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남 개인展

붉은 방, 혼합매체, 가변크기, 2021 [사진=학고제 제공]
붉은 방, 혼합매체, 가변크기, 2021 [사진=학고제 제공]

해마다 3월 1일이면 모두가 유관순 열사를 기린다. 그런데 아는가. 남쪽에서 유관순이 만세를 부를 때 북쪽에선 더 어린 열다섯의 소녀 동풍신이 만세운동을 주도했다는 것을. 하지만 그는 이북 출신이라는 이유로 역사에서 소외됐다. 만세를 외치다 일제에 의해 생을 마감한 김향화는 기생 출신이라는 이유로 주목을 받지 못했다.

1919년 간호사였던 박자혜는 부상자들을 치료하다 민족적 울분을 참지 못해 간호사들을 모아 ‘간우회’를 조직했다. 만세 시위와 동맹파업을 시도하다 체포되기도 했다. 그렇지만 대중은 독립운동가 신채호의 아내로 그를 더 잘 알고 있다.


아시아 여성주의 미술의 대모로 불리는 윤석남 작가는 역사를 뒤흔든 여성 독립운동가들의 초상을 그린다. 줄곧 어머니와 여성을 그려오던 그는 어느 날 “나라를 위해 싸운 여성들의 삶을 조명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한국의 초상화를 모은 책에 여성의 초상이 가장 뒤편에, 그것도 딱 두점 실려 있는 걸 보고 난 후다. 이름도 없이 실려 있던 그 초상을 본 윤석남은 “울화가 치밀었다”며 역사가 주목하지 않은 여성 독립운동가의 삶을 화폭에 담기로 했다. 

지난 1년, 윤석남은 김이경 소설가와 여성 독립운동가의 자료를 모았다. 윤석남은 자료를 토대로 초상을 그렸고, 김이경은 그 인물들의 삶에 소설적 상상력을 더해 글을 썼다. 그 노력의 결과들을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동시에 관람할 수 있다. 

‘싸우는 여자들, 역사가 되다’ 전시가 열리는 학고재 본관에선 김마리아·박자혜·이화림·정칠성을 비롯한 여성 독립운동가 14인의 채색화와 연필드로잉을, 학고재 온라인 전시공간인 오룸에선 김향화·동풍신·부춘화 등 잘 알려지지 않은 8인의 초상을 추가로 만나볼 수 있다. 전시 개막에 맞춰 김이경이 출간한 동명의 책은 전시를 즐기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윤석남은 역사 속 여성 독립운동가의 기록을 그림으로 복원해가는 작업을 계속 이어갈 예정이다. 무엇보다 100인의 초상을 그리는 것이 목표다. 하지만 남아 있는 사진 자료가 많지 않아 종종 난항을 겪는다. 그래도 그는 “힘닿는 데까지 해보겠다”며 잊히던 역사 속 인물들에 생명을 불어넣고 있다. 

전시는 오는 4월 3일까지 서울 종로구 소격동 학고재에서 열린다. 

김미란 더스쿠프 기자 
lamer@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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