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필수의 Clean Car Talk | 전기차 시대 걸림돌

전기차 시대가 빠르게 열리고 있지만 걸림돌이 많다. 대부분 배터리에 얽힌 것들이다. 가격은 여전히 높고, 안전성은 담보되지 않았다. 이런 와중에 경쟁까지 치열해지고 있다. 국내 배터리 제조업계가 풀어야 할 과제가 적지 않다는 거다.

배터리 가격을 낮추고 안전성을 확보해야 온전한 전기차 시대가 올 수 있다.[사진=뉴시스]
배터리 가격을 낮추고 안전성을 확보해야 온전한 전기차 시대가 올 수 있다.[사진=뉴시스]

전기차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올해부터는 전기차 전용플랫폼을 활용한 가성비 높은 전기차가 다수 출시될 예정이다. 특히 현대자동차그룹은 지난해 말 온라인으로 열린 ‘CEO 인베스터 데이’에서 기존 사업 경쟁력 강화와 미래사업 역량 확보를 위해 올해부터 2025년까지 약 60조원을 투자한다는 계획도 발표했다. 

문제는 이처럼 전기차 시대가 열리고 있지만 전기차는 내연기관차와 정면승부를 펼치기엔 아직 부족한 점이 많다는 점이다. 우선 보조금을 받지 않으면 가격경쟁력에서 밀린다. 현재 전기차의 가격은 내연기관차보다 약 1.5~2배 높다. 

가격과 안전성이 관건

예전과 비교하면 많이 저렴해졌다곤 하지만 갈 길이 멀다. 물론 전용 플랫폼을 통해 대량생산한다면 가격이 더 낮아질 수 있다. 하지만 전기차 가격의 절반을 차지하는 배터리 등 주요 부품 가격이 떨어지지 않는다면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지난해 테슬라 CEO인 일론 머스크가 3년 후 배터리를 자체 생산하겠다고 밝힌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이런 추세를 감안했을 때 아마도 5년 후면 전기차가 보조금 없이도 내연기관차와 경쟁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전기차에 부족한 건 가격경쟁력만이 아니다. 안전성도 부족하다. 현재 전기차에 가장 많이 쓰이고, 가장 진보한 전기차 배터리는 리튬이온 배터리(삼원계 배터리)다. 에너지 밀도가 높아서 1회 충전으로 갈 수 있는 거리가 길고, 고출력을 내는 데에도 유용하다. 

이런 장점만큼 단점도 분명하다. 배터리가 압력이나 충격을 받으면 열이 발생해 화재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게다가 이 배터리는 특성상 한번 불이 붙으면 전소되기 전엔 불을 끄기 힘들다. 지난해 연이어 일어났던 코나 전기차 화재 사고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애플이 2024년에 출시할 예정인 전기차에 리튬인산철 배터리를 사용하려는 것도 이런 불안감에서다. 

그래서 배터리 업계는 에너지 밀도를 더 높이면서도 급속 충전이 가능하고, 충ㆍ방전을 반복해도 수명이 빠르게 줄지 않는 전고체 배터리를 개발하고 있다. 배터리 핵심부품인 전해질이 고체이기 때문에 안정적이고, 화재 위험성도 낮다. 가격도 지금보다 30%가량 저렴해질 수 있다. 하지만 전고체 배터리는 앞으로 3~4년은 더 지나야 현실화한다. 아직 양산할 기술이 부족해서다. 

결국 전기차 시대가 본격화하려면 배터리 기술 개발은 필수다. 경쟁도 치열하다. 현재 배터리 시장에서 한ㆍ중ㆍ일이 경쟁을 펼치고 있다. 한국에서는 LG에너지솔루션ㆍ삼성SDIㆍSK이노베이션이, 중국에서는 CATL과 BYD가, 일본에서는 파나소닉이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전기차 시장이 커지고 있고, 배터리 관련 기술이 전기차 시장을 견인할 수 있는 여지가 있는 만큼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배터리 내재화도 리스크

배터리 업체들끼리만 경쟁할 것으로 보이지도 않는다. 완성차 업체들도 지금은 배터리를 배터리 업체에 맡기고 있지만, 이런 구조를 계속 유지할지는 의문이다. 수직계열화와 하청구조를 통해 자동차를 만들어온 글로벌 제조사들은 자체적으로 배터리를 공급받길 원할 게 뻔하다. 

앞서 말한 것처럼 신규 진입자인 테슬라조차 배터리 자체 생산을 선언한 것만 봐도 그렇다. 물론 배터리를 하루아침에 뚝딱 만들어내기는 어렵다. 중요한 건 전기차 제조사들이 배터리를 자체 생산하겠다는 의지가 강하다는 거다. 국내 배터리 3사 앞에 놓인 과제가 만만치 않다는 방증이다. 

글=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
autoculture@hanmail.net | 더스쿠프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저작권자 © 더스쿠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