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혼희망타운 실적 분석
사업 계획 지켜질 수 있나

문재인 정부의 초창기 부동산 정책 공급의 핵심은 ‘주거복지 로드맵’이었다. 그중에서도 신혼희망타운은 여태까지의 대규모 공공주택 공급과는 결이 달랐다. ‘보육’ 특화 공공주택을 짓겠다는 청사진을 그렸다. 수정을 거듭한 ‘신혼희망타운’은 2022년까지 15만호 규모에 이를 전망이다. 계획은 지켜질 수 있을까. 더스쿠프(The SCOOP)가 현재까지의 실적을 들여다봤다. 

2017년 주거복지 로드맵으로 신혼희망타운이 처음 발표됐다.[사진=연합뉴스]
2017년 주거복지 로드맵으로 신혼희망타운이 처음 발표됐다.[사진=연합뉴스]

2017년 출범 첫해, 문재인 정부는 ‘주거복지 로드맵’을 선보였다. 단순한 주택공급 정책이 아니었다. 청년ㆍ신혼부부ㆍ고령층마다 필요한 주택이 다르다는 점에 착안해 주택정책을 추진하겠다는 게 골자였다. 눈길을 끈 것은 아이가 있거나 생길 수 있는 가족에게 맞춤형으로 제공하는 ‘신혼희망타운’이었다. 주거 불안정이 출생률에 영향을 미친다는 생각에서 나온 정책이었다.

신혼희망타운의 개념은 간단하다. 일괄공급해왔던 공동주택에 ‘보육 친화 특성’을 부여하는 거다. 신혼희망타운에는 국공립 어린이집을 의무적으로 설치해 시간제나 종일돌봄을 제공한다. 육아품앗이와 시간제 보육 서비스가 가능한 시설도 구축한다. 초등학교에 입학한 어린이도 돌봄을 받을 수 있도록 방과 후 초등돌봄 서비스를 이용할 수도 있다. 맞벌이 가족부터 한부모 가족까지 아이가 있는 가족이라면 누구나 안전한 곳에서 보육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게 신혼희망타운의 조성 목표였던 셈이다. 

이런 신혼희망타운은 내 집 마련이 가능한 ‘공공분양’과 임대가 가능한 ‘행복주택’으로 구성됐다. 2018년 첫 분양 공고가 났던 평택 고덕 A9 블록 신혼희망타운의 공공분양을 시작으로 지난 2월 23일까지 총 34개의 신혼희망타운 입주자 모집이 진행됐다.[※참고 : 임대주택인 행복주택 입주자 모집공고는 공공분양보다 늦게 이뤄진다.]

2018년 시작됐으니 신혼희망타운 공급은 올해로 4년째다. 애초 목적대로 신혼희망타운은 주거 안정을 이뤄냈을까. 공급 초기엔 기대보단 우려가 많았다. 집 크기가 작아서 실수요자가 외면할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현재까지 공급된 신혼희망타운은 대부분 전용면적 46~59㎡(약 14~18평) 규모다.

46㎡ 규모의 신혼희망타운 공동주택은 방 2개, 욕실 1개, 주방과 거실 등으로 구성돼 있다. 가장 큰 크기인 전용면적 59㎡에는 침실 2개, 알파룸 1개, 욕실 2개, 주방과 거실 등이 배치됐다. [※참고: 알파룸은 평면 설계 후 ‘남는 공간’을 활용해 만들 수 있는 공간이다. 크기는 작은 창고부터 침실까지 다양하다.]

■경쟁률 어떤가 = 그럼 진짜 성적은 어땠을까.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발표하는 청약경쟁률을 확인했다. 실제로 공급된 신혼희망타운 33개 단지의 평균 청약 경쟁률은 9.20대 1이었다. 이중 ‘미달’이 발생한 곳은 7개였다. ▲파주와동A1 ▲의정부고산S6 ▲완주삼봉A2 ▲양산사송A1 ▲부산기장A2 ▲양주회천A17 ▲아산탕정2A6이다.

대부분 비수도권이거나 수도권에서도 외곽에 자리한 곳이다. 미달이 아니어도 경쟁률이 2대 1 미만으로 떨어진 단지도 9개였다. ▲파주운정3A26 ▲시흥장현A9 ▲시흥장현A12 ▲수원당수A3 ▲수원당수A4 ▲화성봉담A2 ▲화성동탄2A104 ▲평택고덕A3 ▲창원명곡A1은 첫 입주자 모집에서 미달이 발생하지는 않았지만 2대 1 이상의 경쟁률을 기록하지도 못했다.

경쟁률이 낮았던 단지는 청약 미달이 발생한 단지처럼 대부분 수도권 외곽에 위치한 곳이었다. 2018년부터 2020년까지 공공분양을 진행한 34개 단지 중 47%가 큰 인기를 끌지 못했다는 거다. 전용면적 46㎡ 주택보다 전용면적 55㎡나 59㎡의 경쟁이 치열했지만 결국 경쟁률에 더 크게 작용한 변수는 입지였다.

신혼희망타운 공공분양이 ‘반타작’을 했다면 신혼희망타운의 임대주택인 ‘행복주택’의 성적은 어땠을까. 2018년부터 2020년까지 행복주택은 총 7개 단지에서 공급됐다. ▲서울양원S2 ▲남양주별내A25 ▲위례A3-3 ▲수서A3 ▲화성동탄2A104 ▲평택고덕A7 ▲부산기장A3이다. 총 7개 단지의 평균 청약 경쟁률은 7.70대 1이었다. 미달이 발생한 단지는 평택고덕A7뿐이었고 화성동탄2A104와 부산기장A3의 경쟁률은 각각 2.25대 1, 1.62대 1이었다.

나머지 4개 단지는 모두 10대 1 이상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서울양원, 남양주별내, 위례신도시, 수서에서 공급된 단지들로 모두 서울 접근성이 좋아 민간 부동산 시장에서도 인기가 높은 곳들이었다. 미달이 발생하는 동시에 경쟁이 치열한 단지가 있어 양극화가 발생한 셈인데 결국 그 차이는 ‘서울 접근성’에 있었다.

■공급 어떤가 = 그렇다면 신혼희망타운의 공급은 순조로울까. 2017년 발표된 주거복지 로드맵에서 정부는 매년 1만4000호씩, 2022년까지 사업 승인을 기준으로 총 7만호 규모의 신혼희망타운을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이후 목표치는 계속해서 늘어나 2022년까지 15만호의 신혼희망타운을 공급하는 것으로 계획이 변경됐다. 

실제 공급은 어느 정도였을까. 2018~ 2020년 공공분양을 진행해 실제로 청약 접수가 이뤄진 신혼희망타운은 총 1만6692호였다. 연평균 5564호씩 공급된 셈이다. 언뜻 목표의 40% 수준의 공급만 이뤄낸 것 같지만 그렇진 않다. 이창동 밸류맵 리서치팀장은 “정부에서는 할 수 있는 최대치를 수치로 보여주고 있는데 시장에서 느끼기에는 조금 과장된 측면도 있다”며 “사업 승인이 된 곳은 3기 신도시나 그린벨트 해제 지구 등이 있겠지만 사업 진행이 계획대로 되는 경우가 많지 않다는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공급의 어려움에 봉착한 사업지는 적지 않다. 성남대장 공공분양 신혼희망타운 등이 대표적인 예다. 계획대로라면 2020년 말 공급돼야 했던 700여호의 공공분양 물량은 학생 배치 문제로 연기됐다. 신혼희망타운 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 기간은 만 2년이 남았다. 주거복지 로드맵이 그렸던 청사진은 얼마만큼 현실화할 수 있을까. 

최아름 더스쿠프 기자
eggpuma@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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