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바이오팜 호재와 위험요인
최고가 대비 반토막 난 주가

SK바이오팜이 주식시장에 상장한 지 250일(3월 8일 기준)이 지났다. 이 회사를 빼고 지난해 기업공개(IPO) 시장을 논하기는 어렵다. 사상 최대의 청약증거금이 몰린 데다 상장 이후 3일 연속 상한가를 기록하는 대박을 터뜨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이 회사의 주가는 계속 하락하고 있다. SK바이오팜이 개미무덤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뜨거웠던 SK바이오팜의 주가는 어쩌다 차갑게 식어버린 것일까.

상장 대박을 터뜨렸던 SK바이오팜의 주가가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2020년 7월의 기록들 = 지난해 7월 2일 코스피 시장에 상장한 SK바이오팜은 ‘대박신화’를 연출했다. 공모가 4만9000원의 두배인 9만8000원으로 장을 시작한 SK바이오팜의 주가는 상장 첫날 12만7000원(종가 기준)으로 치솟았다. 공모가의 두배로 형성된 시초가가 상승제한폭까지 오르는 ‘따상’에 성공한 셈이었다.

주가는 계속해서 펄펄 끓어올랐다. 상장 이튿날은 장 시작과 동시에 상한가를 달성했다. 다음날 주가도 가격제한폭까지 치솟았다. ‘따상상’ ‘따상상상’에 성공하면서 주가는 상장 3거래일 만에 21만4500원으로 수직 상승했다. 상장일 시초가(9만8000원) 대비 상승률은 118.8%에 달했다. 4만9000원이었던 공모가와 비교하면 주가 상승률은 337.7%나 됐다. SK바이오팜 공모에 성공한 투자자라면 3일 만에 4배 이상의 수익을 올린 셈이었다.[※참고 : 지난해 7월 7일 장중 달성한 최고가 26만9500원을 기준으로 하면 SK바이오팜의 주가는 공모가 대비 5.5배(22만5000원)가 됐다.]

‘상장대박’으로 SK바이오팜의 주주는 투자자의 부러움을 한몸에 받았다. 회사 직원들도 부러움의 대상이었다. 1인당 평균 1만1820주를 우리사주로 배정받은 SK바이오팜 직원들의 주식 가치가 16억원이나 늘어났다는 소식이 삽시간에 퍼졌기 때문이다. 시세차익을 노리고 사표를 던진 직원도 30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 SK바이오팜의 ‘상장 대박’은 예견된 일이었다. 2019년 11월 SK바이오팜이 독자 개발한 뇌전증 치료 신약인 ‘세노바메이트’가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판매 허가를 획득했기 때문이었다. SK바이오팜의 391만5662주를 모집하는 일반투자자 공모주 청약에 12억6485만3070주가 몰렸던 이유다.

공모청약 경쟁률은 323.03대 1을 기록했다. 청약증거금은 30조9883억원에 달했다. 국내 기업공개(IPO) 사상 최대 규모였다.[※ 참고 : 청약증거금 최대 규모는 지난해 9월 10일 상장한 카카오게임즈가 경신했다. 카카오게임즈의 청약증거금은 58조5543억원을 기록했다.]

■폭풍 후의 그림자 = 하지만 SK바이오팜의 ‘상장대박’ 열기는 오래가지 않았다. 상장 6거래일 만인 지난해 7월 9일 주가가 하락세로 돌아서더니 8월엔 16만원대까지 추락했다. 3개월 후인 11월 18만7500원을 기록하며 반짝 상승했지만, 이 역시 오래가지 않았다. 하락세는 되레 가팔라졌다. 올 1월 14만원대를 기록했던 주가는 2월 11만원으로 하락했고, 지난 10일 10만4000원으로 더 떨어지면서 사상 최저치를 경신했다.


역대 최대 규모의 청약증거금

SK바이오팜의 주가가 하락한 이유는 실적 부진과 대주주의 지분 매각에 있다. 이 회사는 지난해 매출액 256억8000만원, 영업손실 2398억원을 올리는 데 그쳤다(잠정치). 전년 대비 각각 79.2%, 202.5%나 감소한 수치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대주주인 SK가 SK바이오팜의 주식을 팔아치우면서 주가하락을 부채질했다.

SK는 지난 2월 24일 시간외대량매매(블록딜) 방식으로 SK바이오팜의 주식 860만주를 매각했다. SK의 지분율은 75.0%에서 64.02%로 10.98%포인트 떨어졌다. 주당 매각 가격은 12만9800원, 총 매각 금액은 1조1162억원에 달했다. SK로선 SK바이오팜의 상장으로 1조원이 넘는 수익을 올렸지만 개인투자자들은 손실만 맛본 셈이다.

더 큰 문제는 주가가 이전 수준으로 회복할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점이다. 우선 투자자를 유혹할 만한 정보 자체가 부족하다. 코스피 시장 순위 37위(시가총액 8조3700억원·8일 기준)의 기업이지만 상장 이후 발행된 증권사 리포트는 8건뿐이다(에프앤가이드). 이중에서 목표주가와 투자의견을 제시한 리포트도 4건에 불과하다.

전망도 낙관적이지 않다. 최근 발행한 증권사 리포트의 투자의견은 보유(HOLD)다. 국내 증권사 리포트가 매수 일색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전망이 좋다고 할 수만은 없다. SK바이오팜의 흑자전환 예상 시기는 2022년에서 2024년으로 예상된다.

내년에야 SK바이오팜이 흑자로 전환될 것으로 내다본 서근희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는 “뇌전증 치료 신약인 세노바메이트의 미국 시장점유율 증가, 일본 판권 계약체결, 유럽 판매국 확대 등의 영향으로 매출이 늘어날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이런 기대감은 이미 반영돼 있어 주가의 상승여력은 제한적”이라고 꼬집었다.


한병화 유진투자증권 애널리스트 역시 유보적인 의견을 냈다. “세노바메이트의 성공 가능성이 높아진 것은 사실이지만 주가가 경쟁업체 대비 높게 형성돼 있다. 이에 따라 투자의견을 매수에서 보유로 하향조정했다. 물론 중장기적으론 SK바이오팜이 글로벌 1위 뇌전증 약품업체인 UCB를 넘어설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이를 검증하려면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주가 어디까지 떨어지려나

뒤늦게 SK바이오팜에 베팅한 투자자는 짧게는 1년 길게는 3년이라는 ‘인고의 시간’을 보내야 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SK바이오팜은 지난해 4분기 실적발표을 발표하면서 “뇌전증 신약 세노바메이트가 미국에서 안정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며 “유럽에서도 판매 승인 권고를 받아 올해 2분기 내 판매 허가를 획득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더불어 “유럽 파트너사로부터 최대 4억3000만 달러의 단계별 기술료(마일스톤)를 받고, 유럽판매가 본격화하면 매출에 따른 로열티도 별도로 발생할 것”이라며 “지속적인 연구개발(R&D)을 통한 신약 개발에도 힘쓰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호재를 발판으로 SK바이오팜은 ‘개미 무덤’에서 탈출할 수 있을까. 결과는 아직 알 수 없다. 하지만 그 과정이 쉽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건 분명하다.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ksg@thescc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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