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똑한 바보들」진보주의자를 위한 고언

보수와 진보의 토론은 끝이 없다. 이유는 하나다. 행선을 그리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진작 그걸 알았어야 했다.

 
희한한 책이 나왔다. 많은 진보주의자가 풀지 못한 ‘가장 어려운 숙제’를 이 책 한 권이 술술 풀어내고 있어서다. 그 숙제란 “왜 보수주의자들은 가장 상식적인 수준의 담론에서조차 비상식적인 논리와 아집으로 일관하는가”라는 것이다.

저자인 크리스 무니에 따르면 미국의 보수주의자들(엄밀히는 공화주의자들)이 그런 행태를 보여 왔다. 미국의 보수주의자들은 다윈의 진화론을 인정하지도 않고, 낙태가 건강을 해친다고 믿는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미국 태생이 아닌 케냐 태생이며 그의 미국시민권은 모두 조작됐다고 믿는다. 황당하게 들릴지도 모르지만 저자는 이에 대한 근거로 각종 여론조사를 제시한다.

저자가 미국의 저널리스트라는 점 때문에 ‘미국 얘기 아니냐’는 사람이 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이것은 미국만의 얘기가 아니다. 누군가는 보수주의자들을 너무 몰아세우는 게 아니냐고 반문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이것 역시 그렇지 않다.

먼저 2012년 총선 당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가 다운되고 투표 장소가 변경되는 사태가 일어났을 때를 보자. 보수와 진보를 떠나 상당수의 국민은 왜 이런 사태가 벌어졌는지 의아해하며 상식적인 수준의 의문을 제기했다. 하지만 보수주의적인 정부는 해명도 없이 ‘의혹’을 일축했다.

2010년 천안함 사건이 일어난 후 정부가 사건을 조사해 결과를 발표했을 때는 어땠을까. 각계 전문가와 진보주의자들은 내용에 논리적인 모순이 있다며 이의를 제기했다. 하지만 당시 정부 관계자들과 보수주의자들은 사건을 과학적으로 재검토하지 않은 채 자신들의 주장을 밀어붙였다.

국내 보수주의자들의 행태는 크리스 무니가 말하는 미국의 보수주의자들과 이렇게 비슷하다.  TV토론에서도 ‘논리적인 진보’와 ‘고집스런 보수’는 얼마든지 발견할 수 있다.

문제는 이런 현상에 대해 지금껏 진보주의자들은 보수주의자들이 ‘진실을 잘 몰라서’ ‘이해관계가 얽혀 있어서’ ‘잘못된 정보를 가지고 있어서’ 그런 행태를 보인다고 생각해 왔다는 점이다. 크리스 무니는 이 문제를 지적하고 있다.

그는 「똑똑한 바보들」을 통해 진보주의자들에게 잘못된 접근법은 이제 그만두라고 말한다. 이유는 보수주의자와 진보주의자가 사실을 인지하는 뇌 구조부터 달라서다.

 
예를 들면 이렇다. 인간이 가진 경험에 대한 개방성•성실성•외향성•친화성•신경증 중 보수주의자와 진보주의자가 가장 많은 차이를 보이는 특성이 개방성이다. 진보주의자들은 일관되게 개방성이 높고, 보수주의자들은 낮다. 그래서 보수주의자들이 더 폐쇄적이고 새로운 생각과 증거에 귀를 닫고, 자신의 신념을 방어한다.

이 주장에 근거가 있을까. 있다. ‘틀린데 옳다고 믿는 보수주의자의 심리학’이라는 이 책의 부제에서 알 수 있듯 그의 논리는 심리학에 기초한다. 그러면서도 표본 연구와 테스트를 통해 드러난 과학적 근거자료를 제시한다. 이 책이 설득력이 있는 이유다.

저자가 궁극적으로 말하고자 하는 것은 명확하다. 진보주의자들에게 보수주의를 배우라는 것이다. 생각과 정책을 보수화하라는 의미가 아니다. 꼴통이라 불릴 만큼 지독스러운 보수주의자들의 단결과 고집, 최선을 향한 무조건적인 지지를 배우라는 얘기다. 좀 틀리고 논리에 맞지 않아도 차선이 있다면 손을 들어주라는 얘기다.

저자는 이 책을 보수주의자가 읽기를 바라지 않는다. 오히려 진보주의자들을 향해 “더 이상 이성이라는 것에 얽매여 설득하려 하지 말고 똘똘 뭉치고 힘을 모으라”고 강조한다. 보수주의자들을 물리적으로 이겨야만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맞다. 대선을 앞둔 우리나라 상황에서 크리스 무니의 주장이 절실하게 들리는 이유이며, 이 책을 소개하는 이유다.

<북 에디터 한마디>
진보주의자들이 비슷한 숙제로 고민하고 있었다는 것을 실감한다. 하지만 그것이 문제라고 생각했던 적은 없었다.
왜 이렇게 상식적인 문제에 대해서도 다르게 생각할까 할 뿐이었다. 이제 이유를 알았다. 실천이 절실하다.

<RECOMMEDATION>

「자본주의는 어떻게 우리를 구할 것인가」
스티브 포브스, 엘리자베스 아메스 저 | 아라크네
지난 수십 년간 심각한 경제위기가 닥칠 때마다 사람들은 그 책임을 자본주의에 묻곤 했다. 그러나 저자는 그동안 알려진 숱한 실패 사례들과는 달리 민주자본주의야말로 최고의 경제적 성공사례라고 주장한다. 지금껏 어떤 체제도 수많은 사람의 삶을 자본주의만큼 발전시키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 책은 경제가 실제로 작동하는 방식을 보여 줌으로써 자본주의에 대한 오해와 진실을 밝히고 있다.

 
「템테이션」
더글라스 케네디 저 | 밝은세상
「템테이션」에는 「빅 픽처」의 작가 더글라스 케네디의 모든 장점이 녹아들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책은 위기에 처한 한 시나리오 작가의 성공과 실패, 좌절과 재기로 이어지는 파란만장한 여정을 그리고 있다. 다이내믹한 전개, 독특하고도 매력적인 인물들, 읽는 이를 쥐락펴락하는 역동적인 스토리는 읽는 동안 한시도 눈을 돌릴 수 없게 할 만큼 박진감이 넘친다.

「커피의 거의 모든 것」
하보숙, 조미라 저 | 열린세상
대한민국 전체가 커피에 빠져들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시대다. 직장가 점심시간의 커피전문점에서는 한참을 기다려야 주문할 수 있을 정도다. 하지만 정작 커피에 대해 충분한 지식을 갖춘 사람은 많지 않다. 이 책은 커피에 대한 기본적인 설명은 물론 매혹적인 커피 스토리를 담았다. 생두 고르기부터 로스팅, 블렌딩, 그라인딩, 설탕과 우유 같은 커피의 친구들, 더치커피 등을 소개한다.

김정덕 기자 juckys@thescoop.co.kr|@itvfm.co.kr

저작권자 © 더스쿠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