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파트3] 리서치센터장 5人에 물었다 - 오바마 ·시진핑의 성공전략

▲ 세계경제의 두 축인 미국과 중국의 새 시대를 이끌 지도자가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부주석으로 정해졌다.

국제사회의 양대 기둥인 미국과 중국의 권력교체가 동시에 이뤄졌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차기 국가주석이 이끄는 신新권력시대의 개막이다. The Scoop는 새로운 G2시대가 글로벌 경제에 미칠 영향에 대해 분석했다. 국내 리서치센터장 5명이 도왔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11월 6일(현지시간) 치러진 미국 대선에서 미트 롬니 공화당 후보의 경쟁에서 승리하며 재선에 성공했다. 미국 대선이 치러진지 이틀 후인 11월 8일 부터는 중국의 새 지도부를 선출할 제18차 공산당 전국대표대회가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렸다. 이 대회에서 시진핑 국가부주석은 후진타오胡錦濤 주석으로부터 당 총서기직을 물려받아 향후 10년간 중국을 이끌게 된다.

세계의 관심은 G2로 꼽히는 양국에서 동시에 벌어지는 권력 교체에 집중되고 있다. 이들이 앞으로 펼칠 정치 ·외교 ·경제적 정책이 전 세계에 끼칠 영향이 막대하기 때문이다. 정치적으로도 경제적으로도 양국에 대한 의존도가 특히 높은 우리나라는 더욱 그렇다.

오바마 ·시진핑의 힘겨운 출발

가장 큰 관심사는 G2의 새 수장들이 어떤 경제정책을 쓰느냐다. 양국의 경제정책에 따라 세계경제의 흐름이 바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세계경기침체의 진원지인 미국은 여전히 높은 실업률과 침체된 부동산 시장으로 불황에 허덕이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이 화려하게 취임했던 2008년과 비교해 참담한 경제상황은 나아진 게 별로 없다. 시진핑 정권은 연 평균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8%를 의미하는 ‘바오바’가 무너질 위기 속에서 시작한다. 올해 중국의 성장률은 7%대 중반으로 1990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할 가능성도 크다.

 
우선 오바마 대통령의 가장 시급한 당면과제는 부채한도 증액 논의다. 지난해 여름 미국 의회는 부채한도를 2조1000억 달러 늘린 16조4000억 달러로 상향조정했다. 그러나 이미 미국 부채는 16조 달러를 넘어서 약 2000억 달러의 여유를 남겨 놓고 있어 올 연말에는 한도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올 연말까지 현안을 처리하지 못하면 당장 ‘재정절벽(fiscal cliff)’의 위기를 맞을 수 있는 상황이다.

재정절벽이란 의회와 백악관이 정부지출 삭감방안에 합의하지 못하면 내년 1월2일부터 조지 부시 행정부의 특별세금감면조치가 종료돼 세금이 오르는 동시에 지출이 삭감되면서 경제에 충격을 주는 상황을 말한다.

미 의회예산국은 11월 8일 재정절벽을 막지 못할 경우 미국 GDP 증가율이 내년 상반기 -2.9%를 기록한 후 하반기에도 1.9%로 저조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또 200만개의 일자리가 사라져 실업률은 9.1%까지 치솟을 것으로 전망했다. 재정절벽이 미국 실물 경제의 본격적인 경기침체를 불러올 것이란 의미다. 국제신용평가사인 피치는 미국이 부채한도를 늘리고 재정절벽을 피하지 않으면 내년 국가신용등급이 강등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대선과 동시에 치러진 총선에서 하원은 야당인 공화당이, 상원은 여당인 민주당이 다수당을 그대로 유지해 의회의 양분이 계속되고 있다는 점이다. 여당과 하원의 정치적 갈등이 지속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지난해 여름에도 민주당과 공화당은 부채한도 증액안을 두고 첨예하게 대립해 결국 협상이 무산된 바 있다.

리서치센터장들은 오바마 대통령과 의회가 절충안을 찾아 극단적인 상황까지 가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재정절벽은 미국 경제는 물론 세계경제에도 재앙이 되는데다 선거가 끝나서 표를 의식한 보여주기식 정쟁을 더 이상 할 필요가 없어서다.

박연채 키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부시 행정부의 감세 역시 지금의 재정절벽을 가져온 이유
중 하나이기 때문에 재정절벽은 공화당과 민주당 어느 쪽도 좋을 게 없다”며 “미국의 경기회복은 어느 정권을 막론하고 극복해야할 문제인데 하원이 타협을 피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여야 모두 재정절벽이라는 최악의 사태만큼은 피해야 한다는데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는 예상이다.

조용준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도 “재정절벽의 부담에서 완전히 자유로운 정당은 없으며 아무도 그런 최악의 상황은 원치 않는다”며 “ 양보와 타협의 과정을 지나 결국 합의는 이루어 질 것이다”고 같은 의견을 제시했다.

실제로 공화당 소속인 존 베이너 하원의장은 11월 7일 기자회견을 자처해 “공화당 의원들은 오바마 대통령과 타협에 나설 준비가 돼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경제 회복과 일자리 창출은 물론 국가 채무 감축이라는 세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는 ‘타협점’을 찾아야 한다고 양당에 모두 요청했다. 지난해 9월 재정절벽을 차단하기 위한 2013회계연도 예산안 타결가능성은 거의 없다며 앞장서서 오바마의 정책에 반대했을 때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하지만 협상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었다. 여야의 입장차이가 워낙 커서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미 재정문제 해결을 위해 부자 증세를 주장했다. 반면 공화당은 세금을 올려 받으면 기업과 개인의 경제활동이 위축돼 세수가 오히려 줄어들 가능성이 크므로 감세 혜택은 놔두고 정부 지출을 줄이자는 입장이다.

홍성국 KDB대우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감세와 재정지출 등과 관련 양당 간 대립이 첨예하게 형성돼 결론을 도출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고 안수웅 LIG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여러 가지 사안이 서로 결부돼 있어 마감시한까지 노이즈가 발생할 것이고 이는 금융시장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오바마 정권 2기가 펼칠 경제정책에 대해서는 긴축보다 부양책을 쓸 것이라는 전망이 대세를 이룬 가운데 세부적인 정책에 관해서는 의견이 엇갈렸다.

박연채 센터장은 “주택시장 회복과 일자리 창출에 초점을 둔 금융완화 ·재정확대 정책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이다”고 말했다. 2009년 1월 오바마 취임당시 7.8%였던 실업률은 임기내 8%를 웃돌며 오바마 대통령을 괴롭혔고 오바마 대통령이 의욕적으로 추진해 온 주택 금융시장 안정화 대책 역시 효과를 보지 못하고 그의 아킬레스건으로 꼽혀왔다.

오성진 센터장과 홍성국 센터장은 제조업에 초점을 맞췄다. 오성진 센터장은 “기존에 실행중인 양적완화 정책을 유지하고 달러 약세를 통해 제조업 부흥시켜 고용과 투자회복 전략을 쓸 것이다”고 말했고 홍성국 센터장은 “제조업을 통해 수출경쟁력을 확보할 것이다”며 “다만 아시아의 무역수지 흑자국과 통상 마찰이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은 변수다”고 말했다.

센터장들은 시진핑 정권의 경제 정책에 관해서는 성장 일변도가 아닌 내수 중심으로 성장과 분배가 균형을 이룰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2008년 세계경제를 이끌었던 대규모 경기부양책은 나오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당시 지방정부 포함 20조원에 달했던 경기부양책으로 지방정부의 채무문제가 심각하게 떠올랐기 때문이다.

홍성국 센터장은 “투자확대를 통한 단기 부양책보다는 분배 문제 해결 등 구조적인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안수웅 센터장 역시 “단기적이고 극단적인 부양보다는 신산업 육성과 내수 부양으로 중장기적인 성장전략을 선택할 것”이라며 “그간 중국의 급격한 성장 속에 외면해왔던 빈부격차 해소에도 힘을 쓸 것”이라고 했다.

실제로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은 11월 8일 열린 제18차 공산당 전국대표대회의 업무보고를 통해 “2020년까지 중국의 1인당 GDP를 2010년의 두 배로 늘려 전면적인 샤오캉小康사회를 건설하겠다”고 말했다. 샤오캉 사회란 모든 사회구성원들이 의식주를 걱정하지 않는 물질적으로 안락한 사회를 말한다.

지난 수십년간 중국은 10%를 넘나드는 고도성장을 해왔으나 최근 미국의 경기침체와 유로존 재정위기로 성장세가 주춤한 상태다. 올해 중국의 예상 GDP성장률은 7% 중반대로 바오바가 무너졌다. 향후 성장률에 따라 ‘경착륙이냐, 연착륙이냐’의 갈림길에 서있는 상황에서 정권을 물려받는 시진핑으로선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 11월 8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공산당 제18대 전국대표대회에서 후진타오 국가주석으로부터 시진핑 부주석에게로 중국의 최고권력이 이양됐다.

중국 ‘바오바’ 유지할까.

센터장들은 향후 중국의 경제성장률에 대해 7~8%의 성장률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며 긍정적인 견해를 내놓았다. 올해 하반기 들어 연착륙 신호들이 꾸준히 나오고 있어서다. 중국의 9월 산업생산지수와 수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9.2%, 9.9% 증가한 반면 물가상승률은 1.9%까지 떨어지며 목표치를 밑돌았다.

게다가 전반적인 미국 내수의 회복이 시작되고 있어 수출여건도 올해보다는 나아질 것이라는 점과, 과거 중국 정권교체의 양상을 보면 정권이양의 초기에는 여전히 성장에 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도 긍정적인 전망에 힘을 실었다.

홍성국 센터장은 “중국의 고용지표가 심각하게 위축되지 않는다면 소비가 완만하게 확대돼 8%내외의 성장을 지속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 ·중 양국의 권력 재편 후 관계가 어떻게 전개될지도 주요 관심사다. 미국의 경제위기와 중국의 급부상이 맞물려 중국에 대한 미국의 여론이 부정적으로 기울자 오바마와 롬니는 선거운동 당시 경쟁적으로 ‘중국 때리기’에 나섰다. 오바마 대통령은 “중국이 국제규범에 맞는 페어플레이를 하도록 압박할 것”이라고 공언한 바 있다.

시진핑 부주석 역시 미국에 대해 강경한 발언을 아끼지 않았다. 그는 올해 9월 방중한 리언 패네타 미국 국방장관을 만난 자리에서 “미국이 중국과 일본의 댜오위다오 국유화 문제에 개입해 갈등을 증폭시키고 국면을 복잡하게 해서는 안 된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양국의 관계가 순탄치 않아 보이는 이유다. 미 ·중 관계에 대한 센터장들의 의견은 한마디로 요약하면 ‘존중과 견제’라고 할 수 있다.

박연채 센터장은 “이전보다 보호무역이 강화될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미국으로서는 중국의 외환보유고 증가가 미국 금융시장 안정에 기여하는 부분을 무시할 수 없고 중국의 입장에서는 미국의 직접투자를 여전히 바라고 있어 글로벌 경기가 뚜렷하게 회복되기 전까지는 양국의 갈등이 표면화되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양국 간 갈등을 초래할 수 있는 문제는 산적해 있지만 양국 모두 파국은 원치 않는 다는얘기다.

안수웅 센터장 역시 “오바마는 중국에 대해 불공정무역행위에 강력히 대응하겠다고 밝혔으나 환율조작국 지정은 거부했고, 중국이 최대 미국 채권보유국이라는 점을 고려해야한다”며 “중국 역시 위안화 절상을 일부 수용했고, G2로 분류되고 있긴 하지만 아직은 경제규모로 미국에 크게 뒤지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대립이 심화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내년 상반기 증시는 어떻게 될 것인가” 라는 질문에 센터장들은 비슷한 반응을 보였다. “최대 변수로 꼽히던 정치리스크가 해소됨에 따라 추가적인 경기지표와 실적에 맞춰 완만하게 상승할 것이다.”

 
정치리스크 해소로 증시에는 호재

이유는 간단하다. 시장의 예상대로 오바마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함에 따라 지금까지 미국이 펼쳐온 정책의 연속성이 보장됐다. 1당 체제인 중국의 경우 당대회가 끝나고 서열이 확정되면 국가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힘을 합칠 것이다. 다만 유로존의 재정위기가 장기화되고 있고 미국 재정절벽 등 변수가 많아 그 상승폭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박연채 센터장은 “내년 글로벌 경제상황을 요약하면 개선은 되나 속도는 느리다고 할 수 있다”며 “상승 가능성은 크지만 상승의 폭은 크지 않을 것이다”고 전망했다.

조용준 센터장은 “내년은 미국의 경기가 회복되고 그에 따라 중국도 투자와 수출이 활성화돼 글로벌 경기회복이 시작되는 첫해가 될 수 있다”며 “지금 증시는 선진국들의 양적완화정책으로 유동성은 좋으나 경기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조정을 받고 있는 상황이어서 G2를 중심으로 한 경기회복이 시작된다면 내년 이후 장기적인 증시는 밝아 보인다”고 밝혔다.

심하용 기자 stone@thescoop.co.kr | @itvf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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