이 망한다’는 말이 현실화할 날이 머지않았다. 

인구의 급속 감소는 소비침체와 디플레이션, 인력난 등 경제에 악영향을 미친다. 2017년부터 줄어들기 시작한 15~64세 생산연령인구 감소세가 가팔라지면서 경제 활력을 떨어뜨린다. 한국은행은 우리나라 경제의 잠재성장률이 2026~2035년 0.4% 수준까지 떨어질 것으로 본다.

예상보다 훨씬 빠른 저출산과 고령화는 사회보험과 국가 재정에도 주름살을 지운다. 국민연금ㆍ건강보험료 등 사회보험료와 세금을 내는 생산연령인구는 줄어드는 반면 복지 혜택을 받는 노인이 급증하며 적자가 불어나기 때문이다. 국민연금 재정의 경우 2041년 적자로 전환하고 2057년 고갈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0명대 출산율이 지속되면 적자전환과 기금소진 시점이 빨라질 것이다. 제도적으로 기금을 유지하는 구조가 아닌 건강보험 재정은 더 위태로워져 미래세대는 지금보다 훨씬 많은 보험료를 내야 한다.

역대 최악의 인구통계가 나왔으면 정부와 정치권이 나서 그동안 집행해온 1~3차 저출산ㆍ고령사회 기본계획을 성찰하고, 그릇된 방향을 바로잡아야 마땅하다. 하지만 대통령도, 경제ㆍ사회부총리를 포함한 정부도, 여야 정치권도 관심이 없다. 

국가의 존립 기반을 흔들 사상 첫 인구 자연감소와 20만명대 출생아 통계가 나온 이튿날,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해 여당과 정부, 청와대 핵심 인사들은 부산에 집결했다. 대통령 일행은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가 예산이 28조원대로 늘어나고 안전사고와 환경훼손의 위험성이 있다며 반대 입장을 표명한 가덕도신공항 후보지를 선상 시찰하고 추진 상황을 보고받았다. 청와대는 한국판 뉴딜의 핵심인 지역균형 뉴딜을 챙기기 위한 현장(동남권 메가시티) 방문이라고 설명했고, 야권은 4월 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의식한 행보라고 비난했다.

정부와 정치권은 더 늦기 전에 각성해 인구정책의 틀을 새로 짜야 할 것이다. 아동수당 얼마 더 올려주고 육아휴직을 지원하는 정도로는 저출생 흐름을 돌리지 못한다. 기본적으로 젊은이들에게 아이를 낳고 기를 환경을 조성해 줘야 한다.

지난 15년 동안 200조원을 넘는 ‘저출산 예산’을 집행했다지만 주거ㆍ고용 지원 등 예산도 ‘간접 지원’ 이름표를 달고 저출산 예산으로 분류됐고, 그 비중이 절반에 가깝다. 영유아 보육료, 유아 교육비, 육아종합지원센터, 초등 돌봄교실 확충 등 정작 아이 돌봄을 위해 필수적인 ‘직접 지원’ 예산은 거의 늘지 않았다. 특히 올해 직접 지원 예산은 18조8000억원으로 지난해(19조원)보다 줄었다.

정책 가짓수는 많은데 정작 젊은 부부들이 체감하는 정책은 별로 없고 미약하니 저출생 대책이 실효가 없는 것이다. 청년·신혼부부 주거지원이나 한국형 실업 부조 등은 저출산 문제 해결이 아니라도 투입해야 할 예산이다. ‘저출산 예산’ 개념을 명확히 하자. 그리고 아이가 태어나 성장하는 환경의 질적 수준을 높이는 직접 지원 예산 비중을 더 높이자.

양재찬 더스쿠프 편집인

jayan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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