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헬스 실적 성적표
바이오벤처붐 이후 5년
앞으로 5년 후는 다를까

정부가 바이오산업 육성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2025년까지 바이오헬스 분야에 매년 4조원대 투자를 이어가겠다는 플랜도 내놨다. 정부뿐만이 아니다. 벤처투자업계도 바이오산업에 ‘큰돈’을 베팅하고 있다. 그렇다면 바이오헬스 기업들은 투자자들의 기대에 부응하는 성적을 내놓고 있을까. 더스쿠프(The SCOOP)가 바이오벤처 창업붐이 일었던 2015년과 2020년 바이오헬스 기업들의 ‘실적 성적표’를 열어봤다.

지난 수년간 바이오산업에 끊임없는 투자가 이어졌지만 괄목할 만한 성과는 나오지 않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지난 수년간 바이오산업에 끊임없는 투자가 이어졌지만 괄목할 만한 성과는 나오지 않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바이오헬스 기업에 자금이 없어서 기술개발을 중단하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 문재인 대통령이 2019년 5월 충북 오송에서 열린 ‘바이오헬스 국가비전 선포식’에서 내놓은 발언이다. 바이오산업 육성 의지를 불태우는 정부의 목표는 ‘2030년 제약 · 의료기기 세계시장 점유율 6%’ ‘수출 500억 달러(약 55조4000억원) 달성’ 등 야심 차다. 

이를 위해 자금 지원도 아끼지 않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 1월 ‘바이오헬스 연구개발 투자전략’을 발표하고 “연간 2조6000억원 규모인 정부의 바이오헬스 분야 R&D 투자를 2025년까지 연간 4조원 규모로 끌어올리겠다”고 밝혔다.

바이오산업에 투자를 쏟아붓는 건 정부뿐만이 아니다. 벤처투자업계도 바이오헬스 기업에 베팅하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2015~2020년 벤처투자를 받은 4521곳(총 5920곳 중 기업가치 산정이 가능한 기업에 해당) 중 13.6%(615곳)가 바이오·의료기업이었다. 이는 정보통신기술(ICT) 서비스 기업(1381개), 유통ㆍ서비스 기업(781개) 다음으로 높은 비중이다. 

“바이오산업이 커질 것”이라는 시장의 기대감은 가파르게 늘어난 바이오헬스 기업의 시가총액으로도 가늠할 수 있다. 바이오벤처 창업붐이 일었던 2015년과 비교해 보자. 당시 28조6603억원이던 KRX헬스케어 종목 시가총액(이하 각 해 2월 24일 기준)은 현재 208조9400억원으로 629.0% 증가했다.[※참고 : KRX헬스케어는 코스피ㆍ코스닥 주요 제약·바이오 종목으로, 2015년 30개 종목에서 2021년 88개로 늘었다.] KRX헬스케어지수의 상승세는 그보다 더 눈부시다. 2015년 1월 2일 1457.36이던 KRX헬스케어지수는 지난 2월 23일 4505. 60을 찍었다. 

그렇다면 바이오헬스 기업들은 투자와 기대를 한몸에 받을 만한 알찬 성과를 맺고 있을까. KRX헬스케어 상위 81개(시가총액 기준) 기업 중 실적 비교(이하 2015년 3분기 대비 2020년 3분기ㆍ누적 기준)가 가능한 50개 기업의 ‘성적표’를 열어봤다.[※참고: 2015년 3분기 실적을 발표하지 않은 기업 및 지주사는 제외했다.] 

먼저 매출액을 살펴보면, 지난 5년 새 50개 기업 중 47곳의 매출액이 증가했다. 문제는 ‘대기업 쏠림’ 현상이 심각하다는 점이다. 실제로 50개 기업이 기록한 매출(2020년 3분기 누적 매출 12조5903억원) 중 절반 이상을 광동제약ㆍ녹십자ㆍ셀트리온ㆍ유한양행ㆍ종근당ㆍ한미약품 등 6개 제약사(6조2994억원)가 차지했다. 

‘영업이익 성적표’는 더 초라했다. 50개 기업 중 5년 전보다 영업이익이 감소한 기업은 20곳으로, 전체의 40.0%에 달했다. 20곳 중 9개 기업은 ‘적자기업’이었다. 더 큰 문제는 ‘바이오벤처붐’을 등에 업고 코스닥 시장에 상장한 기업들이 의미 있는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코스닥150헬스케어(코스닥 제약ㆍ바이오 종목 38개) 종목 26개를 살펴본 결과, 지난해 3분기 영업적자를 기록한 기업은 12곳(46.1%)에 달했다. 

2015년 3분기에 이어 적자 누적을 이어간 기업도 10곳이나 됐다. 바이오산업에 매년 수조원대에 달하는 정책자금과 민간 투자가 이뤄지고 있지만 ‘실체’는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바이오벤처 창업붐이 일었던 지난 2015년 이후 5년간의 성적표는 초라했다. 자양분을 숱하게 줬음에도 쭉정이만 고개를 든 셈이다. 앞으로 5년은 다를 수 있을까. 

이지원 더스쿠프 기자 
jwle11@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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