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부부 재무설계 下
직장인 꿈의 재테크인 청약
통장 빨리 가입할수록 유리해

최근 주택청약에 관심을 갖는 이들이 부쩍 늘었다. 집값이 천정부지로 치솟는 부동산 시장에서 집을 싸게 살 수 있는 유일한 방법으로 통하면서다. 문제는 주택청약이 꽤 오래전에 만들어졌음에도 이를 제대로 알고 있는 사람이 드물다는 점이다. 이번 상담의 주인공도 불필요한 돈을 청약통장에 붓고 있었다. 더스쿠프(The SCOOP)와 한국경제교육원㈜이 한 부부의 청약통장을 정리해 봤다.

주택청약의 당첨확률을 높이려면 가급적 빨리 가입해두는 게 좋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주택청약의 당첨확률을 높이려면 가급적 빨리 가입해두는 게 좋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집에 관심이 있다면 누구나 한번쯤 주택 청약에 당첨되는 기분 좋은 상상을 해봤을 것이다. 분양을 받는 게 시세보다 저렴하게 집을 살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방법으로 떠오르면서 청약에 가입하는 건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이 때문인지 청약통장 가입자도 부쩍 늘었다. 2017년 2000만441명(국토교통부)이었던 가입자는 지난해 2710만2693명으로 35.5% 증가했다. 이 가운데 1순위 자격을 갖춘 가입자만 해도 1494만8433명으로 전체의 55.1%에 달한다.

이번 사연의 주인공인 김현수(가명·46)씨와 최경희(가명·48)씨 부부도 ‘청약 로또’의 꿈을 갖고 있다. 맞벌이 부부인 두 사람은 결혼 전부터 착실히 돈을 모아왔고, 그 결과 주택담보대출을 받아 66㎡(약 20평) 크기의 자가 아파트를 마련했다. 여기에 아내가 결혼 전 살았던 33㎡(약 10평)짜리 빌라도 그대로 보유하고 있으니 부부는 나름 성공적인 부동산 재테크를 한 셈이다.

그렇지만 두 사람은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더 좋은 조건의 아파트로 이사할 기회를 엿보고 있다. 부부가 자신들과 자녀 명의로 된 청약통장 3개를 만든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개수를 늘려 조금이라도 분양 당첨 확률을 높이겠다는 거다.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부부의 계획은 옳다. 청약통장은 많을수록, 가입기간은 길수록 당첨에 유리해진다. 다만, 고쳐야 할 부분은 있다. 납입액의 많고 적음은 가산점에 영향을 주지 않는데, 김씨 부부는 남편 10만원, 아내와 자녀 각각 5만원씩 총 20만원을 청약통장에 붓고 있다. 이럴 바엔 납입액을 최소금액으로 유지하고 더 많은 혜택을 주는 다른 상품을 활용하는 게 더 효과적이다.

따라서 마지막 재무상담을 시작하기에 앞서 부부의 청약통장부터 손을 봤다. 김씨 부부는 이미 주택이 있으므로 민영주택 청약에 해당되는데, 민영주택의 경우 200만원에서 1500만원까지 지역별로 요구하는 예치금 기준이 다르다. 현재 김씨의 청약통장엔 100만원가량이 예금돼 있으므로 납입액을 최소금액인 2만원으로 줄이기로 했다. 아울러 아내와 자녀의 청약통장 납입액도 2만원으로 줄였다. 청약통장 금액을 조정하는 것만으로 부부가 14만원의 투자금액을 확보한 셈이다.

이제 본격적인 재무 설계를 시작해 보자. 먼저 지난 상담의 흐름을 간단히 되짚어 보겠다. 부부의 월 소득은 740만원으로 남편이 440만원, 아내가 300만원을 번다. 부부는 정기지출 597만원, 비정기지출 월평균 80만원, 금융성 상품 95만원 등 772만원을 쓰고 매월 32만원의 적자를 보고 있었다.


그렇기에 1·2차 상담에선 여유자금을 만드는 데 집중했다. 그 결과, 부부는 총 219만원을 줄여 187만원을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이번 상담에서 청약통장을 통해 확보한 금액(14만원)까지 합하면 부부가 운용할 수 있는 자금은 총 201만원에 달한다.

이 금액으로 준비해야 할 부부의 재무목표는 다음과 같다. 4년 내 대출금 상환→노후자금 확보→자녀 교육비 준비→더 넓은 집으로 이사→비상금 마련 순이다. 필자가 보기에 자녀 교육비를 마련하는 데는 큰 문제가 없을 듯하다. 부부는 현재 적금 2개(50만원·10만원), 변액연금(10만원), 청약저축(총 14만원), 펀드(5만원) 등 89만원을 저축하고 있는데, 이중에서 10만원짜리 적금과 변액연금은 자녀 교육비를 위해 가입해 둔 것이기 때문이다.

급한 불이 붙은 건 대출금 상환이다. 지난 상담에서 김씨 부부는 갖고 있던 펀드·저축보험·예금과 보험을 해지하고 받은 환급금을 모두 활용해 주택담보대출금(잔여액 9000만원) 중 일부(약 3000만원)를 갚은 바 있다. 그럼에도 아직 6000만원가량 남은 대출금을 4년 안에 모두 상환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일단 50만원짜리 적금의 납입액을 100만원으로 늘려 대출금을 갚는 용도로 쓰기로 했다. 부족한 금액은 부부가 앞으로 마련할 비상금 계좌에서 충당하기로 결정했다.

노후를 대비할 상품으로는 개인연금보험(40만원)을 선택했다. 연금보험은 전 보험사가 동일한 지급 기준과 세금공제 혜택을 지원한다. 따라서 조금이라도 최저보증이율(시장의 금리 변동이나 보험사의 운용 실적과 상관없이 보장받을 수 있는 최저한도의 이율)이 높은 상품을 고르는 게 유리하다.

또 개인퇴직계좌(IRP)를 만들어 40만원씩 납부하기로 했다. IRP는 개인이 퇴직 또는 이직할 때 퇴직금을 계좌에 적립해 뒀다가 노후에 지급하는 제도다. 1년에 700만원까지 세액 공제가 가능하고, 은퇴를 앞둔 50대의 경우 한시적으로 900만원까지 가능하므로 노후 준비가 늦은 이들에게 특히 유리하다. 다만, 중도 인출하거나 해지하는 경우엔 세금공제 받은 금액을 전부 되돌려줘야 한다는 점은 인지해야 한다.

적립식 펀드(월 31만원)에도 가입했다. 자녀 교육비가 부족하거나 더 넓은 주택으로 이사갈 때 모자란 금액을 채울 용도로 쓸 예정이다. 교육비와 더 넓은 집 마련이란 재무목표는 모두 장기플랜에 해당하므로 오래 투자할수록 빛을 보는 적립식 펀드와도 잘 어울린다. 안전성이 높지만 다른 투자상품과 마찬가지로 원금을 잃을 리스크가 있다는 점은 꼭 참고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시중은행의 일반예금(40만원)도 활용키로 했다. 이 돈은 비상금으로 쓰다가 나중에 이사할 때 부족한 금액을 채울 용도로 쓰기로 했다. 이렇게 부부의 재무 솔루션이 끝났다. 부부가 확보한 201만원은 대출금 상환(50만원), 노후 준비(80만원), 자녀 교육비 마련(31만원), 비상금 마련(40만원)에 골고루 분배됐다. 맞벌이 부부로서 자녀를 키우면서 재무 솔루션대로 이행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부디 부부가 뜻을 모아 난관을 잘 헤쳐나갈 수 있기를 바란다.

글=서혁노 한국경제교육원㈜ 원장
shnok@hanmail.net | 더스쿠프

이혁기 더스쿠프 기자
lhk@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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