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이현 모어댄 대표와 조창원 눙눙이 공동대표

2020년 12월 ㈜눙눙이는 예비사회적기업으로 지정됐습니다. 2018년 창업한 눙눙이는 ‘눙눙이와 친구들’이란 캐릭터와 스토리를 기반으로 다양한 물품을 판매하는 스타트업입니다. 목표는 캐릭터 비즈니스를 통해 소비자의 환경 감수성을 끌어올리는 겁니다. 지구 온난화가 가속화할수록 몸이 녹아버리는 눈사람 ‘눙눙이’를 통해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널리 알리겠다는 게 조창원(29) 눙눙이 대표의 포부죠.

그런데 조 대표는 가끔 속상한 수군거림에 시달립니다. “기업이면 기업이지 사회적기업이 뭔가. 다 돈을 벌기 위한 위선이다. 착한 일 한다는 이유로 비싸게 팔고 있는 것 아닌가.” 그런 조 대표 앞에 최이현(40) 모어댄 대표가 앉았습니다. 사회적기업 모어댄은 다양한 업사이클링 제품(브랜드 ‘컨티뉴’)을 세계 각국에 수출합니다.

최 대표의 멘토링을 들어볼까요. “우리 제품이 사회적 가치가 있는 제품이기 때문에 소비자에게 사달라고 말하는 건 억지입니다. 사회적기업도 시장에서 품질로 승부를 봐야죠. 퀄리티가 훌륭할 뿐만 아니라 사회적 메시지까지 담아야 합니다. 그만큼 사회적기업 창업은 쉽지 않은 길입니다.”

지금부터 두 사람의 ‘티토링(Tea-toring)’을 공개합니다. 티토링은 더스쿠프(The SCOOP)와 멘토링 전문NGO 러빙핸즈가 공동으로 기획한 ‘멘토링 프로젝트’입니다. 꿈을 꾸는 청년 멘티와 꿈을 이룬 멘토를 매칭해 티 한잔을 마시면서 공감대를 만들어보자는 취지입니다. 티토링 세번째 편, 사회적경제 영역에 첫발을 내디딘 청년 창업가와 스타로 발돋움한 사회적기업 CEO의 만남입니다.

티토링으로 만난 최이현 모어댄 대표와 조창원 눙눙이 대표.[사진=천막사진관]
티토링으로 만난 최이현 모어댄 대표와 조창원 눙눙이 대표.[사진=천막사진관]

 사회적기업은 흔히 ‘두마리 토끼’에 비유된다. 경제활동을 하면서도 사회문제 해결에 기여하기 때문이다. 해결해야 할 사회문제가 많아서일까. 한국의 사회적기업은 나날이 숫자를 불렸다. 2007년 55개였던 사회적기업은 2020년 9월 기준 2626곳에 달한다.

하지만 양만큼 질적 성장을 이뤄냈는지는 의문이다. 사회적기업 사이에선 “생태계가 뿌리를 잘 내리지 못했다”는 자조가 숱하다. 가령 ‘Made in 사회적기업’을 둘러싼 편견이 널리 퍼졌다. “일반기업 제품보다 품질은 떨어지고, 가격만 높다.” 사회적기업 제품을 구매한다고 해서 소비자가 특별한 혜택을 얻는 것도 아니다. 일반기업 제품으로 눈을 돌리면 대안이 숱하다. 상대적으로 몸집이 작은 사회적기업은 ‘규모의 경제’를 꾀하기도 어렵다.

이런 편견은 더욱더 따가운 시선으로 발전한다. “사회적기업은 말로만 사회적 가치를 꾀한다. 가치는 핑계고, 결국 목적은 돈 벌겠다는 것 아니냐.” 예비사회적기업 눙눙이의 CEO 조창원(29) 대표는 이런 편견 앞에서 고민에 빠졌다. 조 대표는 눈사람 캐릭터 ‘눙눙이’를 통해 지구의 환경문제와 관련된 메시지를 전달하는 캐릭터 비즈니스를 2018년 론칭했다. 조 대표의 얘기를 들어보자.

조창원 대표 : “눙눙이를 통해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알리는 것, 저는 진심이거든요. 그런데 간혹 아픈 수군거림을 듣곤 해요. ‘환경은 핑계 아니냐. 돈 벌고 싶어서 환경을 이용하는 것 아니냐.’ 속상한 얘기인데, 반박할 근거가 빈약해 보여요. 어찌 됐든 눙눙이를 판매하고 돈을 벌고 있는 건 사실이니까요.”

조 대표의 고민에 귀를 기울이고 있는 최이현(40) 모어댄 대표는 스타 사회적기업 CEO로 통한다. 모어댄의 업사이클링 브랜드 ‘컨티뉴(Continew)’의 인지도가 상당히 높아서다. 모어댄은 폐자동차에서 수거한 천연가죽, 안전벨트·에어백 등으로 가방·지갑 등 패션 아이템을 제작하고 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 BTS의 RM 등이 모어댄의 컨티뉴가 만든 가방을 구입해 화제를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모어댄은 수상이력도 화려하다. ‘창조경제대상 도전 K스타트업 우수상(2016년)’ ‘한국사회적기업상(2018년)’ ‘중소벤처기업부장관상(2019년)’ 등을 연달아 받았다. 합정동과 고양 스타필드엔 오프라인 매장도 두고 있다. 디자인과 품질의 우수성을 인정받아 면세점에도 입점했다.

업계에선 드물게도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사회적기업 CEO 최이현 대표는 청년창업가 조 대표의 말에 이렇게 답했다. “우리도 기업입니다. 돈을 버는 건 당연하죠. 그런데 돈을 버는 데에도 목적과 방법이 있습니다. 눙눙이는 왜 돈을 법니까. 그 질문에서 출발해볼까요.

사회적기업이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는 방식은 제각각이다. 모어댄은 사회취약계층을 고용하는 ‘포용적 일자리’를 추구한다. 좋은 제품을 만들어 많이 팔면, 이들에게 급여를 줄 수 있다. 최 대표 입장에선 매출을 통한 ‘기업 성장’과 고용을 통한 ‘사회공헌’ 모두 포기할 수 없는 중요한 경영가치다. 최 대표와 모어댄이 강조하는 건 이뿐만이 아니다. 

최이현 대표 : “모어댄은 업사이클로 제품을 만듭니다. 유난을 떨 일이 아니죠. 일반 패션기업도 업사이클링을 많이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사회적기업도 아닌 이들이 왜 업사이클링을 할까요? 목적은 간단합니다. 마케팅이죠. 그저 제품을 잘 팔기 위해서입니다.”

최 대표는 대표 사례로 글로벌 IT 기업 애플을 들었다. 애플은 지난해 ‘아이폰12’를 출시하면서 그간 제공하던 전원 어댑터와 유선이어폰을 패키지에서 제외했다. 소비자가 이미 많은 충전기를 보유하고 있을 것이란 추측 때문이었다. 불필요한 구성품을 줄여 환경을 보호하겠다는 게 애플의 설명이었다. 하지만 애플의 행보는 금세 ‘꼼수 마케팅’이란 지적을 받았다. 어댑터가 없는데도 제품 가격을 올렸고, 새로운 ‘20W 고속 충전기’까지 별도 판매에 나섰기 때문이다.

최이현 대표 : “애플의 주장도 일리는 있습니다. 패키지 무게가 감소하면 이동거리에 따른 이산화탄소 발생량이 감소하는 건 사실이니까요. 실제로 애플은 그린경영에 적극적입니다. 친환경 요소를 연구하는 부서가 따로 있을 정도죠. 하지만 제가 볼 땐 그냥 마케팅입니다. 환경을 위해 희생하는 듯 보이지만, 진짜 환경을 고려한다면 충전기를 따로 팔아선 안 되죠. 어찌 됐든 소비자들은 고속충전기를 사게 될 테니까요. 이들이 내세우는 친환경 어젠다가 판매 촉진에 중점을 두고 있는 이유입니다.”

최이현 대표는 여기서 일반기업과 사회적기업의 차이가 드러난다고 강조했다. “사회적기업은 다릅니다. 환경을 해치지 않는 고민을 통해 제품을 만든 뒤, 이를 판매하죠. 결국 사회적 가치 창출에 얼마나 진심이냐에 따라 달라지는 건데요. 이런 진심을 강조하다 보면 세상의 따가운 시선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지 않을까요.”

“그 진심을 돋보이게 하는 게 참 어려운 일 같습니다.” 조 대표는 허탈하게 웃었다. 눙눙이를 운영하면서 얻은 여러 경험 때문이다. 눙눙이의 캐릭터 굿즈는 위탁생산(OEM)을 맡기지만, 부품을 조달하고 원자재를 선택하는 건 조 대표의 몫이다. 이 과정에서 조 대표는 딜레마를 느꼈다. 포장폐기물을 아무리 줄이려고 해도, 아예 ‘제로(0)’로 만드는 건 어려웠기 때문이다.

티토링 3편 ‘최이현 모어댄 대표와의 차 한잔’의 스틸컷.[사진=더스쿠프 포토]
티토링 3편 ‘최이현 모어댄 대표와의 차 한잔’의 스틸컷.[사진=더스쿠프 포토]

조창원 대표 : “친환경 포장 기술이 산업계 전반으로 널리 퍼지곤 있습니다. 하지만 시중엔 친환경인 척하고 친환경이 아닌 기술도 많더라고요. 눙눙이 역시 화려한 포장은 지양하고 있지만, 아예 포장을 없앨 순 없는 노릇입니다.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요.”

최이현 대표 : “저희도 마찬가지입니다. 제품 제작 단계에서부터 폐기물이 나오지 않도록 심혈을 기울이고 있죠.” 

패션업계는 화려한 패키지로 소비자의 눈까지 즐겁게 해주는 제품이 숱하다. 하지만 모어댄의 컨티뉴는 다르다. 가령 지갑을 할 때도 절대 본드나 잉크를 쓰지 않는다. 대신 포장재를 접거나 재단하는 방식으로 제품을 충분히 보호할 수 있는 포장법을 고안했다.

최 대표는 포장지의 소재를 고를 때도 신중했다. 비닐포장재를 활용 중인데, 여러 물질 중 이산화탄소가 가장 적게 발생하기 때문이다. 그냥 비닐도 아니다. ‘생분해성 비닐’이다. 땅에 묻은 채로 일정한 온도가 유지될 때 분해되는 친환경 소재다. 환경을 위해 부단하게 노력하고 있는데도, 노력이 여기서 그쳐서는 안 된다는 게 최이현 대표의 주장이다.

최이현 대표 : “소비자가 알아챌 수 있어야 합니다. 생분해성 비닐? 그게 뭔지 모르는 소비자가 대부분입니다. 소재가 좋다는 걸 알렸는데도 시장에서의 반응이 신통치 않다면 그땐 바꿔야 합니다. ‘우리가 이런 제품을 이렇게 만듭니다’라고 소비자가 이해할 때까지 끊임없이 설득해야 한다는 얘기죠. 그래야 감동한 소비자가 제품을 다시 구매하고, 매출로 이어집니다. ‘좋은 소재로 만들고 있으니 소비자가 당연히 알아줄 것’은 낙관에 불과합니다.”

최 대표는 제품이 만들어지는 과정에서도 환경을 생각하겠다는 경영방침을 지켜오고 있다.[사진=천막사진관]
최 대표는 제품이 만들어지는 과정에서도 환경을 생각하겠다는 경영방침을 지켜오고 있다.[사진=천막사진관]

 문제는 이런 낙관에 기대는 사회적기업이 적지 않다는 거다. 2018년 한국소비자보호원이 실시한 설문조사를 보자. 사회적경제기업(사회적기업·협동조합·마을기업·자활기업 등)이 생산한 상품과 서비스를 구매하거나 이용한 경험자 1000명과 미경험자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했는데, 그 상품이나 서비스를 사회적경제기업이 만든 것인지 아는 이는 많지 않았다. 경험자는 46.5%, 미경험자는 21.4%에 그쳤다. 사회적기업이 친환경 같은 ‘사회적 가치’를 아무리 추구해도, 이를 인지하지 못하는 시민이 태반이란 얘기다.

최이현 대표 : “제품이 친환경적이고, 사회적 가치가 있는 제품이니 사달라고 말하는 것 역시 억지입니다. 우리는 소비자를 다른 방식으로 놀라게 해야 합니다.”

조창원 대표 : “어떤 방식입니까.”

최이현 대표 : “사회적 약자나 장애인이 만들었는데도 제품의 질이 이렇게 뛰어나구나. 환경을 고려한 착한 제품이라서 좋은데, 품질까지 우수하다는 ‘두 번째 서프라이즈’입니다.”

모어댄 컨티뉴의 가방은 제작 기간만 평균 4개월이 걸린다. 폐가죽 수거부터 출시까지 걸리는 시간이 적지 않아서다. 이 과정에서 수많은 가죽 샘플과 씨름을 벌여야 한다. “사회적기업이 승부를 보는 곳 역시 시장입니다. 무기는 당연히 품질이어야 하죠.” 최이현 대표는 제품과 서비스를 통해 회사의 비전을 알릴 계획을 면밀히 세워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조언도 덧붙였다.

조창원 대표는 캐릭터 눙눙이를 통해 소비자들이 환경을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길 소망한다.[사진=눙눙이 제공]
조창원 대표는 캐릭터 눙눙이를 통해 소비자들이 환경을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길 소망한다.[사진=눙눙이 제공]

조창원 대표 : “정말 어려운 일입니다. 성공을 경험한 창업가는 큰 그림을 볼 수 있다고 하는데, 눙눙이가 나아갈 방향을 제시해 줄 수 있나요. 초기 스타트업인 눙눙이는 이제 무엇을 조심해야 할까요.”

최이현 대표 : “조심할 게 있나요? 그보단 무엇을 바꿔나갈지부터 고민하시죠.”

최 대표는 대기업을 ‘항공모함’에 비유했다. 안정적이고 강력하지만 그만큼 느리고 방향을 바꾸는 데도 오래 걸린다. 반면 스타트업은 ‘모터보트’다. 작고 언제 침몰할지 모를 만큼 위태롭지만 속도가 빠르고, 방향전환도 손쉽다. “항공모함 대기업의 시선에선 놓치는 비즈니스가 많습니다. 그 틈새를 스타트업이 메꿔야죠. 우리가 변화를 두려워해선 안 되는 이유입니다.”

조창원 대표 : “그렇게 성장하다가 사세를 확장하게 될 때는 어떻게 할까요. 가령 고용을 할 때는요.”

최이현 대표 : “작은 회사인데도 지원해준다는 건 참 감사한 일입니다. 그 때문에 저는 이력서도 잘 안 봅니다. 다만 채용 기준은 있죠. 일이 필요해서 온 사람인지, 경험이 필요해서 온 사람인지를 봅니다. 일이 필요한 사람은 회사의 비전도 일로 다룰 공산이 큽니다. 반면 경험을 염두에 둔 사람은 회사의 소명을 이해하려고 노력할 겁니다. 자신과 회사를 함께 성장시켜 나가겠다는 포부를 갖게 되죠.”

마지막으로 조창원 대표는 최이현 대표에게 후배 창업가를 위한 조언을 부탁했다. 최 대표는 “자신의 소명을 잃지 말고 끝까지 지켜달라”고 당부했다.

최이현 대표 : “먼저 창업과 취업 중 어느 쪽이 더 자신에게 어울리는지 고민해 보세요. 본인이 가장 잘할 수 있는 게 무엇인지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야 합니다. 취업이 체질인 사람이 무리하게 창업을 하면 실패할 가능성이 높거든요. 잘하는 걸 담대하게 실행해야 성공할 수 있습니다.”

조창원 대표 : “그럼에도 실패하면 어쩌죠. 대표님은 실패가 두렵지 않으셨나요.”

최이현 대표 : “실패가 두렵지 않은 사람은 없습니다.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란 말도, 결국 실패가 두렵기 때문에 위로하기 위해서 나온 말이잖아요. 다만 창업자가 도전하고 얻어낸 결과에 조금이라도 만족한다면, 두려움의 깊이가 달라질 순 있겠죠. 완전한 실패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꾸준하게 도전해 봐요. 아직 젊잖아요, 우리.”

최이현 대표가 말을 끝냈고 조창원 대표가 눈을 반짝였다. 두 청년이 꿈꾸는 사회적 가치는 ‘사회적기업’이란 그릇에 담겼다. 따뜻한 혁신을 꾀하는 모어댄과 눙눙이의 진심이 이제 세상을 움직일 차례다.


김다린 더스쿠프 기자
quill@thescoop.co.kr 

이혁기 더스쿠프 기자 
lhk@thescoop.co.kr

사진= 천막사진관

영상=영상제작소 Video 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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